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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40대 이상의 애주가인데 건망증 심해지고 자주 필름 끊기면?

浮萍草 2014. 3. 12. 15:51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던 사람이…만취보다 더 위험한 블랙아웃
    
    '핵심 모니터장치가 고장난 아이언맨’.
    알코올성 블랙아웃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이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까?
    자극을 받아들이고, 입력하여 판단하고, 반응하는 장치는 고장났다. 
    그러나, 모든 슈트의 기능은 멀쩡하다. 
    과연 정상적으로 과업을 수행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만취와 블랙아웃은 둘 다 뇌기능 저하와 뇌세포 손상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만취는 위험한 상태인지 주변사람들이 다 알 수 있고 블랙아웃은 그렇지 못하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만취란 뇌기능 전체가 일시적으로 거의 셧다운에 빠져들면서 말하기와 걷기 운동하기 등에 이상에 생김으로써 누가 봐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같이 음주하던 동료들이 그를 부축해 택시를 태워주거나 노래방에 데리고 가서 잠깐 재울 수도 있다. 
    물론 운이 나쁘거나 평소 인간관계가 좋지 않았다면 만취 상태로 혼자 남겨져 범죄나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안전사고를 당할 위험도 있다.
    2012년 5월 25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만취해 몸을 못 가누는 취객을 동료들이 돌보는 모습. 이날 밤과 이튿날 새벽 사이 서울 시내에서 취객이 소란을
    피우거나 폭행을 한다는 신고가 617건이나 접수됐다./이진한 기자

    블랙아웃은 어떤가? 당혹스러운 것은 아무도 취했다고 느끼지도 못했고 정상적으로 대화하고 심지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귀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이다. 뇌에서 담당하는 운동, 감각기능은 잘 유지가 되었는데 해마, 소위 삽화기억장치의 입력과 저장기능이 일시적으로 고장이 난 경우이다. 다른 뇌기능과 신체기능은 내성이 생겨 알코올의 영향을 덜 받는데 해마는 알코올의 독성효과에 취약하기 때문에 낮은 알코올 농도에서도 선택적으로 기능의 저하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복적으로 이러한 블랙아웃 현상이 발생하면 그만큼 해마의 기능에 장기적 손상이 오게 된다. 만약 40대 이상이면서 애주가인데 최근 들어 건망증이 심해지고 기억이 자주 가물가물하다면 또 잦은 블랙아웃에 의한 해마 손상이 계속 진행된다면 알코올성 치매가 올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블랙아웃이 위험한 것은 흔하진 않지만 이성적 조절작용이 함께 저하될 경우 성폭행 등 다른 사람에게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얌전한 사람이건, 과격한 사람이건,어떤 성격의 사람이건 간에 사람은 누구나 다 공격적이고 본능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이를 정상적으로 억제하고 방어하기 때문에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억기능과 억제기능의 일시적 저하가 동시에 발생하면, 끔찍하고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평소 생활을 보았을 때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람이 술자리 이후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면 블랙아웃과 탈억제가 동시에 발생한 것이다. 본인은 기억이 나지 않으니 억울할 법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알코올이 뇌의 각 부위에 미치는 영향.
    정확하게 조사되어 있지 않지만, 실제로 심각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 알코올성 치매이다. 알코올성 치매는 블랙아웃과는 달리 해마 등 뇌세포의 영구적 손상으로 영구적인 기억 기능의 손상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일시적 건망증이 아니다. 외국의 경우 대개 50, 60대 등 나이가 들면서 음주량과 알코올 의존증의 유병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내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독특하게도 그러한 경향이 매우 약하다. 즉, 50, 60대가 되어도 음주량과 음주횟수가 많이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나라는 알코올성 치매환자가 많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실제 정확히 조사되지는 않고 있지만, 대략 치매의 10% 정도라고 추정하고 있다. 50대 이상 과음자이면서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가족력이 없고 특별히 뇌를 다치거나 뇌혈관 질환의 경력이 없는 사람에게서 단기 기억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면 알코올성 치매를 의심 해야 한다. 알코올성 치매가 발생했다는 것은 일시적으로 삽화기억저장을 담당하는 해마에만 이상이 생긴 블랙아웃과는 달리 뇌 구조와 뇌 기능 전반의 손상이 알코올의 독성으로 인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뇌실질의 부피가 감소하고, 특히 전두엽과 소뇌의 위축이 심해진다. 전두엽의 위축은 폭력적 성향을 강화하여 괜히 트집을 잡거나 참을성이 떨어져 쉽게 화를 내고 과격한 행동을 하게 만들 수 있다.
    소뇌의 위축은 세밀한 운동과 보행에 이상을 유발하여 평소 운동이나 등산을 즐겼다면 이러한 활동을 지속하기 힘들게 된다. 알코올은 뇌를 비롯하여 인체 각종 장기에 영향을 주는 유해물질로 섭취하는 양과 패턴 그리고 섭취하는 기간 등에 따라 사람에게 다양한 형태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무엇이든 적당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 ‘적당함’이 너무 자기중심적이다. 과·폭음은 블랙아웃과 치매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술이 좋다면 천천히라도 마시자. 같은 술이라도 천천히 마시면 혈중 알코올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블랙아웃의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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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부교수 nplhk@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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