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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발레무용가 김주원 ‘즐거운 발레 감상법’

浮萍草 2013. 12. 25. 06:00
    “진심 담긴 춤은 ‘몰입’ 통해 만들어져… 그 차이를 관객도 알죠”
    레는 사람의 몸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을 빚어내는 고급 예술장르로 손꼽힌다. 
    말이 아닌 몸짓만으로 희로애락이 담긴 이야기를 전달하는 만큼 공연 감상에 앞서 약간의 사전지식을 갖추면 알찬 감상이 가능하다. 
    경향신문 연중기획 ‘알파레이디 문화톡톡’ 11월 강연에서는 국립발레단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한국 최고의 발레리나 김주원씨에게 ‘즐거운 발레 감상법’을 들어봤다. 
    지난 20일 경향신문 본사 북카페에서 문답형식으로 진행된 강의내용을 소개한다. 
    한국 최고의 발레리나로 손꼽히는 김주원씨가 지난 20일 저녁 서울 정동 경향신문 5층에서 열린 독자 강연회에서 ‘즐거운 발레 감상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씨는 “한계에 부딪힐 정도로 연습하다보면 어느 순간 한계가 깨지는 순간이 온다”면서 “고뇌하는 순간에 예술적 깊이는 더 깊어지더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진행자(최민영 기자) 질문=발레는 언제 처음 시작하게 됐나요. 답(김주원):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태권도, 피아노, 그림, 테니스, 플루트, 성악을 비롯해서 안 해본 게 없었어요. 육상은 소년체전에 나갈 정도로 잘했죠. 발레라는 예술이 누군가를 이기거나 목표에 도달해서 끝나는 것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거예요. 발레는 한 가지 역할을 100명이 해도 같은 무대도 100번 설 때마다 모두 달라요. 무대에 설 때마다 느끼는 희열, 관객과 소통하는 느낌 때문에 계속 춤을 출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해요. 질문=발레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가 ‘지루하다’는 거예요. 반면 김주원씨는 배역에 굉장히 몰입해서 춤을 춘다는 인상을 받는데요. : 클래식 발레는 정형화된 틀과 공식을 갖고 있어요. 틀리거나 해내지 못하면 눈에 보이죠. 기본적인 테크닉은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위에 예술성을 입히는 거죠. 클래식 발레가 지겹다는 느낌을 준다면 그것은 무용수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봐요. 제 생각에는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가 하는 아라베스크와 <호두까기 인형>에서 설탕인형의 아라베스크는 다 달라야 해요. 하나의 이야기로 보여야 하죠. 그렇게 노력하는 무용수들의 공연을 보면 지겹지는 않을 거예요. 수준 높은 관객들은 진심이 담긴 춤과 그렇지 않은 춤을 분간해내거든요. 진심이 담겼는지 여부는 정말 큰 차이를 만들어요. 제자들에게도 왜 그 춤이 만들어졌고 어떤 마음으로 춤을 춰야 하는지 이야기를 해주곤 하죠 진심은 몰입을 통해 만들어져요. 질문=클래식 발레의 ‘룰’이 달라지는 추세예요. : 예전에는 지젤(발레 <지젤>의 여주인공)이 죽을 때도 포즈를 지키고 죽었고 줄리엣이 로미오를 만질 때도 손이 얼굴에 닿아서는 안된다는 룰이 있었죠. 하지만 요즘은 발레 속 마임도 자연스러워졌어요. 작품을 보기에 앞서 전단지에 담긴 발레의 내용과 안무가에 대한 정보만 봐도 이해에 큰 도움이 돼요. 질문=초보 감상자에게 추천하는 발레 작품에는 무엇이 있나요. : 다 보시면 좋지만 클래식 발레는 일단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인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 속의 미녀>부터 시작하는 것도 괜찮아요. 발레 감상에 입문하는 분들께는 해설이 있는 발레 공연도 추천할 만해요. 질문=국내 무용수 중 김주원씨가 손꼽는 실력자로는 누가 있나요. : 국립발레단 3분의 1 이상이 ‘김연아 선수급’의 기량이라고 보시면 돼요. 작품 하나도 다른 캐스트별로 모두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을 정도예요. 정말 춤 잘 추는 무용수들이 많아서 외국으로도 진출을 많이 했죠. 순수 국내파인 박세은씨는 입단 2년 만에 최근 파리 오페라 발레단 승급시험에서 1등으로 ‘쉬제’로 승급했어요. 국립발레단 50년 역사가 ‘김연아들’을 만들어낸 거죠. 한국인의 체형이 발레하기에 점점 좋아지는 측면도 있지만 예술성을 타고났어요. 동양인의 얼굴은 무표정해 보이지만 오히려 감정표현을 잘해서 신비롭다고 외국 전문가들이 말해요. ‘한’의 정서 때문인지, 섬세하고 깊은 감정표현이 가능하죠.


    청중 질문=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했나요. : 지금도 리허설하다 왔는데, 원하는 대로 안될 때가 95%예요. 가장 치열하게, 극한에 도달하는 게 리허설이기 때문에 언제나 제 몸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하지만 그게 진짜 제 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슬럼프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오히려 슬럼프는 부상당했을 때 빠지게 돼요. 춤을 출 수 없을 때, 치열하게 고민조차 할 수 없을 때가 가장 슬럼프인 것 같아요. 저는 안되는 동작이 있을 때에는 새벽 2시까지 연습하다가 그 다음날 다시 나와서 연습해요. 한계에 부딪히면서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한계가 깨지는 때가 오거든요. 고뇌하는 시간이 없으면 예술적 깊이도 더 깊어지지 않을 거예요. 그건 성숙해지는 시기인 거죠. 청중 질문=발레 무용수들은 파트너에게 자신을 맡겨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상대방이 자신과 맞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요. : 발레라는 장르가 다른 예술과 다르게 개인 연습을 할 수 없어요. 작품을 감독해줄 선생님도 필요하고, 많게는 150명 정도가 무대에 올라가고 오케스트라와 무대 스태프도 함께해야죠. 저는 작업할 때 상당히 예민하고 까칠한 편이에요. 파트너하고 욕까지 하면서 싸워봤어요. 마지막 파트너였던 국립발레단 이영석 수석 무용수는 저한테 혼난 기억밖에 없다고 해요. 하지만 제가 싸울 때는 진심으로 함께 좋은 걸 만들어가자는 마음이지 그 사람을 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었어요. 그렇게 진심을 갖고 대하면 상대방도 느끼더라고요. 만약 그렇지 않은 상대라면 조금 불쌍하게 생각해도 될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좋은 마음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하게 되더군요. 청중 질문= 저는 발레 속 여성들이 우아하고 예쁘게만 정형화되는 데 대해 거부감을 느낍니다. 여자의 한계를 드러내는 행동을 보면 남성중심적인 것 같아요. :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이나 정치적인 것을 고려하면 클래식 발레는 그럴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것을 타파할 정도로 강력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발레도 많아요. <스파르타쿠스> 예기나의 지략은 정말 뛰어나죠. 예술이라는 게 워낙 주관적이다보니 모두가 좋아할 수는 없지만 발레의 전체적인 그림과 춤 음악을 종합선물세트처럼 봐주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청중 질문= 여자로서, 또 발레리나로서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 저는 목표를 세우고 살아본 적이 없어요. 미련한 것인지 몰라도, 주어진 순간에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으면서 최선을 다하다보니 여기까지 자연스럽게 흘러왔네요. 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어요. 14년 전쯤 춤을 가르치는 봉사를 했을 때 전문지식이 부족하구나 생각했거든요. 예술가 김주원으로서 궁극적으로 함께 감동을 나누는 일을 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저희 부모님들, 제 남매들처럼 행복한 가정도 꾸려야겠죠. (웃음)
    ■ 톡톡 입문법
    ▲ 다이어트 효과… 올바른 자세와 교습으로 기본 동작 ‘바’ 일주일 하면 몸무게 2~3㎏이 빠져요
    ▲ 몸치·아이 교육… 나도 춤을 못 추는 ‘몸치’ 균형·매너 배우는 게 발레 아이들 교육에도 좋아요
    취미로 성인발레를 배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올바른 교습과 꾸준한 연습을 거치면 자세교정과 다이어트 효과가 크다고 발레리나 김주원씨는 말한다. “아랫배 힘주고, 어깨 들고, 다리 힘주고, 까치발 선 뒤 기본 동작인 바를 일주일 하면 2~3㎏이 빠진다”고 한다. ‘몸치’라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김씨는 “나도 실은 춤을 잘 못 추는 몸치”라면서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발레는 몸치여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성인발레 교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지도강사를 만나는 것이다. 기초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잘못 배우는 경우에는 연골이나 근육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심하면 관절에 물까지 찬다. 이 때문에 김씨는 개인적으로 국립발레단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를 추천했다. 인기 강좌로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수강생들이 발래를 배우고 있다. 국립발레단 또는 유니버설발레단 출신의 무용수가 운영하는 학원도 권할 만하다고 그는 말했다. 아이에게 발레 교육을 시키려는 부모에게 김씨는“전공 교육으로는 반대하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고된 ‘업’이기 때문이다. 초등 고학년 때 발레를 시작한 그는 목 허리디스크를 비롯해 온몸에 통증을 안고 산다. 하지만 음악과 몸에 대한 기본적인 감각과 에티켓 그리고 정서 함양에 발레만큼 효과적인 교육 수단은 없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서구권의 왕실문화에서 시작된 클래식 발레는 남성이 여성을 소중히 여기는 매너와 상대방의 움직임을 배려한 양보가 기본으로 깔려 있다. 발레를 시작하기에 좋은 나이는 9살이다. 근육과 뼈의 성장 상태나 정신연령을 감안한 나이다. 김씨는“발레는 아이 자신이 정말 좋아해야 한다”면서“나의 경우 알아서 자퇴서 내고 러시아 유학 다녀와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는데 그동안 부모님은 개입한 적이 없다. 다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셨을 뿐”이라고 말했다.

    Khan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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