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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가니·족발 먹는다고 도가니 좋아지지 않는다

浮萍草 2014. 3. 4. 06:00
    무릎관절, 얼굴주름, 성대의 노화는 콜라겐과 히알루론산 감소 탓
    피부 노화는 콜라겐과 하일루론산의 성분이 감소해
    발생한다./조선일보DB
    절 질환을 주로 진료하는 의사로서 가장 듣기 거북한 말이 무릎을 ‘도가니’라고 부르는 것이다. 상당수 사람들이 “무리하게 등산하다 도가니가 나갔다”거나 “도가니탕이 도가니에 좋다”고 말한다. 사전을 찾아보면 ‘도가니’의 표준말은 ‘뼈도가니’로 소의 무릎뼈를 가리킨다. 이를 이용해 만든 요리가 도가니탕이다. 소의 무릎뼈를 지칭하는 말을 사람의 무릎에다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형외과-재활의학과 전문의로 관절 질환이나 스포츠 손상 등의 환자를 오랫동안 진료하면서 고민이‘퇴행성 관절염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는 점이다. 도가니탕이라도 먹으면 아픈 무릎 관절이 좋아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의사로서 좀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퇴행성 관절염이라는 말은 꽤나 어려운 용어임에도 불구 미디어 등에서 워낙 자주 쓰이다보니 요즘은 익숙한 편이다. 그냥 ‘관절염’이 아니라 ‘퇴행성’이란 말이 앞에 붙었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퇴행(退行)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퇴행, 또는 퇴화라는 것은 예전으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관절이 도대체 어디로 되돌아가는 것이 퇴행성 관절염일까? 퇴행성 관절염은 노화, 즉 늙어서 생기는 것이다. 물론 늙는다고 다 똑같이 관절염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젊은 사람들에게도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한다. 특히 등산이나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 중에 일찍 퇴행성 관절염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나이든 사람들에게 흔한 것이므로 오랫동안 많이 사용하다보니 생긴 병으로 이해하면 될 것같다. 그렇다면 퇴행성 관절염은 병인가? 노화를 질병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는데 만약 노화가 병이 아니라고 하면 퇴행성 관절염도 병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그냥 노화일뿐이다. 우리 몸에서 노화는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노화를 실감하는 곳이 눈(노안),주름살,목소리 등이다. 무릎 관절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노화가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부위인 무릎 관절,주름,성대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콜라겐과 히알루론산’이다. 콜라겐은 여자들 화장품에 들었다고 광고하는 것이라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고 히알루론산도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 주름살 개선 목적으로 시술하는 필러의 주성분이다. 이처럼 주름 예방이나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콜라겐과 히알루론산이 무릎이나 목소리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일까?
    퇴행성 관절염은 연골을 구성하는 콜라겐이 감소해서 생긴다. 도가니를 먹는다고 해서 즉각 치료되지는 않는다./조선일보DB

    무릎을 포함한 많은 관절의 뼈에는 연골이 있다. 이 연골의 주요 성분이 바로 콜라겐이다. 무릎 연골을 보자. 연골은 흰색으로 두께는 약 5mm이다. 어린이들이 많이 먹는 슬라이스 치즈를 상상하면 된다. 물론 그보다는 단단하지만 뼈만큼 딱딱하지는 않으며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조직이 스폰지처럼 구멍이 나 있어서 충격을 잘 흡수한다. 연골에는 신경이 없어서 손상돼도 아프지 않다. 더욱이 혈관도 없다. 우리 몸의 모든 조직은 혈관을 따라가는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데 혈관이 없는 연골은 어떻게 영양을 공급받을까. 바로 관절 안에 든 활액(滑液) 이라는 윤활유가 그 역할을 한다. 관절을 감싸고 있는 관절막이 있고 그 내부에 활액막이 있다. 활액막의 세포에서 활액을 만드는데 이 때 영양과 산소가 활액에 녹아 들어갔다가 연골에 공급된다. 활액은 계란 흰자나 생선의 피부 표면에 묻은 물질처럼 무척 끈적끈적하고 미끄럽다. 이 활액의 주요 성분이 바로 히알루론산이다. 피부에서 주름이 생기는 주된 원인이 나이 들면서 콜라겐과 히알루론산 성분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콜라겐 성분을 함유한 주름 방지 화장품도 많이 나와 있고 히알루론산 성분을 함유한 필러나‘물광주사’나 ‘꿀광주사’를 맞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나이가 들면 목소리도 늙는다는 말을 듣곤 한다. 목소리를 내는 성대의 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대의 탄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성대의 콜라겐과 히알루론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젊을 때 탱탱하던 목소리가 늙으면 푸석푸석해지는 이유다. 무릎과 주름, 성대는 서로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지만 콜라겐과 히알루론산 감소에 의한 노화가 진행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형외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콜라겐이 많이 들어 피부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돼지껍질,족발,닭발,도가니,소꼬리 같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주름 예방은 물론 퇴행성 관절염이나 성대 노화 예방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도가니탕이 진짜로 도가니에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콜라겐이 많이 든 식품이 피부의 탄력 유지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아직 의학적으로 다 검증되지는 않았다. 만약 콜라겐이 주름 예방효과가 있다면 관절염 예방 효과도 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을텐데, 아쉽다. 그래도 나는 누가 도가니탕이 무릎 관절염 예방에 좋으냐고 물으면 “드시라”고 하는 편이다. 음식 속 콜라겐은 몸에 흡수될 때 분자 단위로 분해되기 때문에 사실 콜라겐을 먹는다고 우리 몸의 콜라겐 성분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소나 돼지의 간을 먹는다고 사람의 간이 좋아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동물의 특정 부위가 사람의 그 부위에 좋을 것이란 생각은 의학적으로는 근거가 빈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도가니탕이나 족발,돼지껍질을 기꺼이 드시라고 하는 이유는 아주 값이 비싸지 않으면서 영양 공급에 도움이 되고 일정 부분 위약 효과 (플라시보 효과라고 한다)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다고 생각하고 먹으면 실제로 몸에 좋을 수 있다. 물론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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