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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박재희 교수의 ‘고전, 내 인생을 바꾸는 모멘텀’

浮萍草 2013. 12. 20. 09:34
    “기다리는 것, 손해 보는 것, 거꾸로 가는 것도 역경 극복의 방법”
    경의 시대다. 청년층은 일자리 대란이고 중년층은 자녀 사교육비와 오르는 전세보증금에 허덕이고 노년층은 생활고 걱정이 만만찮다. 
    고전은 이처럼 막막한 현재에 등대가 된다. 
    <3분 고전>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를 쓴 박재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는 “인류는 어려울 때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해 르네상스를 이루었다”고 말한다. 
    ‘알파레이디 문화톡톡’의 7번째 강연자로 나선 그가 지난 2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에서 ‘고전 내 인생을 바꾸는 모멘텀’을 주제로 독자들과 만났다. 
    이하 강연 내용을 요약했다.
    박재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가 지난달 2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알파레이디 문화톡톡’ 강연에서 동양 고전 속의 역경 극복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문화(文化)의 문은 문양 문(紋)을 뜻한다. 인간사의 패턴이 인문이고 인간들이 그리며 살아가는 고도화된 문양이 문화이다. 그 다양한 문양 중 역경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모습을 일컫는 궁즉통(窮卽通)에 관해 이야기할까 한다. 역경은 여러 가지다. 누가 내 차에 뛰어들거나 재력가가 재산을 모두 잃거나 예상치 못한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도 역경이다. 그런데 인간마다 문양이 달라서 궁하면 무너지는 사람도 있고 극복하는 사람도 있다. 궁즉통은 <주역(周易)>에 있는 궁즉변 변즉통(窮卽變, 變卽通)에서 나온 말이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는 뜻이다. 변통(變通)은 어려운 상황을 최적의 모습으로 극복한다는 의미이다. 고전 속 ‘변통’의 대표적 인물은 사마천(司馬遷)이다. 42살에 감옥 가서 죽음보다 더하다는 궁형(宮刑)을 받았다. 이후 중국 3000년 역사를 50만 글자로 정리한 <사기(史記)>를 썼다. 사마천이 평탄하게 태사령 오늘날로 치면 국립역사관장을 지내며 편안하게 살았다면 일정에 쫓겨 <사기>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감옥이라는 곳에서 역경을 당한 뒤에 독한 마음에 써내린 것이다.

    마찬가지로 조선시대 학자인 추사 김정희(金正喜)가 편하게 병조참판(현 국방부 차관)을 했더라면 조선시대 수많은 장관 중 하나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유배지였던 제주도에서 8년을 지내면서 추사체를 만들었다. 역경이 인생을 꽃피우는 계기가 된 것이다. 반면 소인궁람(小人窮濫)이라고 한다. 군자와 달리 조금만 힘들면 펄펄 끓어넘친다. 애먼 마트 계산원에게 화를 내는 식이다. 맹자는 역경을 많이 맞는 것은 하늘이 나를 크게 키우려는 의지라고 했다. 천장강대임어시인야(天將降大任於是人也) 하늘이 장차 이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고 할 때는 고기심지(苦其心志) 일단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노기근골(勞其筋骨) 모든 관절이 부러지는 듯한 정신·육체적 고통을 겪으며 아기체부(餓其體膚), 그 사람의 몸뚱이 피가 마르며 공핍기신(空乏其身), 그 사람의 신세를 궁핍보다 더한 공핍한 상태로 만든다고 했다. 이를 모두 견뎌내면 하늘이 지도자로 삼는다는 것이다. 마지막 구절로 생어우환 사어안락(生於憂患 死於安樂) 그러니까 지금 내게 다가온 걱정 근심이 나를 살게 하고 지금의 안락과 즐거움이 나를 죽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학생들에게 ‘우환을 즐기십시다’(stay hungry)라고 한 말과 일맥상통한다. 대추나무가 흔들려야 열매를 맺고 프랑스 최고 와인 로마네콩티가 척박한 포도밭에서 만들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강연 중인 박재희 교수. 서성일 기자

    역경과 싸워 이기는 것이 공맹적 변통의 ‘군자’라면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노장적 변통의 ‘성인’이다. 진정한 강자만이 가능하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질 때 대책을 고민하는 것도 변통이지만 시간 지나면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돈 있는 사람이 가능하잖나(웃음).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은 2007년 경제위기 이후 철도 물류회사의 주식을 매입하는 역발상으로 돈을 벌었다. 거꾸로 생각한 것이다. 튀김 팔아 4억원을 벌었다는 ‘홍대 튀김녀’나 민어횟집으로 전국 최고인 목포 영란횟집이나 모두 밑질 작정으로 좋은 재료를 써서 장사에 흥한 경우다. 어릴 때부터 남들 안 하는 한학을 배운 나는 중국 유학에서 돌아올 때 (취업이 안되면) 닭똥이라도 치울 각오로 돌아왔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어서 내가 쓴 <3분 고전>은 20만권이 넘게 팔렸다. 기다리는 것, 손해 보는 것, 거꾸로 가는 것도 변통의 방법인 것이다. 하지만 도피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세상 등지고 산골로 도피해봐도 그곳 역시 처절하다. 이처럼 다양한 문양을 알고 산다면 세상 보는 눈이 넓어진다. 맹자는 어떤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인 부동심을 갖춘 이를 대장부라고 했다. 이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 에너지인 호연지기(浩然之氣)가 필요하다. 이는 선의후리(先義後利), 그러니까 이익에 앞서서 의로운 삶을 살면서 길러진다. 맹자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기쁨이 있다면 의(義)라고 했다. 삶이란 웅장한 능선을 걸어나가는 것이다. 어떤 순간이든 담담하게 성인처럼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아름다운 문양을 그리며 살 수 있지 않겠는가.

    톡톡 입문법
    시에서 찾은 역경을 이기는 고전의 지혜
    
    박재희 교수는 역경 속에 거듭나는 인간에 관한 두 편의 글을 소개했다. 
    한 편은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베트남 독립의 아버지인 호찌민의 어록도 소개됐다. 
    “절굿공이 밑에서 짓이겨지는 쌀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그러나 수없이 두들김을 당한 다음에는 목화처럼 하얗게 쏟아진다. 
    이 세상 인간사도 때로는 이와 같아서 역경이 사람을 빛나는 옥으로 바꿔놓는다.”
    절굿공이라는 역경 속에서 하얀 목화처럼 쌀이 쏟아지듯이 인간은 절차탁마(切磋琢磨) 즉 옥 원석을 캐서 자르고 썰고 쪼고 가는 과정을 거쳐서 옥이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역경을 이겨내는 능력이 강한 사람은 역경지수(AQ·adversity quotient)가 높다고 한다. 
    지능지수(IQ)만으로는 사람의 생존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Q가 낮은 이는 산을 만나면 주저앉고 보통인 이는 넘기 힘든 ‘깔딱고개’에서 안주하고 높은 이는 산 정상에 오른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Khan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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