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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에 좋은 직장에… 남들 날 부러워하는데 난 왜 행복하지않죠?

浮萍草 2013. 12. 19. 06:00
    살배기 수민이는 매일 즐겁다. 특별히 열나고 아프지 않은 한 항상 까르르 웃고 동네 아이들과 지칠 줄 모르게 논다. 그래서 행복하다. 그런데 '행복한 유년 시절'이란 단어가 요즘은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단축된 것인지 초등학교 3~4학년이 되면 벌써 얼굴에 어른들에서나 볼 수 있는 불안과 불행감이 자리를 잡는다. 아홉 살 경원이는 진료실에서 울먹였다. "우리 학원 시험 1등이 95점이고 내가 90점을 받았는데 엄마는 나보고 기초가 안 된 아이라고 막 뭐라고 해요." 이전엔 명랑했던 아이가 점점 과묵해지고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꼭 공부를 못해서 불행한 것도 아니다. 서울대생 지은씨는 서울대 합격한 날조차도 맘껏 기뻐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 기쁜 날조차 앞으로 제대로 안 하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에 안도할 수가 없었다. 너무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그녀를 옥죄고 있었기 때문이다. 40세 미혼 여성 미주씨는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는 커리어 우먼이다. 수준 높은 동료와 어울려 최고의 정보를 접하며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고 있다.
    높은 연봉에 훌륭한 기회를 만끽하고 있지만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가정을 못 이루고 있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남들이 아무리 부러워해도 난 전혀 행복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든 불만족과 불행감을 달고 있다. 마치 그래야만 균형추가 유지되는 것처럼 행복보다는 불행의 '덫'에 발목이 잡혀 있는 모습이다. 주문(呪文)에 걸린 듯 행복의 조건보다는 불행의 조건에 몰두하며 보낸다. 언제부턴가 10대는 원하는 대학에 못 들어갈까 불안하고 20대는 취업에 실패해서 불행하고 30대는 내 집 마련 스트레스로 불행하고 40대는 언제 잘릴지 몰라 불행하고 50대 는 은퇴 이후 막막함으로 불행하다. 경쟁 좌절 질투 죄책감 피해의식으로 온통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들뿐이다. 행복은 도대체 어디에 있나? 단지 불행이 없는 것이 행복인가? 아니면 덜 불행한 것이 행복인가? 이유 없이 불행한 당신은 오늘도 행복을 꿈꾼다. 불안과 우울이 팽배해질수록 행복에 대한 강박 또한 커진다. 행복전도사가 나설 만큼 사람들은 저마다 행복 찾기에 골몰하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잃어버릴까 불안해한다. 행복마저 숙제처럼 해내야 하는 사회는 진정 '피로사회'다. 행복해야 된다는 강박은 성공에 대한 강박처럼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줄 따름이다. 제대로 된 행복이란 무엇인지? 행복한 삶에도 어떤 공식이 있을까? 행복은 좀처럼 얻기 어렵고 잘 보이지 않는가 보다. 62세 순덕씨는 얼마 전 동창들과 어울려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잘 된 딸 아들 자랑이며 아직도 돈 벌어오는 남편 자랑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 수요일이면 교회 봉사활동을 나가고 주말엔 남편과 같이 등산을 간다. 예쁜 손녀딸과 노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런데 그녀는 매일 걱정과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 혹시라도 남편이 병들면 어떻게 하나? 아들이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반복되는 두통과 현기증을 호소한다. 남들은 순덕씨를 보고 '얼마나 행복하세요!'라고 부러워하지만 정작 그녀는 묻고 있다. "내가 정말 행복한가요? 행복한 거 맞습니까?" 왜 행복은 가르쳐 주지 않으면 모르는 건가? 누군가가 행복하다고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건가? 행복을 느끼고 알게 해주는 '행복학 강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고 보면 행복은 물질이나 명예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내가 느껴야 하는가 보다. 아마 그래서 세 살배기 수민이의 마음은 늘 즐거운지 모른다.
    Chosun Biz         한성희 정신분석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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