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우리 음식 이야기

비빔밥

浮萍草 2014. 1. 30. 17:44
    얀 쌀밥에 갖은 나물과 고기볶음 튀각 등을 올려 비벼 먹는 비빔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조선 말기에 편찬된 저자 미상의 조리서 ‘시의전서’에도 비빔밥 만드는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시의전서에는 “먼저 밥을 정히 짓고 고기는 재워 볶고 간납(소의 간과 처녑)은 부쳐 썬다. 각색 남새(채소)를 볶아 놓고 좋은 다시마로 튀각을 튀겨서 부수어 놓는다. 밥에 모든 재료를 다 섞고 깨소금, 기름을 많이 넣어 비벼서 그릇에 담는다. 위에는 잡탕거리처럼 계란을 부쳐서 골패짝 만하게 썰어 얹는다. 완자는 고기를 곱게 다져 잘 재워 구슬만큼씩 빚은 다음 밀가루를 약간 묻혀 계란을 씌워 부쳐 얹는다. 비빔밥 상에 장국은 잡탕국으로 해서 쓴다”라고 기록돼 있다. 비빔밥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이 섣달 그믐(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과 관련된 것이다. 예전에는 섣달 그믐밤에 음식을 남기지 않고 새해를 맞기 위해서 남은 밥에 반찬을 모두 넣고 비벼서 가족들이 밤참으로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조선 후기의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에 섣달 그믐밤 먹는 비빔밥 이야기가 나온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도 뒤섞는다는 뜻으로 골동반(骨董飯)이라 하여 섣달 그믐밤 수라상에 올렸다고 한다. 또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나서 한밤중에 제물 음복을 위하여 제상에 올린 적 숙채 간납 등을 넣고 고루 섞어 비벼서 식구들이 나누어 먹는 풍습에서도 비빔밥은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경상도 지역에는 평소에도 제삿밥을 먹고 싶어 제사를 지내지 않고 먹는 헛제삿밥을 만들어 먹은 풍습이 있다. 이와 함께 서민들의 일상에서도 비빔밥은 의미있는 음식이었다. 농사철에 들에서 품앗이로 이웃간에 서로 도와주며 일하다,
    밥은 큰그릇에 푸고 나물을 바가지에 듬뿍 담아서 한꺼번에 비벼 작은 바가지에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유래는 여러 가지여도 한 가지는 모두 같았다. 여러 가지 식품재료가 한 그릇에 담겨 조화와 융합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열량 고단백식으로 영양균형성 측면에서도 뛰어났다. 정서적으로도 비빔밥의 역할은 작지 않다. 넓은 그릇에 밥과 반찬들을 한꺼번에 넣고 빨간 고추장으로 비벼서 한 숟가락 가득 퍼 입 속으로 넣는 순간에 마음의 스트레스가 풀어지는 기분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비빔밥은 국제선 항공의 기내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해외 유명 연예인들의 살빼기 음식으로도 종종 회자된다.
    Munhwa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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