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醬)김치는 무·배추에 젓갈 소금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간장을 탄 물에 꿀이나 설탕을 쳐서 담근 국물
김치다.
장김치는 맛이 담백하고 심심해서 빨리 익으므로 오래 두고 먹기가 어렵다.
따라서 김치 숙성이 비교적 느린 겨울철에 먹을 만큼만 담가 먹는다.
장김치는 우리나라에 아직 고추가 유입되기 전에 많이 담가 먹었던 김치다.
그래서 이규보(1168∼1241)의 동국이상국집, 이색(1328∼1396)의 시와 산문집인 목은고 등의 고문서에 장김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고추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1592∼1598) 전후로 알려져 있다.
김치의 대명사인 통김치(배추김치)는 19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었다.
일제강점기 요리연구가였던 이용기가 1924년 펴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장김치 만드는 법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우선 배춧속을 일정한 길이로 썰어 씻는다.
그리고 무를 섞박지처럼 썰어 장에 잘 절여 놓는다.
이어서 실고추 파 마늘 생강 석이버섯 표고버섯을 채 치고 밤 대추 미나리 갓을 잘라 넣고 잣을 넣은 뒤 설탕을
쳐서 모두 섞는다.
여기에 배추 무에서 나온 장물에 물을 더 부어 간을 심심하게 맞춰 봉해 익힌다.
배추를 통으로 설탕과 장에 절였다가 소를 넣고 담그거나 배추 무를 절이기 전에 설탕을 뿌려 섞어 하루쯤
두었다가 진장을 쳐서 절여 담그면 맛이 더 좋다.
장김치는 한겨울에도 2∼3일 후면 먹을 수 있다.
장김치는 소금에 절이고 고춧가루 양념으로 버무리는 빨간 김치와 달리 간장으로 절이고 맛을 낸 것이다.
거무스름한 간장의 색과 향이 독특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새콤달콤하고 사각사각한 식감도 좋다.
장김치를 그릇에 담을 때는 잣과 고명을 위에 얹는다.
장김치에는 일반김치에는 잘 이용되지 않는 밤 대추 석이버섯 등의 고명도 얹어졌다.
조선시대 궁중에서 많이 이용됐으며 격식을 차리는 떡국상 잔칫상 주안상 등에 많이 올랐다고 한다.
장김치는 소금 젓갈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담백한 음식을 원하는 환자나 아이들에게 적합한 김치다.
아직도 춥지만 입춘이 지난겨울 끝자락에 시원하고 심심한 장김치를 담가 봄을 기다리면서 입맛을 한번 돋워 보는 건 어떨까.
☞ Munhwa ☜  ■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학교 명예교수· 전한국가정과학회장
草浮 印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