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식 이야기

막국수

浮萍草 2014. 6. 5. 10:00
    한반도를 호령하던 메밀국수가 밀국수에게 밀려난 사연
    ▲ 막국수. 사진=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농촌진흥청 발간)
    박한 메밀면에 양념장과 육수를 넣고 고명을 얹어 시원하게 먹는 막국수,무더운 여름철이면 냉면과 함께 더불어 생각나는 음식이다. 국수 앞에‘막’자가 붙는 이유는 끈기가 부족한 메밀면을 미리 말아두면 금방 불어버리기 때문에 만들기 직전에 만들어 먹어야 해서‘지금 막 만든 국수’라는 의미 때문 이라고 알려져 있다. 현재는 국수라 하면 자연스럽게 밀가루로 만든 소면을 떠올리지만 우리선조들에게 있어 국수란 메밀면으로 만든 국수라는 의미가 컸다. 이유는 한반도에서 밀은 귀하고 메밀이 흔했기 때문이다. 귀한 밀로 만든 국수는 어디 잔칫집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고 흔히 먹는 국수는 메밀국수였다. 메밀로 국수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메밀은 글루텐이 거의 없어 반죽을 해 면을 뽑아내기 어려워 메밀반죽을 얇게 펴서 칼로 잘라 국수형태로 만드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지금의 칼국수를 만드는 방식과 유사하다. 강원도 지방에는 여전히 이런 형태의 메밀국수가 남아있지만 막국수처럼 차게 만들어 먹지 않고 팔팔 끓여 먹는 뜨거운 음식으로 존재한다. 또 다른 하나는 현재의 막국수를 만드는 방법인 반죽을 국수틀에 넣고 눌러 국수를 뽑는 방식이다. 이는 현재까지 메밀로 국수를 만들 때 사용하는 보편적인 방법이다. 옛날에는 나무로 만든 국수틀을 사용했다. 받침나무와 누름나무가 짝을 이뤄 받침나무 아래 반죽이 얇게 뽑아져 나올 수 있도록 작은 구멍을 뚫고 그 위를 누름나무가 누르면 면 형태로 메밀반죽이 사출되는 원리다. 받침나무 아래는 끓는 물을 둬 빠져 나온 메밀반죽이 흐트러지지 않고 모양 그대로 익도록 한다. 한반도를 호령하던 메밀국수가 자취를 감춘 것은 한국전쟁 이후다. 북쪽의 사정이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남쪽에서는 메밀국수를 먹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이유는 미국의 구호물자로 들어온 값싼 밀가루가 메밀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혼분식 장려 정책을 쓰면서 밀가루 음식을 크게 퍼뜨렸고 메밀국수는 칼국수,잔치국수,우동,자장면 등의 밀국수에 밀려났다. 이 후 메밀국수라 하면 대명사 격인‘국수’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평양냉면 혹은 막국수 등 각자의 이름을 갖게 됐다. 평양냉면은 이전부터 있는 명칭이었지만 막국수라는 명칭은 이즈음에 생겨난 것으로 추측된다. 막국수가 가장 유명한 곳은 춘천을 꼽을 수 있다. 춘천막국수는 닭갈비와 함께 춘천을 상징하는 음식이다. 춘천의 막국수는 고기를 삶은 물 육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각 집마다 육수를 100%활용하는 집도 있고 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섞어 사용하는 곳도 있다. 때문에 춘천막국수를 제대로 하는 집을 찾아가 보면 막국수 위에 육수를 삶을 때 사용한 고기가 고명으로 올라온다. 매콤한 양념장만 넣지 않는다면 평양냉면과도 매우 유사한 음식이다. 강릉지방의 막국수는 육수를 사용하지 않는다. 시원한 동치미국물을 사용해서 막국수를 만든다. 유명한 춘천막국수만 먹어온 사람이라면 다소 생소한 맛일 수도 있다. 육수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고명에 편육이 오르진 않는다. 경기도 여주 지방에는 천서리 막국수라는 이름의 막국수가 있다. 이 막국수는 꿩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섞은 육수에 메밀면을 말아 낸다.
    Food Chosun         정재균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PD jeongsan5@gmail.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