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식 이야기

누룽지와 숭늉

浮萍草 2014. 5. 1. 09:46
    가마솥의 누룽지와 숭늉, 우리네 선조들의 후식문화
    ▲ 누룽지. 사진=쿡쿡TV
    리 선조들이 언제부터 누룽지를 먹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누룽지라고 하는 음식이 불을 피워 무쇠 솥에 밥을 하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기에 아마도 곡식으로 끼니를 섭취하기 시작한 때부터가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다. 누룽지는 일부러 만드는 것이 아니고 밥을 지으면 나오는 남는 음식이기에 각종 사극에서 부랑자들에게 적선하는 음식처럼 비춰지곤 한다. 누룽지가 가난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이유다. 그런데 실제 기록을 살펴보면 누룽지가 꼭 가난한 자들만의 음식이었던 것은 아니다. 허준은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누룽지를 취건반(炊乾飯)이라고 지칭하며‘음식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못하거나 넘어가도 위에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이내 토 하는 병증으로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못하는 병 즉 열격은 취건반으로 치료한다. 여러 해가 된 취건반을 강물에 달여서 아무 때나 마신다’고 기록해 소화불량을 해결하는데 누룽지가 약으로 쓰였음을 밝히고 있다. 이 외에도 누룽지는 어린아이들의 간식 과거를 치르기 위해 상경하는 선비들의 휴대식 등으로 즐겨먹었다. 이런 누룽지를 강밥 혹은 깡밥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단단히 만들어 놓은 밥이란 뜻인 강반(强飯)에서 비롯된 말이다. 누룽지와 한 짝을 이루는 음식으로는 숭늉이 있다. 솥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에 물을 붓고 푹 끓이면 완성된다. 숭늉은 반탕(飯湯) 혹은 취탕(炊湯)이라 부르기도 한다. 숭늉이란 말은 순 우리말 같지만 사실은 숙냉(熟冷)이란 한자어가 변형된 말이다. 숭늉은 우리나라에서 발달한 고유의 음료다. 쌀을 주식으로 삼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발달했을 법 하지만 밥을 짓는 방식이나 사용하는 조리도구,부엌의 구조 등이 달라 발달하지 않았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에서 차(茶)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이유는 식후에 차가 아닌 숭늉을 마셨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맵고 짠 편인 한국음식을 먹고 산성으로 변한 입 안을 중화시키기에는 차보다는 숭늉이 더 효율적이었기에 숭늉이 차의 역할을 대신했던 것이다. 가마솥의 자리를 전기밥솥이 대신하는 현재,누룽지와 숭늉이 자취를 감춰도 이상할 일이 아니지만 두 음식은 여전히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누룽지를 만들 수 있는 전기 밥솥,누룽지를 만드는 전용 팬과 기계까지 등장하며 여전히 우리는 누룽지와 숭늉을 즐기고 있다. 가공식품으로 누룽지를 활용한 과자나 숭늉 음료 등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전통적이고 현대적인 누룽지와 숭늉이다.
    Food Chosun ☜        정재균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PD jeongsan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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