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우리 음식 이야기

보리굴비

浮萍草 2014. 7. 2. 18:36
    비는 굵고 성한 참조기를 1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소금물을 만들어 수차례 염장하고 구부러지지 않게 차곡차곡 무거운 돌로 꼭 눌러 6개월 이상 말린 것이다. 전라도의 영광 법성포에서 나는 영광굴비가 유명한데 적당히 마르고 약간 겉이 노란 것이 특징이다. 영광굴비는 4월 중순 산란을 위해 영광 법성포 앞바다인 칠산바다를 지나는 참조기만을 엄선하여 전통적 으로 내려오는 염장기법으로 만든 것이다. 염장은 조기의 크기에 따라 시간이 달라 전부 수작업으로 이뤄지며‘염재비’의 솜씨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굴비라는 이름의 유래는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고려 말인 1126년(인종 4년) 5월 ‘이자겸의 난’을 일으켜 영광 법성포로 유배된 이자겸이 소금에 절여 말린 조기 맛을 본 뒤 왕에게 진상하면서 왕에 대한 충정과 자신의 옳은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담아 굴비(屈非)라고 써서 올린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조기를 말리면 구부러지는데 이 모습을 보고 구비(仇非) 조기라고 부른 데서 굴비로 변했다고도 한다. 보리굴비는 참조기를 해풍에 자연건조시킨 후 항아리에 보리를 채워 보관하여 곰팡이가 나지 않고 썩지 않게 보관한 굴비를 말한다. 예전에 냉장고가 없을 때 마른 굴비를 오래오래 두고 먹기 위해 그처럼 보리에 보관했다고 한다.
    보리의 겉겨가 숙성되면서 굴비의 수분을 조절해줄 뿐 아니라 파리 등의 해충도 막아주고 비린내와 짠맛을 감소시켜 주며 살이 더 단단하고 꼬들꼬들해진다. 또한 굴비의 기름을 잡아주어 담백한 맛이 나고 보리 향도 은은하게 풍긴다. 보리항아리에 오랫동안 넣어둔 굴비를 먹을 때는 굴비를 쌀뜨물에 담갔다가 살짝 쪄서 먹으면 보리굴비만의 독특한 식감이 살아난다. 오래 숙성시킨 굴비는 뼈까지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워지는데, 쫄깃한 살코기뿐만 아니라 고소하게 숙성된 내장과 뼈 맛 또한 일품이다.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보리의 향과 굴비의 참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여 최상급의 보리굴비음식이 된다. 또한 말린 굴비살을 찢어서 고추장에 재워 굴비장아찌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말려서 숙성시킨 보리굴비는 요즈음 귀한 고급음식 취급을 받아 값비싼 선물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또 국내의 유명 한정식전문점에서도 보리굴비정식이 인기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날,시원한 녹찻물에 밥을 말아 쫄깃짭조름하면서 보리향기 풍기는 보리굴비를 쪽쪽 찢어 먹으며 입맛을 돋워 보는 건 어떨까?
    Munhwa ☜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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