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식 이야기

임자수탕과 콩국수

浮萍草 2014. 5. 29. 10:07
    선조들이 먹던 시원한 여름철 보양식, 콩국수와 임자수탕
    
    본격적인 무더위에 들어가기 전 많은 이들이 보양식을 찾는다. 
    한 여름철을 나기 위해 보양식을 먹는 문화는 제법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다. 
    음식의 종류도 가짓수도 많아진 지금 가장 대중적인 여름철 보양식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삼계탕’을 꼽는다. 
    삼계탕이 영양학적인 측면이나 가격적인 면에서 보양식의 최고라는 사실에 이견을 다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열로써 열을 다스린다는 ‘이열치열’이란 말이 이러한 사실을 더욱 신뢰하게 만들기도 한다.
    삼계탕은 분명 좋은 보양음식이긴 하지만 더운 여름철 보양식으로 꼭 뜨거운 음식을 먹어야만 할까? 
    우리네 조상들은 꼭 그렇게 생각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덥고 기력이 떨어지니까 시원하면서 충분히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을 여름철 보양식으로 즐겼다. 
    임자수탕과 콩국수가 바로 그것이다.
    ▲ 임자수탕. 사진=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농촌진흥청 발간)

    임자수탕은 주로 궁중과 양반가에서 여름철에 즐겨먹었던 보양식이다. 차게 식힌 닭육수와 볶은 깨를 갈아 섞어 면이나 채에 걸러 육수를 만들고 여기에 닭고기,달걀지단,오이채,미나리,표고버섯 등의 고명을 취향에 따라 얹어 먹는다. 요리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한 들깨를 임자(荏子)라 불렀기에 임자수탕(荏子水湯)이란 명칭이 붙었고 흰 깨를 사용하면 백마자탕(白麻子湯)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 선조들뿐만 아니라 오래 전 중국에서도 깨를 여름철 보양식으로 여겼다. 명나라의 의학자 이시진은 그가 집필한‘본초강목’에서 ‘들깨는 몸의 열을 제거하고 냉기를 치료하며 소화를 돕는다’고 적고 있고 중국 송나라 때에는 궁중 어의들을 모아 여름철 음료를 만드는 경연대회를 열었는데 그 중 들깨로 만든 죽이 일등을 차지했다는 일화도 있다.
    ▲ 콩국수. 사진=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농촌진흥청 발간)

    이와는 대조적으로 백성들이 즐겨먹던 보양식은‘콩국수’다. 콩은 양질의 단백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비타민 무기질 등도 풍부하게 갖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 보양음식이 될 수 있었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익(1681~1763)은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좋은 곡식으로 만든 음식은 귀현한 자에게 돌아가버리고 가난한 백성이 얻어먹고 목숨을 잇는 것은 오직 이 콩뿐이다. 맷돌에 갈아 정액만 취해 두부로 만들면 남은 찌끼도 얼마든지 많은데 끓여서 국을 만들면 구수한 맛이 먹음직하다’라고 기록하며 먹을 것이 콩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면서도 콩이 영양학적으로나 맛으로나 뛰어남을 알리고 있다. 임자수탕과 달리 콩국수는 여전히 여름철에 즐겨먹는 보양식이다. 전통적인 방식은 물에 불린 대두를 삶은 후 껍질을 제거해 갈아 콩국을 만드는 것이지만 최근에는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 검은 콩을 사용하기도 한다. 황해도 지방에서는 질 좋은 수수가 많이 나므로 국수대신 수수경단을 만들어 콩국에 띄워 먹기도 한다. 콩국수를 먹을 때 대게는 소금으로 간을 하는데 전라도 지방에서는 소금대신 설탕을 넣어 먹기도 한다.
    Food Chosun        정재균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PD jeongsan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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