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언젠가 암 전문의로서 암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를 일반 대중에게 제대로 말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20년 이상 지니고 살아오지 않았나….
하지만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은 게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
암 환자를 진료하는 매 순간 크고 작은 결정을 끊임없이 내려온 나로서도 이번 암 이야기 제안에는 망설여졌다.
하지만 이내 마음이 기울었다.
‘암에 대한 이야기’는 언젠가 하고 싶은 일,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암 전문의로 살아온 지 27여년.
그동안 수많은 암 환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절박함 기대감 체념 희망 환희 등을 접하며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진료실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상황에서는 나눌 수 없는 이야기들 그리고 진료실에서 하기에는 어쩌면 너무 늦은 이야기들을 언젠가 남기고
싶었다.
나의 이야기로 인해 어쩌면 몇몇은 암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공포와 기대를 동시에 담은 눈빛으로 암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이 긍정적이고 차분한 마음을 갖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암 진단이 가져오는 두려움을 덜어내고 용기를 내어 암과 싸우도록 환자들을 북돋을 수 있다.
또한 암 환자들을 노리는 거짓 정보 사이비 의료로부터 그들을 보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언젠가 이러한 이야기를 꼭 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살아왔다.
‘암 이야기’ 연재를 시작하며, 암 전문의로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많은 사람이 암을 ‘죽는 병’이라고 인식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아주 많은 사람이 암에서 치유돼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나는 앞으로 암이란 도대체 어떤 질환인지 천천히 친절하게 설명할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암에 대한 지식 암의 진단과 치료는 놀랄 만큼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래된, 혹은 잘못된 지식이 아직도 암환자와 가족
들의 주위를 맴돌면서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잘못된 유혹으로부터 환자들을 구하고 싶다.
‘암 이야기’를 통해 암은 왜 발생하는지, 어떻게 하면 암을 피할 수 있는지, 암의 진단 과정은 왜 그렇게 복잡한지 등등을 하나하나 풀어나갈 것
이다.
암진단과 함께 처음 접하는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제 치료 표적 치료 임상시험 등 환자들이 묻고 싶던 낯선 용어들과 상황들에 대해서도 답할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학문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지는 않을 생각이다.
일반인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이 편하게 읽고 암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강의는 나의 중요한 업무이지만 이제까지 대상은 늘 의학도들이었다.
얼마만큼 내가 일반인들을 잘 이해시킬 수 있을까.
나에게 익숙한 일이 아니기에 걱정이 앞서지만 한 가지는 다짐해본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리고 정직한 글을 쓰겠다고.
많은 이들이 암의 세계로 들어와 암으로부터 자유로워지시길 기원한다. - 방영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