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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술 먹고 약 먹으면…축구공 같던 약이 럭비공처럼 변할 수 있다

浮萍草 2014. 3. 21. 20:28
    을 마셨나요? 
    어떤 약을 먹을지 약사와 꼭 상의하세요. 
    약을 매일 드시고 계신가요? 술 마셔도 되는지 의사와 상의하세요. 
    술은 약을 축구공에서 럭비공으로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술은 약의 대사에 영향을 미치므로 매일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조심하여야 합니다. 
    가능한 금주하도록 권하여야 합니다’ 라는 말은 의과대학에서부터 들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말이 더욱더 실감나게 나에게 다가온 건 1994년 내가 전문의를 막 따고 나서 다음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서였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던‘안토니오 베네디’가 버지니아의 판결에서 880만 달러를 보상받도록 판결받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술을 마시고 타이레놀을 
    복용하면서 발생한 간손상 때문이었다. 
    매일 일정량의 포도주를 마시는, 소위 프랑스식 음주가였던 안토니오는 감기 기운이 있어 시중에서 타이레놀을 사 먹었었다. 
    그런데 이 때문에 의식을 잃고 간부전에 빠져 결국은 간이식 수술을 한 뒤에야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당시는 물론 지금도 타이레놀은 의사의 처방없이 구입이 가능하다. 
    또 진통제 중 가장 안전한 약 중 하나여서 많은 의사들도 불편할 땐 먼저 복용하도록 권하는 약이다. 
    이런 약이 술과 만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약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심하게 간손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미국 법정에서는 타이레놀의 제조사인‘존슨앤존슨’의 여러 잘못을 물어 보상적 손해보상으로 
    780만 달러를, 처벌적 손해보상으로 백100만 달러를 판결했다.
    우리나라의 많은 성인들이 매일 또는 자주 음주를 하고 있고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면서 더욱더 많은 사람 들이 약을 복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약과 술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신체적 손상을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 술과 약을 같이 먹으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기본적으로 술과 약의 대사 경로가 비슷한 경우가 많아 그 효과들이 배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이유는 약이 술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술이 우리 몸에 흡수되어 몸을 취하게 만드는 데는 여러 경로를 통하게 되는데 먼저 위와 장 및 간에서‘일차 대사’가 되고 다시 간으로 들어와 ‘이차대사’가 되게 된다. 만약 알코올을 주사로 몸에 주입하게 되면 일차대사를 통하지 않기 때문에 먹는 경우와는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일차대사가 방해되는 약을 사용해도 같은 ‘주사효과’가 나타난다. 즉 술을 조금만 마셔도 취하고 혈중 알코올 농도가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흔히들 복용하는 위장약이나 진통제 항생제들이 이런 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
    평소 약간의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사람들이 감기약을 술과 같이 먹었다가 소변을 보지 못해 응급실로실려 온다든지 노인들이 위장약을 먹고는 술기운이 더 강해져 넘어지면서 다리뼈가 부러지는 것 등이 그런 경우다. 안토니오의 경우는 음주가 약의 대사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간에서 일어나는 약물의 대사는‘CYP’라는 효소체계를 통하게 되는데 술의 대사 중 일부도 이를 통해 일어난다. 한번의 음주는 일반적으로 CYP를 경쟁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약의 대사를 느리게 일어나게 하여 약의 혈중 농도를 올리게 된다. 가끔씩 간에서 약의 효과를 증가시키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는 음주가 약의 효과를 오히려 떨어뜨리게 된다. 그런데 안토니오와 같이 오랜 기간 음주를 하게 되면 CYP 효소의 기능이 오히려 많아져 약의 대사를 더 빨리 진행시켜 일반적인 반응과는 반대의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타이레놀의 경우도 다른 효소를 통한 대사를 해야 하는데 술의 해독 대사효소가 발달되어 있다보니 이 길을 통해 대사하게 되었고 불완전한 대사는 간에 독성을 일으키는 물질들을 많이 만들어 ‘간부전’을 일으킨 것 이다. 문제는 사람들마다 간 해독 효소의 발달 정도와 능력이 다르고 약물에 대한 대사반응이 다르다보니 그 상호 작용 역시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평소에는 축구공이어서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약들이 술과 같이 복용하게 되면 럭비공으로 바뀐다는 것 이다.
    럭비공으로 바뀐 약물은 최악의 경우 안토니오 사례와 같은 결과를 나타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효과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젊은이보다 노인에게서 더 자주 일어난다. 일부에 불과하지만 대표적인 몇몇 약제들의 부작용만 도표로 정리해보아도 아래와 같이 긴 표가 된다. 곰곰히 생각해보자. 술과 약을 같이 먹고 아래와 같은 증상들을 겪은 적은 없었는지….

    그렇다면 술과 약을 따로 먹는다고 위의 문제점들이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알코올이든 약이든 몸 속에 흡수되면 일정 시간을 가지고 서서히 체외로 배출되게 되므로 술을 마신 시간과 약물의 복용 간의 시간 간격을 둔다고 해서 술과 약의 상호작용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약물을 복용할 때는 금주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매일 음주를 하던 사람은 이미 몸 속에 대사의 효소체계가 바뀐 경우가 많으므로 이 경우는 음주와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약을 아예 피하거나 서서히 용량을 증가해야 하므로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약국에서 비처방약을 사먹거나, 건강기능식품을 사먹을 때도 꼭 이런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 오늘도 병원의 응급실과 외래에는 술만 같이 하지 않았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증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내원하고 있다. 이런 불상사를 막으려면 평소 금주하는 것이 가장 좋고 그게 안되면 약을 복용할 때만이라도 금주를 해야 한다. 이미 만성적으로 술을 마시고 있다면 의사와 상의하여 약물의 종류와 용량 설정에 조심해야 한다. 약을 복용하는데 전혀 다른 효과가 나타나거나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그 이유가 바로 그동안 계속해온 음주 때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수사회로 나아가는 길에 음주가 중요한 장애물이 되는 또다른 이유이다.
    Premium Chosun ☜        조비룡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belo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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