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女子 토크

너와 나 사이에 놓인 거리감… 그런데 이 안도감은 뭘까

浮萍草 2013. 12. 9. 06:00
    우리 엄만 어떤 사람이었지?
    엄마를 떠나 보낸 딸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난, 엄마를 얼마나 알았나?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친구 이상, 연인 미만 
    그에게 모든 걸 얘기하지만 스킨십은 절대로 안해요 적당한 긴장감이 좋아요
    안전거리 확보가 중요
    경계를 허물고 싶으면서도 경계 안에 숨고 싶은 심리 
    부부든 연인이든 서로간 숨쉴 공간이 필요
    마 전 친정어머니를 저세상으로 떠나 보낸 55세 현정씨. 
    오래도록 어머니를 옆에서 보고 살았건만 막상 어머니가 가시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우리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지? 
    내가 정말 엄마를 제대로 알았던 걸까?' 
    잘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 했다.
    20년 넘게 가까운 사이로 지냈는데도 속을 알 수 없는 친구 알 듯 말 듯 나를 애태우는 그 사람.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람 속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사실 가까이 산다고, 또 자주 본다고 그 사람과 가까운 것은 아닐 수 있다. 
    이렇게 심리적 거리는 물리적 거리와 비례하지 않는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경계를 허물고 싶어하면서도 또 그 경계 안에 숨고 싶은 것이 사람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자신의 경계를 비집고 들어올까 봐 전전긍긍한다. 35세 회사원 영은씨는 요즘 난감할 때가 많다. 비즈니스상 외부 거래처가 많은데 그녀는 비즈니스 영역 안에서만 관계를 맺고 싶으나 끝나고 나서도 관계를 사적인 영역으로 바꾸려 하는 사람들 때문에 피곤하다. 이 분야에서 살아남으려면 인맥 관리를 해야 하지만 자신의 매우 사적인 부분을 얘기하며 다가오는 경우 너무 당황 스럽다. 아무 때고 경계를 침범하는 사람들은 마치 '안전거리 미확보'로 질주하는 차량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스물네 살 미연씨는 3년 넘게 계속 만나는 남자가 있다. "우리 오빠보다 더 친하게 알고 지내는 오빠가 있어요. 그 오빠한테는 모든 이야기 다 털어놔요. 그런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게 내겐 너무 소중하죠. 간혹 서로에게 이성으로 호감을 느끼는 순간도 있지만 스킨십을 하게 되면 지금의 관계가 깨져버릴 것 같아 그냥 친구로 남으려 조심해요"라고 말한다. 미연씨는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관계가 주는 긴장감을 즐기며 관계의 거리를 잘 조절하고 있는 모양이다. '관계의 거리'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당신과 나 사이의 공간은 언제 열릴 수 있는 걸까? 그리고 당신과 나 사이의 적정 거리는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 상대가 원하고 내가 원하는 최적의 거리를 산출하고 유지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는 나와 가깝다고 말하는데 나는 왜 멀게만 느껴질까? 나는 친하다고 느끼는데 상대는 왜 그렇지 않을까? 그런가 하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상대 때문에 멈칫거릴 때가 있다. 반대로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상대 때문에 애를 먹기도 한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사이'에 대한 거리감과 속도는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때론 오해와 혼란을 부른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갔는데 상대가 그만큼 다가오지 않는다 해서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 사람은 자기 속도와 거리에 맞게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을 뿐이다. 인간은 사회성을 지닌 동물이다. 사람 인(人) 사이 간(間)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인간(人間)이란 단어는'사람 사이'를 말한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행·불행은 나와 가족 나와 친구 나와 동료의 관계, 즉'사이'에서 나온다고도 볼 수 있다. 그 말은 '사이'는 잘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정말 진정한 친구란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이여야 할까?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비밀이 있으면 안 되는 걸까? 하는 고민을 해본 적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가까운 관계에도 거리감은 존재한다. '사람 사이'란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걸 없앨 수 있다는 기대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신경증적이다. 가까운 사람 사이에도 무한한 거리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 거리를 존중할 때 비로소 우리는 행복한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Chosun   한성희 정신분석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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