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기획ㆍ특집

우리는 왜 祖國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내쫓는가

浮萍草 2014. 2. 14. 11:32
    퇴물 취급 받고 러 歸化 안현수, 텃세 탈락에 日 대표 된 추성훈
    실력으로 고국의 파벌·오심 입증… 
    정치 공세와 'CIA 스파이' 낭설로 김종훈 장관 후보 낙마시킨 이들
    '미래·창조' 잃은 현실 맘 편한가
    박정훈 디지털 담당 부국장
    #'빅토르 안'이 된 안현수(29)의 활약을 보면서 그의 과거 말이 의미심장하게 떠올랐다. 작년 러시아 언론 인터뷰 때였다. '귀화 후 가장 기뻤던 일이 뭐냐'는 러시아 기자의 질문에 안현수의 대답은 이랬다. "동메달을 따든 금메달을 따든 전 스태프들이 다 같이 좋아해 주고 선수들도 다 같이 축하해준다. 이런 모습이 너무 좋았다." 아니,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말인가. 메달을 땄는데도 감독·코치나 동료 선수들이 축하해주지 않더라는 건가. 따지고 보면 짚히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빙상연맹이 한체대(한국체육대)와 비(非)한체대 간 파벌 싸움으로 악명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양 파벌의 코치·선수가 제각각 훈련을 하고 밥도 따로 먹을 정도였다. 레이스에서 다른 파벌 선수가 지도록 서로 견제한다는 얘기도 끊이지 않았다. 국가대표 시절 안현수는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같다. 2006년 세계선수권대회 직후 그는"파벌 싸움이 너무 커져 선수들이 피해본다"고 토로한 일이 있다. 안현수의 조국 탈출을 모두 파벌 갈등 탓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한때 부상에 시달렸고 소속팀(성남시청)이 해체되는 등의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빙상계와 한국 사회가 좀 더 배려하고 아껴주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안현수의 아버지는"빙상연맹이 (안현수를) 붙잡기는커녕 한물간 선수라고 깎아내렸다"고 털어놓았다. 그 결과 한국이 낳은 걸출한 빙상 영웅이 러시아 유니폼을 입고 조국 선수들과 경쟁하는 착잡한 상황이 빚어졌다. # 한국·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인 추성훈(39)은 아버지가 대단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오사카에서 태어나 자란 재일교포 4세였지만 20대 중반까지 한국 국적을 지켰다. 일본 사회에서 한국 국적으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는 사람은 안다. 그는 유도 사범인 아버지 뜻에 따라 태극 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고 싶었다. 24세 때 조국에 와서 부산시청 유도팀에 입단, 대표 선발전에 도전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탈락하고 말았다. 추성훈은 텃세 때문에 졌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절치부심한 그는 일본으로 돌아가 귀화한 뒤 결국 일본 대표에 선발된다. 일장기(日章旗)를 달고 출전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그는 한국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자신을 탈락시킨 한국 유도계의 판정이 잘못됐음을 실력으로 입증한 셈이었다. 추성훈은 2년 전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심경을 밝힌 일이 있다. 진행자 강호동이 "한국 유도가 실력 외에 다른 무엇이 있었다고 믿는가"라고 물었다. 추성훈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답은 "파벌이 존재한다.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내정됐다가 낙마했던 김종훈(53)을 기억하시는가. 대학생인 그의 두 딸이 지난 여름방학 때 서울에 와서 어학 연수를 받고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매년 방학 때면 하던 한국어 공부를 작년에도 거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지난여름이라면 김종훈이 온갖 공격을 받고 만신창이가 돼 미국으로 돌아간 직후다. 당시 그의 마음은 모국(母國)에 대한 섭섭함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딸들을 한국에 보낸다는 것이 감정적으로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그는 장관 후보가 되기 전에도 그랬고 낙마 후에도 변함없이"나를 낳아준 한국을 사랑한다"고 해왔다. 그가 말하는 '조국애(愛)'가 거짓은 아니었다는 증거였다. 미국 엘리트 사회의 핵심부에 근접해 있다는 그는 인사검증 과정에서 온갖 공격을 받았다. CIA(중앙정보국) 스파이로 매도되는가 하면 부인 명의 빌딩이 매춘에 연루됐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런 의혹 중 어느 하나도 사실로 드러난 것이 없었다. 당시 김종훈을 겨냥한 의혹 제기는 야당과 좌파 진영이 주도했다. 검증 수준을 넘어 박근혜 정부를 흔들려는 정치 공세 성격이 강했다. 그 결과가 너무도 허망했다. 정파 싸움 때문에 우리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는 인물을 내쫓은 셈이 됐다. 결국 무난한 학자가 기용된 미래창조과학부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의 평범한 관료 조직이 되고 말았다. ' 미래'를 '창조'하기는커녕 도대체 일은 하고나 있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을 받는다. 1년 전, 김종훈을 쫓아낸 진영은 국가 자존심을 지켰다고 환호했다. 지금 미래부를 보고도 만족하시는가.
    Premium Chosun   박정훈 디지털 담당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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