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스크린 속 의학

5 관상

浮萍草 2014. 3. 6. 06:00
    관상을 만드는 12가지 뇌신경
    야흐로 세모입니다. 이맘때를 알리는 것은 첫 눈, 그리고 청룡 영화제입니다. 며칠 전에 막을 내린 제 34회 청룡 영화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영화 ‘관상’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이정재입니다. 배우 이정재는 드라마 ‘모래시계’를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고현정의 보디가드로 출연, 뭇 여성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지요. 그는 ‘모래시계’로 일약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으나, 그 이후 도회적이고 세련된 캐릭터를 벗는 것이 참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관상’에서 보여준 터프가이 수양대군의 모습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전환점이 될 만 하였습니다. 영화 ‘관상’은 수양대군이 김종서를 죽이고 정권을 잡는 계유정난이 모티브입니다. 결국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하여 세조가 되는데 그 역사적 사실에 허구의 인물인 관상가 내경(송강호)이 등장합니다. 천재적인 관상가로 김종서(백윤식)에게 발탁되어 수양대군(이정재)의 반대편에서 싸우나 결국은 비극으로 끝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관상’은 모든 면에서 그런대로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괜찮은 스토리,좋은 연기자들,특히 흥행에 기본이라고 하는 이른바 팩션 사극(역사적 사실에 가공의 상상력을 보탠 이야기)으로 많은 관객을 끌어들인 것은 당연 하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기존의 팩션 사극들과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고 수양대군역의 이정재가 없었더라면 자칫 영화는 어정쩡하게 익은 김장김치가 될 뻔 했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던 중, 수양대군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남자인 저도 속으로 탄성을 지를 정도이었으니까요.

    영화 속 관상가 내경(송강호)은 관상으로 사람의 과거와 미래의 운명까지 맞추는 내공을 보입니다. 영화처럼 관상은 과연 믿을 만한 것일까요? 서양에서도 골상학이라는 관상의 일종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뇌의 특정부위가 발달하면 두개골의 모양이 바뀔 것으로 생각해서 그 모양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골상학입니다. 하지만 비과학적인 것으로 판명,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관상도 과학적으로 잘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관상을 보시는 분들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며, 성격이 바뀌면 얼굴 즉 관상도 바뀐다는 것 입니다. 그래서 관상에는 사람의 역사가 보이고 그를 토대로 미래를 점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긍정적인 사람은 얼굴이 밝으며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은 얼굴이 어두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이 모든 얼굴의 변화 즉, 관상은 12개의 뇌신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아십니까? 서양의 골상학은 사장되었지만 브로카의 언어영역 발견으로 신경해부학의 기초가 마련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 브로드만은 대뇌피질의 영역을 연구하여 각각의 부위를 나누고, 그 부위의 기능을 정리하게 됩니다. 펜필드라는 캐나다 의사는 운동을 담당하는 영역을 신체부위의 비율대로 그려보았더니 얼굴과 손이 대부분인 마치 ET같은 기형적인 그림이 나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즉 얼굴을 담당하는 대뇌의 운동영역이 거의 절반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얼굴은 미묘한 움직임이 필요하고 많은 뇌세포가 관여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뇌세포는 뇌간을 거쳐 몸의 각 부분으로 가는데 크게 나누어 13개 그룹의 신경이 뇌를 싸고 있는 두개골을 뚫고 몸의 각 부분으로 갑니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척수(사지와 몸통의 운동과 감각 등을 담당)입니다. 나머지는 직접 뇌에서 나오는 말초신경으로 12개(쌍)의 뇌신경으로 불립니다. 이 12개의 뇌신경은 대부분 얼굴을 통제하는 신경입니다. 냄새 맡고 보고 듣고 맛보는 등의 감각을 담당할 뿐 아니라 눈동자와 혀를 움직이고 음식을 씹는 운동을 담당합니다. 모든 신경이 다 중요하지만. 얼굴의 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제 7번 안면 신경입니다. 이것은 얼굴 표정을 짓는 신경입니다. 즉 얼굴에 분포하는 많은 근육들을 움직이는 중요한 신경으로 표정과 감정을 보여주므로 사람의 특징적인 성격을 보여주게 되는 신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관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신경입니다. 옛말에 ‘차가운 데서 잘 못 자면 얼굴이 돌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안면 신경 마비 증상을 표현한 것으로 실제로는 찬데서 잔다고 마비가 오지는 않습니다. 여러가지의 안면 신경 마비 원인 중에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 기능이 저하되면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신경을 침범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찬데서 자는, 즉 스트레스 많은 환경이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렇게 보면 얼굴은 뇌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능한 신경외과나 신경과 의사들은 얼굴을 유심히 살펴 뇌의 이상을 찾아내게 됩니다. 그야말로 이들이 현대의 관상가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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