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술과 건강

5 와인 마시고 동료 여직원 앞에서 노래부르다 망신한 이유

浮萍草 2014. 3. 20. 10:13
    와인 속의 아황산염과 히스타민이 일으키는 알레르기 증상
    와인은 사람에 따라 다양한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입사원 이 모씨. 오늘은 부서 최초로 저녁 회식이 있는 날이다. 입사 후 직장 동료들과 이렇다 할 여흥의 기회가 없던 터라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다. 더구나 신입 동료 여직원 중에 마음이 가는 사람도 생겼다. 이 씨는 회식 후 노래방에서 자신을 각인시키리라 굳게 마음먹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신세대 신입사원답게 와인바로 옮겨 레드와인을 서너 잔 마셨고 노래방으로 직행했다. 다른 사람들의 노래를 듣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드디어 마이크를 잡았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목이 마르고 코가 막혔다. 호흡이 잦았고 노래 부르는 게 힘들었다. 이날 밤 이 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감기 기운도 없었고 몸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평소와 달리 소주대신 레드와인을 마셨을 뿐이다. 레드와인이 이 씨의 노래를 망친 주범이었을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알레르기하면 으레 과일이나 유제품,견과류를 원인식품으로 여긴다. 하지만 술에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알레르기 증상도 다양하다. 피부발진, 홍조, 설사, 구토, 숨가쁨, 위경련, 눈이 부어오르는 증세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아토피, 두통, 편두통, 만성피로, 기분저하 등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밀히 말하면 술 알레르기는 알코올 때문인 경우는 드물고 술에 포함된 성분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술 ‘알레르기’는 ‘불내성(intolerance)’과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불내성은 특정 성분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효소가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못해 생기는 설사나 복통 등의 소화기계 증상을 주로 말하고 알레르기는 특정 성분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이다.
    즉 불내성은 ‘양적’ 개념이고 알레르기는 ‘질적’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평소 음주 후 불내성이 나타나지 않던 사람도 과음하면 불내성이 생길 수 있고 반대로 음주 후 불내성을 보이던 사람도 소량씩 나누어 마시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불내성과 알레르기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본고에서는 모두 알레르기로 표현했다.
    노래방에서 빠른 댄스곡을 틀어놓고 노래와 춤을 즐기는 젊은이들.

    술 성분 중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것으로는 보리,홉,효모,밀,호밀,아황산염,히스타민 등이 있다. 이중에서 아황산염과 히스타민이 대표적이다. 아황산염은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와인의 맛과 향을 지키기 위해 보존제로 첨가되는 경우가 더 많다. 아황산염은 화이트 와인에 더 많고 말린 과일에도 들어 있다. 과일주를 마신 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다면 아황산염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인 100명 중 1명은 아황산염에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식 환자가 아황산염에 노출되면 호흡곤란 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히스타민도 자주 거론되는 알레르기 원인물질이다. 특히 레드와인에 가장 많이 들어 있고 두통과 코 막힘의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히스타민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알레르기 증상이 일어나기 쉽다. 와인 병 코르크 마개에 핀 곰팡이로 인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 술은 체내에서 효소의 작용으로 알코올과 초산으로 대사된다. 식초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사람은 술에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분해효소의 작용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도 술 알레르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시아 사람 중에 많다고 한다. 현재 학자들은 알코올 자체가 직접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더라도 기존 알레르기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함께 섭취한 음식 등 다른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대한 반응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 사람이 일주일에 술을 한잔 마시면 비염 증세는 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은 내장기관의 투과성을 높여 음식이 몸에 더 잘 침투할 수 있도록 만든다. 어떤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이 없더라도 그 음식을 술과 함께 먹으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이로 인한 불편과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금주나 절주가 근본적 대안이다. 특정 술을 마신 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다면 그 술을 꼭 기억했다가 다음에 피하는 게 좋다. 술의 어떤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지 궁금하면 병원을 찾아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해 보면 된다. 아황산염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사람 특히 천식 환자는 와인 병 라벨을 유심히 살펴 아황산염이 첨가되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와인 코르크에 곰팡이가 피어 있는지도 살핀다. ‘노래방 거사’를 망친 이 씨는 한 달 뒤 범인을 찾겠다는 심정으로 다신 한번 레드와인을 마시고 노래방을 찾았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호흡은 가빴고 점막은 건조했으며 코는 막혔다. 이 날도 노래는 망쳤지만 범인을 잡았다고 위로하며 노래방을 나섰다.
    Premium Chosun ☜        전상일 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sangil326@gmail.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