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은 경영 동반자"
최고 경영진이 전담해야
직급 낮은 임원에게 맡기면 의견 묵살되는 경우 많아…
별도 팀은 옥상옥으로 변질
사업 모델 자체에 내재시켜야
요즘 미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을 꼽으라면 태양광 업체 '퍼스트 솔라'일 것이다. 태양광 전지 패널 제조 업체인 퍼스트 솔라 주가는 올 들어 140%
올랐다.
이익과 매출이 급증하니 주가가 수직 상승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최근 이 회사는 전년의 두 배에 달하는 순이익, 50% 증가한 매출 등 3분기 실적을 공개해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한동안 태양광 산업은 깊은 침체기에 빠졌고, 많은 대기업이 이를 견디지 못해 사라졌다.
하지만 솔라는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냈고, 이제 훈풍이 다시 불자 가장 먼저 치고 올라오는 것이다. 이 회사가 혹한기를 견딘 비결은 무엇일까.
◇ 퍼스트 솔라는 재무 리스크 최소화시켜 도약
1999년 설립된 퍼스트 솔라는 사업 모델을 정할 때부터 '재무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중요하게 여겼다.
당시 태양광 산업은 '미래 먹을거리'로 한참 주목을 받고 있었고 대다수 태양광 전지 관련 기업이 최고의 효율을 내는 전지를 만드는 데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고효율 기술은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든다.
 | ▲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
퍼스트 솔라는 반대의 길을 택했다.
이 회사 창업자들은 효율은 보통 수준이면서 비용은 매우 적게 드는 태양전지 생산 기술에 주력하기로 했다.
생산 능력 1와트당 자본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기술을 특화했다.
그래야 투자금에서 차입을 최소화할 수 있고 경영 환경이 달라질 때 재빨리 몸집 줄이기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정부 보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시장은 되도록 피하고 보조금이 줄어든다 해도 경제 여건상 장기적 지속적으로 태양전지 수요가 있을 만한 시장에만 집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덮쳐 태양광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완전히 바뀌자 이 회사의 전략은 빛을 발했다.
위기 여파로 돈줄이 죄이는 신용 경색이 일어났고 기업은 대출이나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신규 투자 자금 대부분을 자사(自社) 현금 흐름으로 감당했던 퍼스트 솔라는 흔들리지 않았다.
또 경기 침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친환경 에너지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대폭 삭감했다.
보조금 의존도가 높은 시장 비중이 컸던 미국 솔린드라, 독일 큐셀, 중국 선텍 등이 줄줄이 무너졌지만 퍼스트 솔라는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았다.
◇ 불확실성을 경영 동반자로 생각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모든 기업 경영인은 불확실성과 환경 변화를 싫어한다.
하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불확실성을 항상 함께 가야 할 동반자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를 '리스크 관리'라고 부른다.
다행히도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경영자들의 인식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경영 전문지 'CFO매거진'이 글로벌 기업의 재무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72%가 '리스크 관리에 투자하는 시간과 자원을 계속 늘리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직 안에 리스크 관리를 도입할 때 경영자가 흔히 저지르게 되는 실수가 있다.
일상적인 경영 활동과 분리된, 별도의 기동대 같은 리스크 관리 조직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리스크 관리 부서는 일종의 옥상옥 또는 고립된 상아탑이 되고 만다.
퍼스트 솔라 사례가 인상적인 이유는 이들은 사업 모델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리스크 관리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가 조직 전체의 사고방식에 내재되지 않고 조직원의 행동과 중요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이 기업은 사실상 리스크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어렵지만 리스크 관리에 적합한 사고방식과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퍼스트 솔라가 급변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사업 모델 자체에 아예 리스크 관리를 내재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 리스크 관리는 최고 경영진이 전담해야
리스크 관리를 내재시키려면 몇 가지 기억할 사항이 있다.
첫째, 리스크 관리는 최고 경영진이 전담하고 그들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직급 낮은 임원에게 이를 맡기면 일선 사업 부서에서는 그 임원을 '만사 부정적인 태도로 훼방이나 놓는 사람'으로 여기고 그의 의견을 묵살하게 된다.
둘째, 정교하고 복잡한 수학모델로 만들어진'시스템'에 리스크 관리를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의외로 단순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훨씬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재차 강조하지만 리스크 관리는 경영전략이고 전략이 곧 리스크 관리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주요 전략 중 하나가'합병을 통한 성장'이라고 하자 이 기업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인수합병(M&A) 관련 리스크를 충분히 강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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