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달팽이 박사의 생명 이야기

우리 몸속의 우주 DNA… 모두 이으면 지구 둘레보다 길죠

浮萍草 2014. 1. 18. 10:06
    엔에이(DNA)가 '부모에게 물려받은 DNA''속일 수 없는 DNA''김치 DNA' 등으로 어느새 흔한 말이 되었다. 또 어떤 일이 매우 중요하거나 정수(精髓)·핵심·기질(基質)·바탕·유전·알맹이가 된다는 뜻으로 "그것은 오늘 토론의 DNA다""민족의 DNA를 거기서 찾는다""영혼의 DNA가 서로 다른 탓이다" 등 덩달아 DNA를 자주 끌어다 쓴다. 친자감별 범인 찾기 생선이나 육류의 진위나 생산지를 분간하는 데도 DNA 검사가 이용되기에 이르렀다. DNA는 생명의 본질로 세포의 중심물질인 염색체를 구성하고 내림 물질이 각인되어 있으며 온갖 물질대사를 하는 RNA와 단백질을 합성한다. 그리고 진핵생물세포는 죄다 가지므로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다 들어 있어 섭취, 소화한다. 핵산(核酸)에는 DNA(deoxyribonucleic acids)와 RNA(ribonucleic acids)가 있고 DNA가 주로 핵에 존재한다면 RNA는 세포질에 있으며 DNA는 '뒤틀린 사닥다리'처럼 두 올로 배배 꼬인 이중나선구조(二重螺旋構造)인 데 반해 RNA는 달랑 외가닥이다. 그리고 세포질에는 호기성세균이 변한 미토콘드리아와 남조류(藍藻類)가 전신인 엽록체에 DNA가 들어 있다. 사람 체세포 한가운데에 어림잡아 족히 그것의 10분의 1이나 되는 핵이 있고 그 속에는 세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입력된 염색체(染色體) 46개(난자 23개와 정자 23개)가 들었다. 염색체는 다닥다닥 줄줄이 이어진 염주 구슬모양의 히스톤(histone) 단백질과 그것을 휘돌아 감싸는 DNA로 이뤄졌다. 이집트 미라에서 찾아낼 만큼 퍽 검질긴 DNA 분자는 아데닌(Adenine.A) 구아닌(Guanine.G) 시토신(Cytosine.C), 티민(Thymine.T) 같은 4가지 염기와 당 인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양 가닥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당과 인산이고, A-T와 G-C는 사닥다리 디딤대처럼 두 가락을 건너지른다. 한데 찰떡궁합이 따로 없다. A염기는 T G는 C와 늘 상보적(相補的)으로 결합하니 이런 염기 짝꿍이 염기쌍이고 난자와 정자에는 각각 자그마치 30억이 넘는 염기쌍이 들었다. 번갈아 배열하는 염기쌍 차례(염기서열)를 낱낱이 밝힌 것이 '인간게놈계획'으로 이젠 몇 번 염색체의 어느 자리에 무슨 병을 일으키는 어떤 유전자가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결국 몸집 큰 한글사전, 백과사전도 뜯어보면 자음 14자와 모음 10자가 엇갈린 것이듯 생명의 원천인 복잡다단한 DNA는 단지 A, T, G, C 네 염기글자로 이뤄졌다.
    사람 DNA 분자는 폭이 약 2.5나노미터(nanometer·1㎚는 10억분의 1m)이고 하나의 세포핵(염색체)에 든 것을 모두 연이으면 놀랍게도 2m 가까이 된다고(머리카락 직경은 4만~12만㎚)한다. 사람세포를 100조개라 친다면 거기에 든 DNA를 몽땅 잇댈라 치면(100조×2m) 약 4만㎞인 지구둘레를 몇 바퀴를 돌리며 거의 38만㎞인 달까지를 몇 번 오갈 수 있을까? 그래서 '세포는 우주'라 하는 것일 터다. 유전정보(약 2만개 유전자)가 다 담겨 있는 DNA가 온전히 생살여탈을 쥐고 있으니 공포의 대상인 암도 DNA 염기서열이 어그러진 돌연변이 탓이 아닌가. 여기까지 거대한 얼음산의 작은 귀퉁이에도 못 미치는 DNA 이야기를 밑도 끝도 없이 마구 뇌까렸다. 결코 공치사가 아니다. 골수가 으스러지면서도 미쳐 연구에만 몰두하는 음지의 과학자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Chosun         권오길·강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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