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우리 음식 이야기

‘메밀빙떡’

浮萍草 2013. 8. 14. 06:00
    보다 잡곡이 많이 나는 제주도에서는 예부터 메밀,조,보리,고구마 등으로 만드는 떡이 많이 발달했다. 그중에서도 메밀빙떡은 제주의 별미음식으로 유명하다. 메밀빙떡은 메밀가루를 묽게 반죽해 얇게 지진 다음 펼쳐 놓고 무채나물을 소로 넣은 뒤 돌돌 말아 만든 것이다. 메밀은 13세기 고려 말 제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설에 의하면 원나라가 제주(당시 탐라)를 침략하면서 메밀의 독성으로 탐라인을 말살시킬 계략으로 동원했다 고 한다. 그러나 제주 사람들이 메밀로 메밀빙떡을 만들어 먹으며 오히려 향토음식으로 자리잡게 됐다. 메밀과 무는 원래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이다. 메밀의 찬 기운을 무의 따뜻한 기운이 감싸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메밀을 이용한 음식인 메밀빙떡,메밀범벅,메밀수제비,메밀국수 등에 반드시 무를 넣는다. ‘빙떡’이라는 명칭은 메밀반죽을 국자로 빙글빙글 돌리면서‘빙철(번철)에 지진다’는 뜻에서 유래됐다는 설과,메밀 지진 것에 무채나물을 넣어 ‘빙빙 돌려 만다’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있다. 제주에는 이웃이나 친족에게 큰일이 생겼을 때 부조음식을 ‘대차롱(대나무로 짠 바구니로 뚜껑이 있음)’에 담아 보내는 풍습이 있었다.
    제주에서는 빙떡을 대차롱에 담아 부조했다. 그러나 밀가루음식이 흔해지면서 메밀빙떡을 부조음식으로 이용하던 제주 고유의 풍속도 사라지고 있다. 메밀빙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메밀가루에 미지근한 물을 섞은 뒤 국자에 떠서 내렸을 때 가늘게 흘러내릴 정도로 반죽한다. 무는 채 썰어서 뜨거운 물에 살짝 익혀 꺼낸 다음, 곧바로 송송 썬 실파와 버무린다. 그러면 실파가 무채의 뜨거운 열에 의해 익으며 버무려지는데 이것을 참기름과 참깨로 양념해 둔다. 그리고 달군 번철(솥뚜껑)에 돼지기름을 두르고 메밀반죽을 국자로 떠서 빙빙 돌리면서 얇고 넓게 지져내 대바구니 위에 고르게 편다. 양념한 무채나물을 메밀전의 한쪽에 가지런히 얹어서 멍석을 말듯 돌돌 만 후 남겨둔 양쪽 끝이 접히도록 가볍게 눌러 마무리한다. 재료는 다르지만, 터키의 케밥이나 멕시코의 부리토 등도 만드는 법이 비슷하다. 메밀빙떡을 먹을 때는 가운데를 반으로 잘라 초간장에 찍어 먹는다. 메밀빙떡은 메밀전의 담백한 맛과 무채나물의 삼삼하고 시원한 맛이 어우러져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강원 봉평에서는 메밀전에 속재료로 김치를 넣어 만들어 ‘메밀총떡’이라고 한다.
    Munhwa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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