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든 아이를 낳았든 상관없이 7년 전 사랑했던 그녀만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남자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은 개츠비다.
이 유명한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나는 이 소설이 지루해서 못 읽겠다는 사람을 여럿 만났다.
나 역시도 이 소설을 이해하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 읽은 것은 중학교 때. 읽다 말았다.
다음은 고등학교 때였다.
이 소설의 명성을 의심했다. 그 후 세 번쯤 더 읽었고, 이번에 다시 읽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소설은 ‘성인’이 읽어야 한다고.
돈을 벌어 봤거나, 몇 번쯤 사랑에 실패한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다고.
우리는 차차 알게 되지 않았던가.
돈 벌기는 쉽지 않지만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고 우리가 사랑하는(혹은 사랑하게 될) 누군가가 충분히 사랑할 만한 사람이어서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고.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놀랐던 것이다.
개츠비란 남자가 너무 하찮아서.
세속적인 조건으로만 본다면 이 남자는 내가 무시할 만한 사람이 못 된다.
옥스퍼드를 나왔고 명예롭게 전쟁에 참전했으며 매일 밤 파티를 열 정도로 부유하고 잘생겼다. 심지어 순정파다.
칠 년 전에 헤어진 여인인 데이지를 잊지 못한다.
그녀가 결혼했든 아이를 낳았든 그의 사랑을 막지 못한다.
괜찮은 남자로 보이는가?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 ▲ 유부녀가 됐음에도 자기가 사랑했던 여자에 대한 사랑만을 추구하는 개츠비 |
개츠비는 이 소설의 화자인 닉 캐러웨이에게 자동차를 과시하며 이렇게 묻는다.
“차 멋있죠, 형씨?” 이렇게도 말한다.
“전 젊은 왕자처럼 파리 베네치아 로마 같은 유럽의 수도에서 살면서 보석,주로 루비를 수집하고 사파리 사냥을 하고 심심풀이로 그림도 좀 그리며 살았지요.”
슬픔을 잊으려고 그랬단다.
닉은 그가 “화려한 여관집 주인”같다고 느낀다.
나는 코웃음이 나왔다.
왜? 슬프도록 웃겼기 때문이다.
개츠비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교육받은 신사처럼, 중요한 사람처럼 보이는 게 그의 목표였다.
그렇게 되기 위해 개츠비는 하루를 쪼개 썼다.
어린 시절 개츠비의 시간표에는 이런 항목들이 있다.
아령 들기와 벽 타기,전기학 및 기타 공부,연설 연습,자세 연습 등.
그리고 이런 ‘결심’들도 “궐련과 씹는 담배를 삼갈 것”,“매주 유익한 책이나 잡지를 한 권씩 읽을 것”.
그리고 이름도 바꾼다.
개츠에서 개츠비로. 이제 시작된다.
거짓으로 치장된 개츠가 아닌 개츠비로서의 인생이 그는 무능력한 부모를 지우는 것을 시작으로 화려한 이력들을 가꾸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다 데이지를 만난다.
그가 난생처음 알게 된 우아한 여자 개츠비는 그녀가 상류층의 일원이어서 사랑했다.
“부(富)가 가두어 보호하는 젊음과 신비” 이 데이지의 매력은 개츠비의 꿈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니 데이지를 되찾아야 한다.
그래야 개츠비가 꿈꾸는 삶을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쩔 수 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실패한다.
그리고 어처구니없이 죽는다.
그러니 전 생애를 데이지를 얻는 데 바쳤다고도 할 수 있다.(전 생애를 바쳐 결국 사랑하는 여인을 얻는 남자도 있다.‘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플로렌티노 아리사다.)
왜인지 자꾸 그 실패자의 미소가 떠돈다.
 | ▲ 위대한 개츠비 포스터 |
“영원히 변치 않을 듯한 확신을 내비치는 평생 가도 네댓 번밖에는 만날 수 없는”“당신을 좋아할 수밖에 없으며 당신에게 온 정신을 쏟겠다고 맹세하는 듯한” 미소가.
아마도 이런 미소를 짓기 위한 연습 시간도 개츠비의 일과에 있었을 것이다.
이런 남자가 발을 구르거나 참을성 없이 손을 쥐었다 펴는 나쁜 습관을 고치지 못한 게 아이러니다.
나는 이 남자가 환하게 영원처럼 웃으며 발을 구르는 딱한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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草浮 印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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