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26〉 티베트②

浮萍草 2014. 7. 28. 10:28
    경전 읽어주는 바람
    
    인 유치환은 깃발에서‘소리 없는 아우성’을 들었다. 하늘을 향해 펄럭이는 그 흔들림이 깃발을 단 이들의 간절한 메시지처럼 느껴져‘아우성’이라 표현했을 것이다. 티베트사람들이 곳곳에 그토록 많은 깃발을 다는 뜻을 우리는‘신을 향한 인간의 소망’이라 읽는다. 그들의 깃발, 타르촉을 떼어놓고 티베트를 떠올리기란 힘들다. 짙푸른 하늘 아래 켜켜이 나부끼는 원색의 타르촉은 이미 해발 수천 미터의 황량한 고원을 물들이는 티베트의 일부이다. 만국기처럼 펄럭이는 타르촉은 청-백-적-녹-황의 순으로 동서남북과 중앙을 뜻하는 오색의 천을 건다. 청색은 하늘,백색은 구름,적색은 불,녹색은 물,황색은 땅을 가리킨다. 우리가 아는 오방색이 ‘靑-木, 赤-火, 黃-土, 白-金, 黑-水’로 연결되는 것과 조금씩 다르다. 오행을 기본으로 삼되 청색을 나무가 아닌 하늘로 백색을 금속이 아닌 구름으로 바꾸고 물을 상징하는 흑색을 녹색으로 보는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자연으로 오색을 인식하는 그들의 정서에 전적으로 공감할 따름이다. 세계의 지붕에 사는 이들에게 가장 가깝고 위대한 자연인 푸른 하늘을 빼놓고 어찌 파란색을 인식할 것인가. 그 하늘에 시시각각 변화하며 흘러가는 흰 구름 없이 어찌 흰색을 떠올리며 우주의 기운이 담긴 신비로운 녹색의 호수와 강을 어찌 검은색으로 표시할 수 있겠는가.
    긴 줄에 수평으로 매단 깃발이 타르촉이라면 깃대를 꽂아 번처럼 매단 것은 룽따이다. 룽따라는 단어가 ‘바람’과 ‘말’의 조합이듯 깃발에 달리는 말을 그리거나 진언과 경전을 적어 넣기에 이들 깃발을 바람의 말(風馬) 또는 경번(經幡)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들은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바람이 경전을 읽고 가는 소리’라 한다. 티베트사람들만큼 깃발의 의미를 시적이면서 정확하게 표현한 민족도 드물 것이다. 바람 없는 깃발 나부끼지 않는 깃발은 상상할 수 없고 메시지가 담기지 않은 깃발은 깃발이 아니다. 그들은 깃발이 펄럭일 때마다 깃발에 담긴 소망을 바람이 읽는 것이라 보았고 바람을 상징하는 말이 그 메시지를 하늘로 전할 것이라 여겼다. 그들의 바람은 위로는 하늘에 인간의 소망을 전하고 아래로는 인간들에게 경전을 읽어주니 마치 자연의 일부가 된 부처님처럼 자비롭고 자재하다. 그들은 또 바위마다 부처님을 새긴다. 사원에만 모신 것이 아니라 곳곳에 아로새긴 부처님은 그들이 경배하는 대자연과 하나 된 모습이다. 바위에는 육자진언을 쓰기도 하고 사다리를 그리기도 한다. 티베트전설에 오랜 옛날, 신과 인간세상을 이어주는 사다리가 있었다. 인간들은 문제가 생기면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신에게 질문하고 신들도 세상에 내려와 가르침을 베풀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다리가 끊기고 말았는데 지켜야할 규칙을 무시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에게 분노하여 신들이 사다리를 거두어들인 것이다. 하늘을 향해 그린 하얀 사다리에는 인간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우리네 마을 어귀마다 솟대를 세우고 그 위에 새를 앉혀 신과 소통하는 길로 삼았듯이 티베트의 타르촉과 룽따 그리고 바위에 그린 사다리는 모두 신에게 보내는 간절한 기도이다. 자연에 가까울수록 신에게 가까워지는 것임을 티베트인들은 말없이 삶 전체로 보여주고 있다.
    ☞ 불교신문 Vol 3027 ☜       구미래 건국대학교 외래교수,불교민속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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