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별별 직업·별난 밥상

5·끝 영화촬영장 밥차

浮萍草 2014. 6. 18. 06:30
    밥차, 네 덕에 촬영할 맛 나는구나
    한 끼에 6찬, 가격은 7000원 정도… 밥차 뜨자 톱배우·감독까지 줄 서 뷔페처럼 차려놓고 직접 퍼서 담아… 젊은 스태프는 고기에 젓가락 바빠
    김성윤 기자
    북 임실에 있는 옛 임실보건의료원에서 영화 '내 심장을 쏴라'의 촬영이 한창이었다. 몇 해 전 의료원이 다른 데로 옮겨간 뒤 폐쇄된 건물은 외벽 페인트가 다 벗겨져 귀신이라도 나올 듯 으스스했다. 배우와 촬영 스태프의 끼니를 책임지는'밥차'는 의료원 건물을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가면 나오는 옛 '임실장례식장' 앞에 세워져 있었다. 지난 11일 오후 1시 15분이 되자 오전 촬영을 마친 배우와 스태프 60여 명이 밥차를 향해 몰려들었다. 이 영화 제작사'주피터필름' 이강진 PD(프로듀서)는"촬영장 점심은 보통 정오에 먹는데 촬영 일정에 따라 그날그날 달라진다"고 말했다. 맨 앞에 이 영화 주인공 이민기가 있었다. 가족 간 유산싸움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된 재벌 2세 역할을 맡은 이민기는 갈색 줄무늬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이민기는 사각 스티로폼 접시를 집어들더니 밥차 앞에 차려진 테이블에서 밥과 반찬을 고루 담았다. 이날 식사를 준비한 밥차업체 '해피라이스' 사장 김원철(37)씨가 "맛있게 드세요"라며 국자로 콩나물냉국을 종이대접에 퍼서 건넸다. 밥차는 영화나 드라마,광고(CF) 촬영장에서 톱스타부터 감독과 연출부의 막내 스태프의 식사를 책임지는 일종의 케이터링 업체다. 1톤 트럭을 포장마차처럼 개조해 가스레인지와 식기,주방용품,접이식 식탁·의자를 싣고 다닌다. 남편과 함께 밥차를 운영하는 김영하(44)씨는 "2000년 밥차가 처음 생겼고 현재 30곳쯤 된다"고 말했다.
    이날 점심에는 닭찜,깐소새우,잡채,꼴뚜기젓, 배추김치,콩나물냉국 6가지 반찬이 차려졌다. 반찬 가짓수도 많았지만 맛도 좋았다. 팥 과 조를 섞어서 지은 밥도 구수했다. 김원철 사장은"촬영장 식사는 1식 6찬(국 포함)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모든 식재료를 당일 장 보고 당일 소진하는 게 원칙이죠. 남는 음식은 시골에 혼자 사는 노인들이나 숙소(모텔) 청소하는 '이모님'에게 드려요." 김영하씨가 한 젊은 남자 스태프에게"이거 먹어"라며 채소 크로켓 2개를 건넸다. 김씨는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어서 깐소새우를 못 먹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밥차업체 선정은 영화 촬영에 필요한 모든'살림살이'를 책임지는 PD의 몫이다. 이 PD는 "일단 맛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화 촬영이 평균 3개월입니다. 촬영 끝날 때까지 스태프는 촬영장에 갇혀서 나름 '군대'처럼 지내야 하지요. 그러니 음식이라도 입에 맞아야 하죠." 아침은 숙소 근처 식당에서 해결하고 밥차업체에서는 점심과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60인분 이상이 기본으로,'끼니 수×인원'으로 계산한다. 영화 촬영장에서는 제작사에서 일괄 지불하는 반면 1일 수당에 식비가 포함된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각자 내고 먹는다. 이 PD는"작년까지 식대가 6000원이었는데 올해 7000원으로 올라서 영화 제작사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했다. "연초에 식대를 6000원으로 산정해 제작비를 책정했거든요. 촬영장 인원이 많기 때문에 1000원만 올라도 부담이 상당합니다."
    지난 11일 전북 임실 옛 임실보건의료원에 마련된 영화‘내 심장을 쏴라’의 촬영장에서는 오전 촬영을 마친 오후 1시 15분쯤 점심이 시작됐다.이번 촬영장은
    공간이 넉넉해서 밥차에서 밥을 타 먹는 대신 밥차 앞에 간이식탁을 펼쳐놓고 밥과 반찬을 뷔페처럼 차려놓고 마음껏 직접 퍼서 먹게 했다.아래 1식 6찬으로
    차려진 밥차의 점심식사. /김영근 기자

    이에 대해 김영하씨는"식재료 값이 워낙 올라서 식대를 안 올릴 수가 없다"고 했다. "식사 퀄리티(품질)는 영화(촬영장)가 제일 높아요. CF 촬영장도 비슷한 수준이고. TV드라마는 조금 떨어져요. 1인당 식사 단가는 같은데, 음식을 더 많이 준비해야 하거든요. 영화 촬영장은 간식이 항시 준비돼 있어요. 드라마 촬영장은 보조 촬영자들이 엄청 많은데 간식도 없이 식사만으로 배를 채워야 하니 훨씬 더 먹죠." 식단이 톱스타 입맛대로 꾸려지지는 않을지 궁금했다. 이 PD는 "워낙 인원이 많아 누구 한 사람 입맛에 맞출 수 없다"고 했다. "젊은 스태프들은 고기, 햄 주면 잘 나온다고 생각하죠. 반면 현장 경험 많은 스태프들은 건강에 좋은 채소나 샐러드를 선호합니다. 예전에는 감독이나 '선생님(원로 배우)'들께 식사를 타다 드리기도 했지만 요즘은 본인들이 줄 서서 드십니다. 철저히 오는 순서대로 먹고요." 음식 만드는 사람이 선호하는 건 역시 유명 톱스타보단 잘 먹는 배우였다. "유오성씨는 참 서글서글하고 잘 드세요. '맛있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김정태씨도'힘들죠'라며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챙겨주고요." 오후 1시 25분이 되자 접시와 잔반을 처리하고 나가는 이들이 하나 둘 보였다. 이민기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벌떡 일어서더니 칫솔과 치약을 꺼내 양치질을 시작했다. 이민기의 접시와 잔반은 매니저가 자신의 것과 함께 대신 처리해줬다. 이민기는 주방으로 가더니 수돗가에 시골 아낙처럼 쪼그리고 앉아 칫솔질을 했다. 주방에 널린 식재료들을 보면서"이건 뭐예요"라고 김원철·김영하씨 부부에게 스스럼없이 물었다. 오후 1시 30분 모든 스태프가 식사를 마치고 사라졌다. 밥차 주변엔 다시 스산한 정적이 찾아왔다.
    Premium Chosun ☜       김성윤 조선일보 문화무 기자 gourme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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