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 맛 세상

크리스마스와 케이크

浮萍草 2013. 12. 26. 09:56
    케이크 대목인 한국 크리스마스
    성탄절이 전통 명절인 유럽에선 케이크보단 빵 스타일 후식 먹어
    冬至와 성탄절 날짜 유래도 비슷… 케이크 대신 팥죽 먹는 성탄절 올까
    김성윤 대중문화부 기자
    리스마스이브 그러니까 지난 24일 저녁 회사일을 서둘러 마치고 집으로 종종걸음하는 아빠와 엄마 손에는 대개 케이크 상자가 하나씩 들려 있었으리라. 한국에서 케이크는 크리스마스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음식이다. 특히 상업적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 일년 판매되는 전체 케이크의 5분의 1이나 되는 엄청난 숫자의 케이크가 성탄절을 앞둔 2~3일 동안 팔려나간다. 한국에서 언제부터 케이크를 먹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대중화한 건 1980년대다. 버터나 마가린 쇼트닝 따위 고형 지방에 설탕을 넣고 거품을 일으켜 만든 버터크림을 바른 케이크가 일반적이었다. 1990년대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냉장 기술이 발달하자 진하고 고소하지만 느끼하기도 한 버터크림 대신 신선한 생크림 케이크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프랑스어로'거품(mousse)'을 뜻하는 가볍고 산뜻한 무스크림으로 만든 무스크림 케이크가 케이크 시장의 대세가 됐다. 최근 케이크 트렌드는 소형화다. 케이크가 평소 즐기는 디저트가 됐고 건강이나 몸매를 걱정해 단 음식을 꺼리는 이들이 늘었다.
    이에 따라 2~3명이 한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직경 15~20㎝ 정도 작은 케이크가 대세가 됐다. 한국에선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떠올리는 음식이 케이크뿐이지만, 서양에선 매우 다양한 음식을 푸짐하게 먹는다. 우리의 설이나 추석에 버금가는 연중 최고 최대 전통 명절이기에 오랫동안 성탄절이면 먹었던 전통 음식이 여러 가지가 있다. 많이 간소화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성탄절이면 온 가족과 친지가 식탁에 둘러앉아 엄마나 할머니가 준비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기자가 일년간 살았던 가톨릭교회의 본산 이탈리아의 가정에는 크리스마스 앞뒤로 전통 식사를 두 차례 즐긴다. 성탄절 자정미사를 앞두고 24일 저녁에는 '체나 디 마그로(cena di magro)'라고 부르는 만찬이 있다. 체나는 '저녁식사'이고 '마그로'는 '마른' '여윈'이란 뜻이다. 마르고 여위었다는 건 고기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지 음식이 풍성하지 않거나 가짓수가 적다는 소리는 아니다. 프리미(primi)라고 하는 첫 코스로 단호박이나 리코타 치즈, 허브 따위로 속을 채운 라비올리(ravioli)나 토르텔리(tortelli)를 주로 먹는다. 라비올리나 토르텔리나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서 여러 가지로 속을 채우는 것이 한국 만두와 비슷하다. 가톨릭 전통을 더욱 엄격하게 지키는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라비올리나 토르텔리도 사치스럽다 하여 채소만으로 끓인 수프를 먹기도 한다. 이어지는 세콘디(secondi) 즉 메인코스는 생선으로 만든다. 가장 즐겨 등장하는 건 장어로, 오븐이나 그릴에 굽거나 기름에 튀겨서 토마토소스를 쳐서 먹는다. 바칼라(baccala)도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에 많이 먹는다. 바칼라는 소금에 절인 대구로, 물에 여러 날 담가 소금기를 뺀 다음 다양하게 요리한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본격적인 성탄절 가족 식사는 성탄절 점심이다. 정오를 조금 넘긴 이른 오후에 주로 먹는다. 이때는 고기와 기름이 흘러넘친다. 식탁이 풍성하다 못해 그야말로 상다리가 부러질 판이다. 라비올리나 토르텔리도 여러 종류가 나올 뿐 아니라 소고기와 돼지고기 햄 소시지 채소가 잔뜩 들어간다. 메인코스로는 수탉이 전통적이나 요즘은 더 크고 싼 칠면조로 대신하는 경우가 흔하다. 닭고기나 돼지고기로 만든 요리도 즐겨 먹는다. 식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디저트는 빵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다. 신약성경에서 예수가 최후의 만찬 때 빵을 축복한 뒤 떼어 제자들에게 나눠주며"받아서 먹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고 말한 것처럼 기독교에서 빵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한다면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로 유명한 베로나에서 탄생한 '판도로(pandoro)'는'황금(oro)의 빵(pan)'이란 뜻이고 패션의 도시 밀라노의 '파네토네(panettone)'는 '중요한 (tono)빵'이라는 의미다. 버터와 건포도, 말린 오렌지 껍질 등을 잔뜩 넣어 맛이 풍성하고 호화롭다. 한국의 크리스마스로 돌아오자.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왜 케이크를 먹는 것이 공식처럼 한국인 머리에 각인됐는지는 잘 모른다. 성탄절이 전통적 명절이 아닌 외국에서 들어온 공휴일이고 전래된 역사도 길지 않아서일 듯하다. 문득 얼마 전(22일) 지나간 동지(冬至)가 떠올랐다. 알다시피 동지는 연중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밤이 길고 음(陰)의 기운이 성해 귀신이 많이 나다닌다 하여 귀신들이 무서워하는 붉은색을 띤 팥죽을 먹고 문에 뿌리는 풍습이 생겨났다. 크리스마스도 동지와 관련이 있다.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예수가 언제 태어났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왜 12월 25일을 그의 생일로 기념하는가. 기독교가 공인되기 전 로마에서는 이날이 '사투르날리아(Sarturnalia)'라고 해서 태양에 바쳐진 축제의 마지막 날이었다. 밤이 가장 긴 동지가 지나면 낮이 점점 길어지는데 이를 태양 그리고 태양과 함께 오는 생명의 부활로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탄절에 새알심 넣은 팥죽을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시간이 더 지나 성탄절이 한국의 명절로 정착된다면 그때는 어떤 음식을 먹을지 궁금해진다
    Premium Chosun         김성윤 대중문화부 기자 gourmet@chosun.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