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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플로렌티노 아리사

浮萍草 2014. 7. 17. 12:00
    오십 년 넘도록 '미친 남자'
     소설은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사랑 소설 중 하나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한 가장 지고지순한 남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플로렌티노 아리사. 얼마나 순정파인지는 이 문장을 보라.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페르미나 다사가 길고 지난했던 사랑이 지나간 후 가차없이 자신을 버린 51년 9개월하고도 4일 전부터 지금까지 한순간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었다. 
    그는 감옥에 갇힌 사람처럼 매일 벽에 작대기를 그으며 망각의 계산을 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그는 76세다.
     51년 9개월하고도 나흘 동안 잊을 수 없었던 그녀는 72세.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페르미나 다사의 인생에 다시 등장한다.
     그녀 남편의 장례식에 참석해서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페르미나, 반세기가 넘게 이런 기회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소.” 
    몇 번을 읽어도 숨이 막힌다. 
    제정신이 아닌 이 남자를 보면서 생각하는 것이다. 
    반세기가 넘도록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이들은 그녀의 집에서 처음 만난다. (그러니까 반세기도 더 전에.) 
    그녀의 아버지에게 전보를 배달하러 왔던 그가 13살이던 아몬드 모양의 눈을 한 그녀와 마주친다. 
    암사슴처럼 거만하게 걷는 소녀다. 
    이 남자는 온종일 공원의 아몬드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시집을 읽는 척하며 그녀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로 앞만 보고 걷는 소녀는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오래도록 알아차리지 못한다. 
    드디어, 편지를 건네는 순간이 온다. 
    그러고 나서 그는 당장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고통을 겪는다. 
    콜레라와 증세가 유사한 상사병이었다. 
    이 병은 그가 76세가 되어 페르미나 다사와 다시 만날 때까지 지속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 그는 모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달콤한 편지 교환이 시작되고 사랑의 맹세가 오가지만 그녀가 떠나가리라는 것을 그래서 평생 기이한 병을 앓으리라는 것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지난 4월 17일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마지막 문장을 그에게 바친다. "우리 목숨이 다할 때까지

    페르미나 다사는 그 도시의 모든 여자가 탐내는 남자와 결혼한다. 파리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의사인 후베날 우르비노 박사.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박사가 죽기만을 기다린다. 죽이겠다는 게 아니다. 언제가 되었든 그가 자연사하기만을 기다리며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점점 세속적으로 훌륭한 남자가 되어간다. 우편배달부에서 전신 기사를 거쳐 마침내 해운회사의 회장이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왕녀인 그녀를 기다린다. 나는 플로렌티노 아리사처럼 사랑에 전 운명을 거는 남자를 하나 알고 있다. ‘워더링 하이츠’의 히스클리프.히스클리프는 복수를 위해서,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 그 긴 인생을 견딘다. 어느 쪽이 되었든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희미하게 알 것 같기도 하다. 세상에는 이런 ‘미친 사랑’을 하는‘미친 사람’도 있을 수 있음을 사랑만으로도 힘든데 미친 사랑이라니 얼마나 힘든 일일까도 싶은 것이다. 이 미친 사랑은 반세기 만에 보답 받는다. 페르미나 다사의 딸은 과부가 된 자신 어머니의 연정을 비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 나이에 사랑이란 우스꽝스러운 것이지만 그들 나이에 사랑이란 더러운 짓”이라며 페르미나 다사는 플로렌티노 아리사와 이 ‘더러운 짓’을 하기로 결심한다. 이 부분은 그대로 옮기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상상했던 것처럼 허리까지 벗은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어깨는 주름져 있었고 가슴은 축 늘어졌으며 갈비뼈는 마치 개구리처럼 창백하고 차가운 살가죽으로 뒤덮여 있었다.” 나는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한숨을 쉬며 생각한다. 이보다 찬란한 소설의 마지막은 쓰기 어려울 것이라고 인물들이 생생하게 걸어 다니는 소설이다. 그리고 못 견디게 재미있는 소설이다.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읽고 싶으나 한없이 길고도 반복되는 이름 때문에 포기했다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Premium Chosun ☜       한은형 소설가 Candider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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