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적벽부(赤壁賦)를 읊은 중국 북송때의 시인 소동파(蘇東坡)는“복어의 맛은 가히 목숨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극찬했다.
봄이면 산란을 위해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오는 민물복어인 황복은 복 중의 복으로 불린다.
황복은 늦가을에서 초봄 사이가 가장 맛이 좋다.
‘동국세시기’에는“복사꽃이 떨어지기 전 하돈(河豚·강에서 잡는 복)에 파란 미나리와 기름과 간장을 섞어
국을 끓이면 그 맛이 진기하다”고 기록되었다.
이처럼 산란하기 전의 황복 맛이 가장 좋으나 독이 있어 복을 먹고 죽는 사람이 많았다.
지난 1980년대만 해도 복어를 잘못 먹고 중독되는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했다.
복어의 독소는 껍질,내장,아가미,눈,알 등에 들어 있는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으로 가열해도 잘 소멸
되지 않는다.
이 같은 맹독성 때문에 1984년에 복어조리기능사 제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예전에는 복어를 먹고 중독되면 마당돌리기라고 해서 한쪽 옆구리에 중독된 사람의 목을 끼고 마당을 돌면서
이마를 손으로 쳐서 잠을 못자게 하는 방법으로 중독을 풀어주었다고 한다.
복백탕은 이처럼 독이 있으면서도 맛이 좋은 복어를 재료로 끓여낸 맑은 탕이다.
조선시대 문종(文宗)이 세자때 소갈병(당뇨병)에 걸린 부왕(父王) 세종(世宗)에게 아침 문안때마다 복어로
끓인 맑은 탕인 복백탕(鰒白湯)을 끓여 올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규합총서’에 ‘복어는 그 독이 지독하나 맛 좋기로 이름났으니 안 먹을 수가 없다.
복을 끓일 때 부엌의 그을음이 떨어지는 것을 꺼려 뜰에서 끓이고 복어를 먹고 나서 숭늉을 마시는 것을 꺼리고 곤쟁이젓이 복어독을 푸는 데 좋다’고 나와 있다.
요즘은 숙취를 풀어주는 해장용으로 복 맑은탕이 ‘복지리’로 불리며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옛날 우리 조상들은 관절통에 복이 효험이 있다고 믿었다.
복을 잡아 내장을 긁어내고 초가집 처마 끝에 매달아 말려 두었다가 노인들이 팔,다리가 쑤시는 관절통으로 힘들어하면 된장을 풀어 복된장국을 끓여 냈다고 한다.
복백탕을 끓이기 위해선 복어 배를 갈라 가로 세로로 있는 핏줄을 칼로 잘 긁어내어 물로 씻고 살을 상하지 않게 한다.
노구솥에 백반 작은 조각과 기름을 붓고 장과 미나리를 넣어 끓인다.
이렇게 끓인 복어국은 식어도 비리지 않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복어살만 토막 지어 기름에 지져 내서 끓이면 맛이 매우 좋고 해독되어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 Munhwa ☜ ■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草浮 印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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