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스크린 속 의학

2 컨저링

浮萍草 2014. 3. 5. 06:00
    공포의 끝은 쾌락
    느낌이 없다면 공포도 없다
    세상에는 두 가지의 사람이 있습니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엄밀하게 공포를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으니 공포를 즐긴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지요. 호러무비 마니아, 도대체 그들은 왜, 공포를 즐기는 것일까요? 공포영화의 계보는 여러 가지입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이라는 서스펜스 스릴러의 거장을 필두로 다양한 종류의 공포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그 중 에는 마니아층을 가진 유니크한 영화들이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호주로 이주한 제임스 완이라는 젊은 영화학도는 영화학교 동기와 함께 10억원이라는 적은 예산으로 18일 만에 공포영화 한편을 완성합니다. 그것이 전 세계적으로 1천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쏘우>입니다. 그 후 많은 시리즈가 만들어집니다. 최근 개봉된 공포영화 <컨저링>은 제임스 완의 최신작입니다. 사람이 느끼는 공포감을 극도로 살렸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1971년 로드 아일랜드, 해리스빌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페론 가족은 꿈에 그리던 새 집으로 이사를 갑니다. 하지만 그 집은 1863년에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으로,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겪게 됩니다. 감독은 영화속에 히치콕의 <새>를 오마주한 장면을 많이 넣었고 <엑소시스트>,<파라노말 액티비티>의 모든 공포의 요소를 적절히 배합하였습니다. 또한 1970년대의 음울한 분위기와 음악이 잘 어우러져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그야말로 공포영화의 클래식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러닝타임 내내 몰아붙이는 공포는 아주 짜릿했습니다. 공포의 본질은 느낌입니다. 소리, 어두움, 서늘함, 그리고 비주얼 등, 즉 인간의 오감에 의해 공포감이 유발되지요. 이것은 우리의 본능에 스며있는 공포에 대한 유전자 때문입니다. 이 유전자는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상에 모습을 나타내기 이전부터 우리 몸 속에 자리 잡아 왔던 것입니다. 이 생존을 위한 유전자는 특히 어둠과 소리에 민감함을 보여주는 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육식 동물들은 야행성입니다. 즉 어두워지면 우리는 맹수의 공격에 노출되어 생명의 위협에 빠지게 됩니다. 즉 어둠은 우리의 몸속에 각인된 본능의 공포입니다.
    공포를 유발하는 저음은 큰 덩치를 의미합니다. 물리학적으로 고음은 작은 울림통에서 나오고 저음은 큰 울림통에서 나옵니다. 선사시대 이래로 인간을 포함한 나약한 포유동물들은 큰 육식동물들이 내는 저음에 극도의 공포와 긴장을 느끼고 학습해 왔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본능 속에 스며있는 것이지요.
    ㆍ헤비메탈의 저음, 귀보다 폐가 먼저 공포를 감지 헤비메탈 그룹의 공연이나 테크노 클럽에 가면 처음 음악이 시작될 때 관객을 흥분시키고 긴장하게 만드는 소리가 있습니다. 베이스 혹은 베이스 드럼이 내는 저음의 비트입니다. 이 소리는 귀로 들리기보다는 먼저 폐로 진동을 느끼게 되지요. 그러면 바로 인체의 교감 신경이 항진되어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하고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면서 가슴이 조이는 듯 흥분상태로 빠지게 됩니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신경계 반응입니다. 인간은 이런 저음의 흥분을 의도적으로 즐기기도 하는데 음악뿐 아니라. 할리 데이비슨, 페라리 등의 엔진소리에 매료되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호러무비 마니아들이 공포를 즐기는 것도 이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공포에 의한 흥분상태는 우리의 자율신경에 스트레스를 가해 아드레날린을 분비합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우리 몸에서는 또 하나의 호르몬 엔돌핀이 분비 됩니다.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아드레날린은 빨리 소멸되지만 엔돌핀은 천천히 사라지므로 우리 몸은 일시적인 황홀경을 맛보게 되는 것이지요. 공포의 끝은 쾌감입니다. 우리 몸이 느끼는 반응은 마치 매운 불닭을 먹고 난 후 얼얼하지만 개운한 느낌이 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마라토너들이 겪는 러너스 하이라고 하는 달릴 때의 쾌감도 이런 기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포의 본질은 우리 몸속에 자리 잡은 유전자에 숨어있고 이것은 오감에 의해 깨어납니다. 공포 영화의 장면들은 허구이므로 두려워 할 필요 없습니다. 단지 오감을 자극하여 우리 몸속의 공포의 유전자를 일깨울 따름입니다. 제임스 완의 <컨저링>은 그런 요소를 아주 적절히 배합하는 영리한 영화일 뿐입니다. 단언컨대 느낌이 없다면 공포는 없습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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