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식 이야기

어복쟁반

浮萍草 2014. 4. 24. 10:15
    평양상인들이 흥정을 위해 먹었던 음식
    ▲ 봉피양의 어복쟁반
    열치열(以熱治熱) 이냉치냉(以冷治冷)이라는 말이 있다. 열은 열로, 냉은 냉으로 다스린다는 말로 여름에는 뜨거운 음식을 먹고 겨울에는 찬 음식을 먹는 모습에도 이런 표현을 쓴다. 평안도 음식인 냉면과 어복쟁반은 각각의 사자성어를 대표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냉면은 몸을 덜덜 떨며 겨울에 먹어야 제 맛이고 펄펄 끓이며 먹는 어복쟁반은 무더운 여름 땀을 쏟아 내며 먹는 것이 진짜다. 현재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음식인 어복쟁반은 일종의 전골음식이다. 둥근 놋쟁반에 다양한 부위를 활용한 고기편육과 채소 계란 등을 넣고 육수를 부어 끓이면서 먹는 음식이다. 건더기를 다 건져먹고 난 후에는 남은 육수에 메밀국수를 넣고 끓여 먹는다. 한 요리 안에서 완성되는 선육후면이다. 메밀면에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들어 있어 먼저 먹은 육류를 소화시키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여럿이 나눠먹어 다소 부족했을 양까지 채워주는 역할도 한다. 어복쟁반은 평양 상인들의 음식에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상인들이 거래를 하며 모여서 커다란 쟁반에 소의 젖가슴살을 비롯해 다양한 재료를 넣고 여럿이서 끓여 먹었던 것이 시초가 됐다고 한다. 옹기종기 모여 한 그릇의 어복쟁반을 놓고 나눠먹고 술 한잔 하면서 거래 때문에 쌓였던 오해도 풀고 각자의 사정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유연하게 흥정을 해나갔던 것이다. 음식의 주재료였던 소젖가슴살(유통)은 쇠고기 중에서도 값이 싸서 상인들이 쉽게 구해서 먹을 수 있는 부위였다. 고기가 부족하면 고기를 넣고 육수가 부족하면 육수를 부어가며 오는 이 막지 않는 상인들 간의 유대감을 형성시켜준 음식이었던 셈이다. 어복쟁반의 본래 이름은 우복쟁반이었다. 주재료인 소젖가슴살을 소의 뱃살로 표현해 우복(牛腹)을 쟁반에 넣고 만든 음식이라는 뜻이다. 육당 최남선은 그의 저서 ‘조선상식문답’에서 어복쟁반을 ‘어복장국’이라 지칭하기도 했다. 쟁반은 그릇이지 먹는 음식이 아니기에 음식이름에 쟁반이 붙는 것이 잘못됐다는 연유에서다. 현재는 ‘어복쟁반’이란 이름이 정착됐다.
    Food Chosun ☜        정재균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PD jeongsan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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