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스크린 속 의학

9 변호인

浮萍草 2014. 3. 7. 12:00
    과감한 수술, 진보의 상징일까?
    <응답하라 1994>의 열풍에 추위가 멈칫하고 있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 요인은 1990년대의 추억에 대한 아련한 향수와 맛깔스런 사투리에 있습니다. 우리의 성장 과정은 아픔과 기쁨이 교차하지만,그 모든 것이 축복이며 소중한 추억입니다. 많이 메마른 지금, 예전에 꾸었던 꿈, 그에 대한 추억 때문에 우리는 드라마에 빠져듭니다. 영화 <변호인> 역시 지나간 시절에 대한 추억과 진한 경상도 사투리로 감성을 자극합니다.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트렌디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1981년 부산에서 발생한 이른바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고 노무현 대통령을 모델로 삼은 스토리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시대를 관통하는 변호사의 눈에 비친 굴곡의 현대사 한 페이지입니다.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은 변호사들이 꺼려하는 부동산 등기 업무를 시작합니다. 고졸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지요. 이 작전이 들어 맞아, 성공을 거두게 되고 세무 변호사로 승승장구 하게 됩니다.
    하지만 힘들었던 시절,끼니를 도움 받았던 돼지 국밥집 아줌마(김영애)의 아들 진우(임시완)가 구속 되면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뜻하지 않게 부림 사건의 피고인에 대한 변호를 의뢰받게 된 것이지요. 결국 온갖 압력에도 불구하고, 불법 구금과 고문으로 왜곡된 사건을 변호하게 되면서 영화는 결말을 향해 치닫게 됩니다. <응답하라 1994>처럼, 영화<변호인>은 우리를 과거에 대한 회상에 빠지게 합니다. 불과 20년전, 우리가 겪었던 암울한 군사 독재 정권의 기억은 영화를 보는 내내 아픔으로 다가 왔습니다. 특히 사과탄 연기 속에 달려오는 은빛 헬멧의 백골단과 끌려가는 동료들 죽을 힘을 다해 도망치던 기억은 꿈속에서라도 다시 볼까 두렵습니다. 무엇보다 영화의 백미는 송강호라는 배우에 있습니다. 참으로 적절한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송강호의 캐릭터가 잘 배어나온 영화입니다. 영화의 아쉬운 점은 대사에 있습니다. 특히 오달수를 제외한 조연들의 어설픈 부산 사투리는 몰입을 방해하는 옥의 티라고 하겠습니다. 아이돌 그룹 멤버인 임시완의 연기는 발전 가능성에 합격점을 줄 수 있겠습니다. 사실 영화의 이슈는 송강호가 연기한 변호사 노무현에 있습니다. 영화의 본질보다는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자 와 반대자 사이의 댓글 싸움에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라는 말로 유명한 TV토크쇼가 있습니다. 너무 심각해 지지말자는 이야기 지요. 영화는 영화일 뿐입니다. 영화는 사회적 이슈도 될 수있고, 선전용으로 이용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명한 영화 팬들이라면 영화의 메시지를 충분히 소화해 내고도 남을 것입니다.

    영화 <변호인>의 반전은 극중에 등장하는 군의관에 있습니다. 필자도 의대생 시절, 군사 독재 정권에 대항하여 하얀 가운을 입고 데모대의 선두에 섰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결국은 다친 학우들과 전경들을 치료해주느라 데모는 항상 뒷전이었습니다. 역시 의사는 좌도 우도 아닌 의사였습니다.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 역사의 순간에 함께해온 의사들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대부분 정치적 입장에서 한 발 떨어져있는 의사들, 보수주의자 일까요, 진보주의자일까요? 의료는 보수적 측면에서 보면 산업으로써의 발전에 무게를 둡니다.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강조되지만 영리화라는 그늘을 극복해야 합니다. 진보적인 측면은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지만 관치의료의 단점을 넘어서야 합니다. 양측의 줄다리기 위에서 균형감각을 잘 잡아야하는 의사들의 사회적 책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의학적 용어 중에 보존적 치료라는 것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conservative treatment라고 하는데,수술적 치료에 반하는 즉 비수술적 치료의 개념으로 보아도 되겠습니다. 외과 의사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단어입니다. conservative라는 단어는 보수적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비 수술은 보수적 치료, 수술은 진보적 치료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보존적 치료보다는 수술적 치료를 선호하는 외과 의사들은 진보주의자일까요? 사람에 대한 치료는 검증에 검증을 더해야 합니다. 만에 하나라도 치료에 오류가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약을 개발할 때는 동물 실험 뿐 아니라 임상시험을 3차까지 실시해서 실제 치료에 적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에 주저하게 되면 의학의 발전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외과 의사들도 검증된 수술을 하지만, 새로운 수술에 대한 시도를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외과의사는 보수적 이성으로 무장하고, 진보적인 정열을 마음에 간직해야 합니다. 수술적 치료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외과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해야 합니다. 디스크 치료를 예로 들어보면 보존적 치료의 기간이 6주가 안되면 수술적 치료는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입니다. 하지만 통증이 심한 경우나 마비의 우려가 있는 경우 빠른 수술은 환자의 예후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외과의사의 판단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경우 의사들의 판단보다는 의료보험 심사평가원에서 기준을 마련하여 의사들에게 지침을 주고 있습니다. 각각의 환자의 경우가 다른데 일률적인 조항으로 수술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답답한 현실입니다. 이것은 마치 우리의 모든 생활에 규정을 만들어 적용하려는 전체주의 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의료는 보수적, 진보적 이분법으로 나누어 볼 수 없습니다. 보존적 치료 수술적 치료 어느 것이 환자에 가장 도움이 되고 효율적인 치료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의사의 몫입니다. 이것을 규정을 만들어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맹목적인 관치의료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최근 의사들의 집단 행동은 과도한 의료의 산업화, 그리고 관치의료를 막자는 것입니다. 의학은 산업으로 발전시키되, 의료는 의사들의 의학적인 양심에 맡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의사들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자정 기능을 보여주는 용기를 보여야 하겠습니다. 소통이 없는 보수,폭력이라는 말에 올라탄 진보는 누구도 원하지 않습니다. 따뜻한 보수와 세련된 진보가 유쾌한 경쟁을 하는 멋진 대한민국을 기다려봅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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