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스크린 속 의학

1 엘리시움

浮萍草 2014. 3. 3. 06:00
    유토피아에 히포크라테스는 없다
    화 본 시리즈를 기억하십니까? 
    모범생처럼 반듯한 이미지의 맷 데이먼을 액션의 대명사로 만들어준 영화들입니다. 
    그 강렬한 이미지에 매료되었던 팬들은 맷 데이먼 이름 하나로 기꺼이 영화관으로 갑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엘리시움>은 그 덕을 좀 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디스트릭트 9>를 만든 닐 블롬캠프 감독의 다음 작품이라는 것으로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디스트릭트 9>은 외계인들이 지구의 빈민가에 난민으로 정착해서 산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SF였습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부실하다고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입니다. 
    마치 같은 시기에 개봉하였던 봉준호 감독의 <설국 열차>의 아쉬움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차려진 밥상에 음식 가지 수는 많은 데 정작 젓가락을 둘 데는 없는 것 마치 뷔페 식당이 맛 집이 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ㆍ의사 보다는 의료기기에 의존하는 비중 갈수록 커져 그렇게 보니 영화 <엘리시움>과 <설국열차>는 비슷한 느낌이 든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선택된 소수와 버려진 다수간의 갈등을 다룬 영화이고 악의 축인 여자(조디 포스터와 틸다 스윈튼)와 혁명을 일으키는 주인공(맷 데이먼과 크리스 에반스)이 만드는 플롯이 흡사합니다. 어떤 사회에서도 불균형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바로 역사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에도 진행형입니다. 그래서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되지요.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엘리시움>/블룸버그

    영화 <엘리시움>은 자원의 파괴와 오염으로 망가진 미래의 지구에 대한 영화입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버려진 다수의 지구인들은 황폐해진 지구에서 힘들게 살아갑니다. 하지만 부유한 소수는 지구 궤도에 엄청난 크기의 인공위성 엘리시움을 만들어 그야말로 유토피아에서 살아갑니다. 의학적으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엘리시움 시민들의 집집마다 가지고 있는 만능 치료기 였습니다. 환자가 침대에 누우면 자동으로 스캔해서 모든 병을 찾아내고, 바로 치료를 끝냅니다. 환자는 잠시 누웠다가 일어나는 것만으로 병을 고치게 됩니다. 그야말로 진시황이 찾던 불로장생의 명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의사는 필요 없는 세상이 된 것이지요. 영화 <엘리시움>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필름 카메라처럼 환자를 돌보는 의사라는 직업도 먼 훗날 사라지지 않을까?’ 실제로, 최근에는 의사의 직접적인 손길이 필요 없는 치료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로봇 수술이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입니다. 상당수의 뇌종양은 이제 방사선치료가 대세입니다. 진단에도 MRI, PET등 최첨단의 장비가 발달되어 의사의 눈과 귀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분들도 경험 많은 의사의 손길보다는 최첨단 장비를 더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원격 진료를 도입하는 문제로 갈등이 깊어갑니다. 점점 의사의 역할이 좁아지고 과학 기술이 의사를 대신하는 분야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속도라면 영화 <엘리시움>의 만능 치료기가 언젠가는 발명될지도 모릅니다. 그야말로 의사가 필요없는 세상이 되는 것입니다. 의사인 제가 실업자가 된다니 조금 섬뜩합니다. 하지만 좋은 일도 있겠지요. 우리나라 대학입시의 가장 큰 병폐인 이과 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열병이 가라앉을 것이고 인재들이 다양한 과학 분야에 진출해 과학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겁니다. 과연 의사가 필요없는, 만능 치료기가 개발된 세상이 올 수 있을까요?
    유토피아에서 따뜻한 의사들의 손길을 기대할 수 있을까./조선일보DB

    질병과 싸우는 데는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의학과 의료, 이 두 가지는 같은 목표를 두고 있지만 그 대상은 완전히 다릅니다. 의학은 질병 자체가 대상이지만, 의료는 질병을 가진 사람이 그 대상입니다. 병을 치료하는 것은 의학적인 것이 틀림없으나 개개인의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의료입니다. 의료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아픈 이를 동정하는 마음이 개입되어야만 하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입니다.
    ㆍ의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의료는 사람 손 통해야 안타까운 것은 점점 의료가 아닌 의학만으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의료에 경영이 도입되고, 효율성과 산업적인 측면이 강조되어 의료의 기본이 흐려지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섭니다. 법률이 아무리 완벽해도 판단은 사람이 합니다. 의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의료는 사람의 손을 통해야 합니다. 따뜻하게 잡는 의사와 환자의 손 서로의 마음이 통해야 진정한 치료가 되는 것이 아닐까요? 이것은 결국 의사의 몫입니다. 기계에 의존하는 차가운 의사가 아닌 손과 마음이 따뜻한 의사가 많아져야 진정한 유토피아 <엘리시움>이 될 것입니다. 의학에만 몰두하는 의학도들에게 참 의료를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느껴봅니다. 의사들이 의료의 본질을 망각하면 <엘리시움>에서처럼 실업자가 될 수 있습니다.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신경외과 전문의인 임재현 원장은 다양한 문화 읽기에 관심이 많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임재현 원장은 다양한 문화 읽기에 관심이 많다. 독특한 시각과 성실한 관심, 일상에 대한 애정이 버무려진 기록들을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남기기도 한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외래교수이자, 대한신경외과학회 법제윤리위원,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1997년 경추부 척추공 확장술 국내 도입 및 보급, 2003년에는 미니척추유합술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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