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女子 토크

착한 딸, 착한 여자, 예스 걸로 살았는데… 그녀는 왜 결국 나쁜 딸이 됐지?

浮萍草 2013. 12. 5. 06:00
    해 유독 긴 추석 연휴를 보내며 모두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화기애애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그러나 집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남보다 못한 가족과의 고통을 겪거나 아예 가족을 만나지조차 못한 사람들이 있다. 승원씨는 이번 명절에도 어머니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아리다. 자개농에 손자국 하나 생겨도 혼을 내곤 했던 어머니. 성격 급한 어머니는 사소한 실수에도 버럭 화를 내며 못된 아이 취급하기 일쑤였다. 야단맞지 않으려면 무조건 따라야 했던 승원씨는 자기 의견 한번 내세워본 적이 없는 착한 딸이었다. 조금 늦게 들어갔다고 어머니가 옷을 찢어버렸던 날 그때조차 웃는 얼굴로 다시는 안 그러겠다며 빌었다. 그 장면을 본 옆집 아줌마들이 "어쩜 이렇게 성격이 좋으니 얼굴만 예쁜 게 아니구나"라고 말했다. 이게 승원씨 삶의 키워드였다. 가게 일로 바쁜 엄마를 대신해 알아서 모든 것을 챙겨야 했던 어린 시절.
    아버지의 외도로 부모님 관계는 늘 살얼음 같았고 그것조차 자기 때문인 것 같아 눈치를 살폈다. 힘겨운 집을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이른 결혼을 택했다. 아버지와 이혼 후 홀로된 어머니는 여전히 승원씨에게는 무거운 짐이었다. 나이들수록 사소한 일에도 역정을 내며"그렇게 힘들게 키워준 부모에게 이게 뭐냐? 이제 인연 끊자"며 명절에 찾아오지도 못하게 하곤 했다. 그러던 어머니가 추석 즈음 사고로 생을 마감하던 날 어머니를 지켜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한없는 연민과 자책감에 몸을 가눌 수 없었다. 이후로 그녀는 매일 어딘가가 아프다. 늘 머리가 욱신거리고 팔 다리가 떨리고 갑자기 가슴이 조이고 쓰러질 것만 같다. 모든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고, 기 치료니 마음 수련이니 보약이니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아름답지만 몸이 허약한 부인을 위해 집안일부터 장보기까지 모든 것을 해주는 헌신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는 오십이 넘은 지금까지도 자신이 나쁜 딸이라는 자책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 또 다른 예스걸이 있다. 언제나 착한 딸, 착한 친구, 착한 동료로 살아온 영아씨. 학창 시절 이미 밥을 먹어 배가 부른데도 누가 '같이 점심 먹지 않을래?' 그러면 NO를 하지 못해 따라가 같이 먹어주던 그런 친구였다. 그녀는 회사에서도 배려심 많은 동료다. 언제나 나보다는 상대가 원하는 것에 맞추며 살아왔다. 아마도 이런 성격은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 끼여 애어른처럼 비위를 맞추며 살아왔던 것과 관련이 깊을 것이다. 영아씨는 어려서 '정말 엄마가 나를 좋아하나?' 늘 헷갈렸다. 남존여비가 심했던 부모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방법은 부모가 원하는 커리어 우먼이 되어주는 것이었다. 이제 남들이 우러러보는 훌륭한 직장에서 잘나가는 중견으로 발돋움하고 있지만 나이 40이 되도록 결혼을 못한 자신이 마치 나사 빠진 불량 인간인 것 같아 괴롭다. 자신이 데려오는 남자마다 트집을 잡으며 반대해온 부모님. 부모 의견에 순종하느라 혼기를 놓친 억울함은 이제 부모에 대한 증오로 바뀌어 심한 혼란을 몰고 왔다. "생각해 볼수록 부모님은 자신들이 못 이룬 것을 딸을 통해 채우고자 했을 뿐 정말 내 입장에서 나를 사랑한 것은 아니었어요." 심한 우울증상이 시작된 후 치료를 받으며 착한 딸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영아씨는 이번 추석에 부모를 찾아가지 않았다. 명절에 부모를 찾아뵙지 않는'나쁜 딸'이 되었지만 이젠 과도한 자책감에 자신을 내버려두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내 안에 내가 없고, 내가 나를 돌보지 못한 것 같아요." 상대가 싫어할까 봐 상대에게 상처줄까 봐 거절조차 하지 못했던 두 여자 자신보다는 타인의 주파수에 맞추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타인의 욕구에 자신을 맞추느라 정작 자기 내면의 소리에는 귀를 기울여 본 적이 없는 사람들. 세상은 아직도 이런 딸 여자들을 훌륭하다고 부추긴다. 자신을 위한 휴식과 즐거움을 스스로 박탈해왔던 승원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남들을 위해주는 사람을 오히려 쉽게 생각하고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어요. 정말 이기적이에요." 그렇다. 스스로를 아끼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존중해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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