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달팽이 박사의 생명 이야기

피는 못 속인다는 말… DNA 대물림 내력 보면 압니다

浮萍草 2014. 2. 8. 12:03
    버이의 성격·체질·생김새 따위가 자손에게 내리 물림 하는 것을 유전이라 한다. 그 개념은 1860년쯤 멘델이 '멘델유전법칙'을 세상에 내보이며 처음 언급하기 시작했고 그 뒤 DNA가 알려 지면서 더욱 구체화하였다. 어느 집안이나 나름대로 면면히 흐르는 내리 물림의 내력이 있으니 이른바 유전인자(DNA) 때문이다. 그래서 피는 못 속인다고 하는 것. 사람의 유전인자도 핵에 있는 염색체의 DNA에 존재하고 몇 번 염색체의 어느 자리에 무슨 병을 유발하는 어떤 유전자가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유전자란 DNA 분자의 아주 작은 한 토막인데 세포핵에 든 2m 길이의 DNA를 2만번 동강 낸 정도(사람 유전자는 2만여개)로 작다. 또한 세포 하나하나에 똑같은 유전물질이 들었기에 체세포 하나로 복제 양을 만들었고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복제인간도 가능하다. 일란성 쌍둥이가 유전물질이 같은 것도 그런 탓이다. DNA(유전정보)가 RNA에 옮겨지는 전사(轉寫)가 이뤄진 뒤 RNA의 번역(飜譯)을 거쳐 아미노산이 단백질로 바뀌는데 단백질들의 생리작용으로 유전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유전자 발현이라 한다.
    유전자에 따라 단백질의 성질과 종류가 결정 난다는 것. 그런데 생명의 핵심인 DNA(유전자) 손상이나 염기서열에 말썽이 나는 날엔 이상한 단백질이 만들어져 세포가 죽거나 돌연변이가 생긴다. 혈연관계인 사람을 일러 겨레붙이·피붙이·살붙이라 한다. 혈연적인 원근에 따라 끌림·당김의 정도가 다르니 이를 근연도(近緣度·degrees of relatedness)라 한다. 친족관계에 있는 두 사람이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을 이르는 것으로 혈연도(血緣度)라고도 하며 이는 곧 부모로부터 자손에게 동일한 대립유전자(對立遺傳子)가 유전될 가능성을 뜻한다. "한 마당에 십촌 난다"고 하지만 실제론'한 대가 삼천리'라고 한 대씩 내려갈 적마다 유전자의 농도는 가차 없이 반반 옅어진다. 근연도는 복잡한 공식으로 계산하는데 부모·자식 간에는 유전자(DNA)가 반반씩 섞임으로 2분의 1(50%)이다. 또 삼촌(외삼촌)·고모(이모)와 조카, 조부모(외조부모)와 친손주(외손주)는 4분의 1(25%) 증조부모와 증손은 8분의 1(12.5%)이다. 그리고 일란성 쌍둥이는 서로 같고(100%) 형제·자매 간에는 4분의 1(25%) 사촌 8분의 1(12.5%) 5촌 16분의 1(6.25%) 6촌 32분의 1(3.13%) 7촌 64분의 1(1.57%) 8촌 128분의 1(0.78%) 9촌 256분의 1(0.39%) 10촌은 512분의 1(0.2%)이다. 근연도가 높은 배우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유전적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부부가 공통된 조상을 가지기 때문에 같은 종류의 열성 유전자를 공유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껏 동성동본끼리는 결혼을 금했었는데 뒤늦게 민법이 개정되어 8촌(堂內·당내) 안의 일가는 한집안으로 쳐서 혼인을 못하지만 DNA 닮기가 0.39%로 묽어진 9촌이 넘으면 남과 다름없다 하여 혼례를 허용한다. 허나 필자는 내내 그 법에 반대하는 천하에 고루한 사람 축에 든다. 어쨌거나 막하는 욕으로"그래 인마 너하고 열촌(0.2%) 넘었다"고 하는데 이는 꽤 생물학적인 근거가 있다 하겠다. 그리고 사람 유전자와 침팬지는 근 1% 남녀는 0.1%가 다르다고 한다. 이렇듯 무촌인 부부간에도 유전자가 차가 나니 남이 나와 같기를 바라지 말 것이다.
    Premium Chosun         권오길·강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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