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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서민 교수 ‘여성학과 기생충학의 만남’

浮萍草 2013. 12. 26. 06:00
    “여성들이여, ‘훈남’ 찾지말고 가사분담해줄 남편을 찾으세요”
    향신문 알파레이디 ‘문화톡톡’ 2013년 마지막 강의는 걸출한 칼럼니스트이자 반어법의 대가인 서민 단국대 교수가 여성학 강사로 나섰다. 
    ‘기생충 박사’로 각종 매체에서 종횡무진 활동을 하고 있는 서 교수의 강연 제목은‘도박왕 송중기와 저축왕 옥동자’. 
    다소 뜬금없는 제목의 이날 강연은 청중 40여명의 웃음소리가 그칠 새 없이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지난 10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 5층에서 진행된 강연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칼럼니스트로 인기를 얻고 있는 서민 단국대 교수가 지난 10일 저녁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5층에서 열린 독자 강연회에서 ‘여성학과 기생충학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서 교수는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히스토리도, 허스토리도 아닌 아워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여성의 외모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여성 일자리,
    가사노동 문제 등에 대해 재치있게 풀어냈다. 김기남 기자

    안녕하세요. 서민입니다. 예전에는 강의할 때 30분 정도 제 소개를 했습니다. ‘듣보잡’이라서요. 지금은 간단히 하니까 좋습니다. 네이버 인물 검색에서 ‘서민’ 이름을 부문별로 경쟁을 하는데 12월엔 제가 게임회사 넥센의 서민씨를 누르고 메인을 차지했어요. 저는 어려서부터 못생겼어요. 나이 마흔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지라고 하는데 저는 책임질 마음이 없습니다. 어머니 책임이죠. (청중 웃음) 제가 좋아하는 TV쇼 ‘코미디 빅리그’에 ‘사망토론’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토론 주제가 주로 이런 식입니다. ‘도박왕 김태희’와 ‘저축왕 오나미’ 중 누가 낫냐 등등이죠. 웃으면서도 마음속이 편치 않았습니다. 못생긴 여성을 끊임없이 조롱하거든요. 여자의 외모를 마음대로 비하할 수 있는 권리는 어디서 왔을까요. 남자이기 때문입니다. 4년 전에 한 여대생이 TV프로그램에 출연해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라고 했죠. 많은 남자들이 ‘열폭’을 했고 심지어 소송까지 냈어요. 이 여성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취업해도 누리꾼이 투서를 해서 바로 회사에서 잘린다고 해요. 사실 ‘싸가지’ 없다는 것이 반발의 큰 이유였겠죠. 미모 평가의 주체는 항상 남자여야 했는데 감히‘여자가 남자의 미모를 평가한 것’이 열폭 이유였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밀양 집단성폭행 사건 가해자 중에서 실형 받은 사람도 있지만 다들 좋은 대학 다니고 있고 음주운전이나 대마초 흡연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도 다 잘 사는데 ‘키 작으면 루저’라는 발언이 이 같은 전과보다 나쁜가요. 우리 사회에서 여자는 어떻게든지 외모지상주의와 연관지어집니다. 정치인 나경원씨도 예뻐서 찍었단 사람을 봤어요. 신지애 선수는 훌륭한 여자 골프선수지만 댓글에서는 외모로 놀림받아요. “우승하지 마라, 한국 망신시키지 마라.” 박인비 선수도 살이 쪘다는 이유로 욕을 먹고 있어요. 말하자면, 타인의 외모를 비하할 권리가 남자에게만 있는 것이죠. 특히 한국은 가부장적인 나라예요. 그래서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이 좀 더 나서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그의 이야기인 히스토리(History)도 아니고 그녀의 이야기인 허스토리(Herstory)도 아니고, 함께 만드는 아워스토리(Ourstory)가 됐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여성이 집에만 있으면 아워스토리가 되지 않습니다. 여자는 일을 가져야 해요. 베티 프리단은 저서 <여성의 신비>에서 어느 날 여성이 갑자기 느끼는 우울증을 여성의 신비로 설명했습니다. 남편이 가부장적이지 않고 뒷바라지 잘해주는 여성들도 우울증이 온다고 해요. ‘여자의 역할을 단지 애 키우고 남편 내조하는 것으로 묶어놓은 이 사회가 우울증의 근본 원인’이라고 하죠. 애 키우는 일이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실제로 가치를 얼마나 인정해주느냐도 문제죠. 여자가 직업 없이 집에만 있으면 ‘논다’고 하잖아요. 박카스 광고 보시면 남편 출근할 때 자다가 남편 나가면 열심히 일하고 남편이 들어오면 또 지쳐 잠들어 있는데 남편은“아줌마, 또 자”라고 하잖아요. 집안일은 휴일도 없어요. 요즘 시대에 인정은 돈으로 환산되는 것인데 2005년쯤 한 노동연구소 자료 보니까 여성의 가사노동을 돈으로 환산했더니 한달에 100만원밖에 취급 안 하더라고요. 반면에 직장일은 사회적 인정을 해줍니다. 월급과 승진이 있죠. 그래서 시몬 보부아르는 <제2의 성>에 “일을 하라”고 써놨어요. 부부들 중에서 애정 없이 사는 사람들이 있죠. ‘그냥 왜 사는데?’ 물으면 답은 경제력이 없기 때문이에요. 이혼하면 삶의 질이 떨어지니까. 여자도 일자리를 가져야 해요. 여자가 일을 안 할 때의 위험은 남편이 바람을 피울 가능성 남편의 실직 가능성 남편이 먼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이죠. 게다가 애정이 없는데 계속 남편에 매달리며 살면 남자들이 점점 무시해요. 여자들이 일을 그만두는 큰 이유는 아이들 때문입니다. 그렇게 자기를 합리화하죠. 애가 있으면 엄마가 집에 있는 건 좋다고들 하고요. 하지만 그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집에 있으면 지나친 교육열로 넘어가서 아이들을 닦달하게 돼요. 이것을 사랑이라고 보는 엄마도 있는데“게임하지 말라”고 닦달하고 학원 밤 11시까지 보내고. 그러면 엄마와 아이 간에 애정이 없을 것 같아요. 나중에 기억에 남는 게 뭐가 있겠어요. 교육 많이 받은 엄마들이 자식 교육에 헌신하는 건 대리만족이에요. 자식 키우느라 애를 쓰고 허망한 것보다는 뭔가 이루고 추억을 되살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일자리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과연 집안일은 누가 하느냐’는 큰 문제예요. 그런데 가부장적인 사회는 지금 현재 일하는 여성들에게 매체를 통해서 경고하죠. ‘대검 첫 여성 과장’ 타이틀 기사 보시면 “집으로 돌아가면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주부”라는 수식어가 붙어요. 남자들은 맞벌이를 하든 말든 집안일을 거의 안 해요. 외벌이와 맞벌이 가구의 남자들 가사노동 시간에 별 차이가 없어요. 이런 걸 깨닫고 출산을 거부하는 비혼 여성이 늘고 있어요. 그리고 이혼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고요.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를 3번 만나고 결혼했어요. 선 보고, 두 번째 만나 날 잡고 세 번째 만나 결혼했어요. 그때는 좋은 남자 만나는 게 운이지만 지금은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가사분담 해줄 남편을 선택하세요. 눈 크기, 학력, 키보다 중요한 건 집안일을 같이할 남성이에요. 골드미스들은 눈높이를 낮춰야 합니다. 자신보다 어리고, 사회적 지위도 낮고 착한 남자가 돈을 많이 버는 나이 든 남자보다 좋은 남편일 수 있어요. 하지만 ‘훈남’ 찾지 마세요. 훈남은 모든 비극의 시작이에요.(웃음) 여성들의 또 다른 해결책은 남자는 생겨도 그만, 안 생겨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주위의 시선을 버틸 수 있는 강단을 기르는 게 남자를 찾는 것보다 시급한 일이에요. 어리숙한 남자가 있다면 ‘야, 이리와’ 해서 결혼할 수도 있는 거고요. 여자에게 남자가 꼭 필요하다는 말은 신화예요. 여성 혼자서도 멋있게 살 수 있어요. 아내가 필요한 건 남자죠. 남자는 혼자 살면 깔끔하게 못 살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아요. 결혼적령기란 좋은 남자를 만났을 때, 그때인 거죠. 그리고 눈 작은 남자 4명 중 1명은 좋은 남자라는 확률을 기억하세요.(웃음)
    ■ 톡톡 입문법
    주혈흡충은 암수가 공존하는 기생충 “수컷이 노력할수록 부부 금실 좋아”
    기생충의 세계에도 암수가 공존하는 사례가 있을까. 서민 교수는 주혈흡충을 예로 들었다. 일부일처제를 엄격하게 따르면서 힘 센 수컷이 암컷을 몸 안에 품고“인간의 몸 구석구석을 구경도 시켜주고 먹이기도 하면서” 지극 정성으로 돌본다. 수컷을 젊은 암컷들 옆에 풀어놔도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 그는 “수컷이 하는 일이 많을수록 부부간의 금실이 좋다는 게 결론”이라며 “내가 존경하는 기생충”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가 가장 좋아하는 기생충은 촌충이다. "10m 길이 촌충도 사람의 몸 안에서는 전혀 기척을 내지 않는다”면서“물론 요즘은 대장내시경이 발달해서 자다가 끌려나오기도 하지만 기생충의 정신은 숨어서 살면서 적당히 자기 먹을 것만 먹는, 욕심 없는 정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도 지구라는 숙주와 함께 사는 기생충”이라면서“숙주를 괴롭히는 기생충은 예외없이 멸종했다”며 환경보호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기생충은 인류와 10만년 이상 공존하면서 우리의 면역계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그 같은 기생충이 사라지면서 면역계가 악화되고 아토피나 알레르기 같은 질환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서교수는 말했다. 1년에 두 번, 구충제를 꼭 먹을 필요도 없다. 서 교수는 “큰 의학적 효과도 없고, 기생충 자체도 거의 없기 때문”이라면서“다만 소홀했던 가족들이 약 먹느라 한자리에 모이는 단합의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는 기생충에 걸릴 위험이 거의 없고 뽀뽀를 해도 사람에게 옮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Khan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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