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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무라 미나에 '본격소설'의 요코

浮萍草 2014. 8. 19. 10:07
    "너를 죽일 만큼 사랑해"
    <본격소설>의 작가 미즈무라 미나에(水村美苗)는
    1951년 도쿄에서 태어나 12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다.
    1990년 나쓰메 소세키의 유작 <명암>의 뒷이야기를
    그린 <속 명암>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한 번도 요코는 미인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남녀의 사랑에 대해 다루는 소설에서 그것도 주인공을 맡고 있는 여자에게 흔한 일은 아니다. 소설가 박민규는 이런 소설적 전통 - 미녀가 사랑받는다 - 에 대해 반기를 들겠다며 2009년을 한 권의 책을 냈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세상은‘추녀’라고 부르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와 또 다른 남자와 그녀의 이야기다. 요코는 추녀까지는 아니다. 어린 요코는 검고 까칠까칠한 피부와 하얗게 치뜬 채로 노려보는 눈을 가졌다고 묘사된다. 열이 잘 나는 체질에다 감기도 자주 앓는다. 요코를 맡게 된 가정부 후미코는 이렇게 회상한다. “지난번에 사이구사 가에서 본 나비 같은 여자아이들 속에 이렇게 이상한 게 끼어 있었다니 모두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그렇다. 요코는 어쨌든 사이구사 가의 ‘아가씨’인 것이다. 일본 귀족까지는 아니지만 귀족 가문과 교류하는 집에서 태어난 여자다. 문제는 아가씨처럼 보이지 않는 아가씨라는 것. 본격적인 이야기는 1956년 일본의 치토세후나바시에서 시작된다. 혜택받으며 태어난 아이인 요코는 더러운 남자아이와 친구가 된다. 아즈마 다로. 다로는 요코네 뒷집에서 더부살이하며 살던 만주에서 귀환한 아즈마 가의 아이였다. 일본이 패전하면서 만주에서 억류되었다가 간신히 돌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다로는 아즈마 가의 자식이 아니라 조카. 한족(漢族)도 만주족도 아닌 어딘가의 산적에게 납치당했다가 돌아온 여동생이 낳은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아이다. “엄청난 미인이었는데 미치광이”였다는 그녀는 다로를 낳고 죽는다. 다로는 자라서 “색남”이 된다. 요코의 화려한 이모들은 골격과 눈빛이 남다른 다로를 멸시와 감탄을 섞어서 그렇게 부른다. “트랜지스터 글래머”들이 꼼짝할 수 없는 남자라며. 그러면서 덧붙인다. 어쨌거나 서민 세계의 일이라고.
    그러나 다로에게 홀린 것은, 서민이 아닌 요코였다. 그들은 자라면서 서로를 미래의 연인으로 결정했던 것이다. 요코는 두 번의 몹쓸 짓을 벌인다. 한 번은 빈집에 다로와 있다 발각되었고 또 한 번은 벌거벗은 채 열이 펄펄 끓는 채로 별장에서 발견된다. 19살의 요코는 다로에게 말한다. 가난하고 세속적인 너와 결혼할 수 없지만“할 건 제대로 하자고.” (나는 이런 여자 주인공을 본 적이 없었다.) 결혼하지 않는다면 하지도 않겠다고 말하는 다로 벌거벗은 채로 성질을 부리며 외치는 요코 “하자! 하자니까!” 그런 요코를 두고 다로는 뛰쳐나간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만나기까지 이십 년 정도가 흐른다. 다로는 미국으로 가서 고용 운전사가 되고 ‘흠 있는 아가씨’ 요코는 그럼에도 귀족 가문의 도련님 마사유키와 결혼한다. 게다가 ‘아가씨’들이 탐내던 훌륭한 도련님은 아가씨 중에 가장 아름답지 않은 아가씨 요코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다로가 돌아오면 집을 나가도 된다고. 다로가 돌아온다. 불굴의 의지와 뛰어난 두뇌로 거부가 된 다로. 요코는 묻는다. “늘 불행했어?” 다로. “늘 불행했어.” 성질 부리는 요코. “그렇지만, 죽지 않았잖아!” 마사유키의 그늘에서 행복하게 지내던 요코는 다로가 얼마나 불행했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불행하면 불행할수록 자기를 사랑한다는 증명이 되므로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며 사랑을 누리던 요코는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병에 걸린다. 죽게 된 요코에게 다로는 말한다. “계속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어.” 소리치는 요코. “아아, 너무 행복해.” 그리고 말한다. “내가 죽어도, 계속 죽이고 싶다고 생각해야 해.” 자신이 죽더라도 계속 사랑해달라는 말이다. 다로는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죽어도, 죽이고 싶을 거야. ” 네가 죽더라도 나는 너를 계속 사랑할 것이고 내가 죽은 후에도 계속해서 너를 사랑할 것이라고. 사랑밖에 몰랐던 여자 요코는 사랑 속에서 죽는다. 나는 이 소설을 읽다 알았다. ‘죽을 만큼 사랑해’보다 더 열렬한 표현은 ‘죽일 만큼 사랑해’라는 것을. ‘죽일 만큼 사랑해’보다 더한 사랑의 표현은 아직 보지 못했다는 것을. * 다음 회에는 '이름 없는 그녀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채집합니다.
    Premium Chosun ☜       한은형 소설가 Candider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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