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스크린 속 의학

7 어바웃 타임

浮萍草 2014. 3. 6. 18:00
    시린 옆구리 오래 두면 고질병 된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 생각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함박눈 맞으며 걷기, 손이 데일세라 호호불면서 먹는 군고구마 거리에 들리는 캐럴 등입니다. 하지만 가장 그리운 것은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따뜻한 아랫목에서 먹는 저녁 식사,호주머니 속에 맞잡은 사랑하는 이의 따뜻한 손,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사랑하는 친구의 따뜻한 눈웃음, 이 차가운 계절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역설적으로 따뜻한 계절입니다. 아이러니한 이 계절,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 워킹타이틀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영화를 내놓았습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입니다.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은퇴작이라는 소식이 있어 아쉽습니다. 그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노팅힐>,<브리짓 존스의 일기>등의 각본과 기획으로 그리고 감독 데뷔작인 <러브 액츄얼리>에서 사랑이라는 명제를 정말 얄밉도록 매력적으로 그려낸 감독입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리처드 커티스와 워킹 타이틀의 노하우가 집약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아름다운 풍광, 겨울의 런던 그리고 how long will I love you 같은 사랑스러운 OST, 빌 나이의 페이소스 그리고 할 말을 잃게 하는 레이첼 맥아담스의 눈웃음까지 할리우드가 따라올 수 없는 영국 로맨틱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팀(돔놀 글리슨)은 21살이 되던 날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습니다. 가문 대대로 남자들은 성인이 되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같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이 부자는 시간여행을 하는 목적이 너무 단순한 것입니다. 아버지는 시간여행을 하면서 읽고 싶었던 책을 읽었고 팀은 여자 친구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팀은 메리(레이첼 맥아담스)를 만나 첫눈에 반하게 되고, 사랑을 이루기 위해 시간여행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팀과 메리는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면서,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한 영화는 가족 간의 사랑과 삶의 의미를 말하며 엔딩을 향해 갑니다.

    팀과 메리의 에피소드 장면 중에 너무 작위적인 것들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마저 사랑스럽게 만드는 레이첼 맥아담스의 표정연기는 가히 솔로 남성들에게는 고문 이었을 겁니다. 솔로들에게 가혹한 계절, 겨울은 흔히 옆구리가 시린 계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시린 옆구리를 너무 오래 두면 고질병이 될 수 있다는 것 아십니까? ‘시리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표현입니다. 영어로는 달리 표현할 단어도 없습니다. 굳이 바꾸자면 sensitive정도로 할까요? 말초신경의 기능이상으로 예민해져서 특별한 자극이 없거나 아주 약한 자극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신경이 노출되거나(치아의 경우) 혹은 신경 손상(신경이 다치거나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에 의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형태의 통증을 신경병성 통증 (neuropathic pain)이라고 하는데 신경계의 혼돈으로 차가운 것을 뜨겁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신경병성 통증이 오래되면, 대뇌에 통증에 대한 비가역적인 변화, 각인이 일어납니다. 이런 경우 치료가 어려워지고 여러 가지 치료에 불응하는 만성 통증이 될 수 있습니다. 만성 통증은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지고 인격의 황폐화까지 만드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경 손상이 있을 경우 적절한 스테로이드 처방으로 신경병성 통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최근에는 신경병성 통증에 대한 여러 가지 치료제가 개발이 되었지만 가장 좋은 것은 예방입니다. 예를 들어 옆구리에 대상포진(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의한 신경 감염)이 잘 발생합니다. 이 경우 바이러스가 신경을 파괴하게 되면 신경병성 통증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항바이러스 약물도 투여하지만 스테로이드를 병용하여 신경병성 통증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옆구리 시린 것, 그냥 방치하면 고질병이 될 수 있습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단지 옆구리 시린 솔로들을 괴롭히는 영화는 아닙니다.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 시간여행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가족, 그리고 건강입니다. 이것들의 가치는 시간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지요. 영화는 마지막에 묻습니다. ‘하루만 다시 살아 본다면 지금 삶이 어떻게 보일까’하는 것입니다. 반복되는 삶이지만 한 순간 순간이 보석같이 빛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결말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인생은 모두가 함께 하는 시간여행이다. 매일매일 사는 동안...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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