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우리 음식 이야기

자리젓과 콩잎

浮萍草 2014. 7. 10. 11:49
    리돔은 여름철 제주도 바다에서 잡히는 손바닥만 한 물고기다. 자리라고도 하며 5월에서 8월까지 색깔이 검은 도미과에 속하는 생선으로 제주도 명물 중의 하나다. 제주 어민들에 따르면 보리 베기가 한창인 무렵에 잡히는 자라돔이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자리돔은 고소하고 비린 맛이 없어 여름철에 자리물회로 많이 먹으며 양념하여 자리강회로도 먹고 간장으로 바짝 졸여서 지짐이로도 먹는다. 비늘을 긁어내고 깨끗이 씻어 머리,지느러미,내장을 다 떼어 버리고 잘게 썰어서 양념장에 무쳐 먹기도 한다. 자리돔을 오래 두고 먹는 방법은 6∼7월에 나오는 자리돔으로 젓을 담가 시원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하여 통째로 먹거나 다져서 양념하여 먹는 것이다. 자리젓은 깨끗이 씻은 자리돔을 항아리에 담고 자리돔이 보이지 않을 만큼 소금을 뿌린 다음 무거운 돌로 눌러 숙성시키면 완성된다. 먹을 때는 다진 풋고추와 식초를 약간 넣는다. 자리젓은 제주도의 특별한 여름철 음식이다. 보통 제주도 농민들은 낮에 밭일하러 나갈 때 대나무로 만든 도시락에 잡곡밥을 담고 한옆에 날된장과 자리 젓을 담아 가지고 간다. 그리고 출출할 때 밭두렁에서 부드러운 콩잎을 따서 깨끗이 씻은 후 자리젓과 함께 쌈을 싸 먹는다.
    이때 마늘, 풋고추도 곁들여진다. 집에서는 보들보들한 콩잎을 밥솥에 쪄 자리젓과 함께 싸서 먹는데 자리젓의 짭조름한 맛과 콩잎의 부드러운 식감이 환상의 궁합이다. 콩잎은 조선시대에는 가뭄이 극심하여 먹거리가 부족할 때 먹었던 구황 식품이었다. 경상도에서는 콩잎을 쪄서 날된장과 콩잎쌈을 만들어 먹을 뿐 아니라 콩잎김치,콩잎장아찌,콩잎장도 담가 먹는다. 콩잎에는 각종 생리활성물질로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역할을 하고 골다공증 예방과 유방암 발생 억제 기능을 하는 이소플라본이 많이 들어있다. 또한 사포닌 성분은 동맥경화증, 유방암, 전립선암, 심장병 예방 효과도 지녔다. 자리젓은 요즘도 제주의 여름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콩잎에 자리젓’이라는 제주 출신 수필가의 수필집을 읽다 보면 저절로 콩잎의 고소한 맛과 자리젓의 곰삭은 맛에 푹 젖어든다. 최근 제주도에서는 도민들이 웰빙채소로 즐기는 쌈용 콩잎을 제주지역의 특화된 식문화상품으로 개발하여 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자리젓을 곁들인 콩잎쌈이 여름 식탁을 즐겁게 할 것을 기대해 본다.
    Munhwa ☜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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