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세종의 리더십

"일을 맡겼으면 의심말고, 의심하려면 맡기지 말아야"

浮萍草 2013. 10. 27. 13:20
    두 마리 토끼 잡은 세종 
    30여년의 재임 기간 평화와 민생 안정이라는 이루기 힘든 결실 거둬
    治世 비결은 '인재쓰기' 
    인재를 믿고 맡기는 스타일 
    박연에게 음악 전담시키듯 개인의 비전을 발견하고 거기에 힘 실어주는 데 탁월
    박현모 세종리더십연구소
    연구실장
    "왜인과 야인들도 우리나라의 위엄을 두려워하고 덕을 사모한 지 30여 년 백성은 전쟁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편히 살면서 생업을 즐겼다." 1450년 2월에 세종이 사망했을 때 신하들이 내린 그의 치세에 대한 평가이다. 도대체 세종은 어떻게 평화(民不見兵)와 민생 안정(按堵樂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은 바로 위 신하들의 말 속에 있다. 즉"어진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재능 있는 자에게 일을 시켰으며 나랏일을 도모할 때는 반드시 옛것을 스승 삼았으며 제도를 밝게 구비해 놓았다. 그리하여 그물의 줄(網)을 당기면 그물눈(目)이 저절로 열렸다(任賢使能 事必師古 制度明備 綱擧目張)"는 말이 그것이다. 이것을 보면 세종 리더십은 세 가지가 핵심임을 알 수 있다. ① 현능(賢能)한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인재 경영 ②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국사(國事)를 기획하는 지식 경영 ③ 현명한 인재들이 과거 경험을 토대로 스스로 일하게 하는 제도의 정비, 즉 시스템 경영이다. 먼저 '임현사능(任賢使能)'이란 말로 요약되는 그의 인재 경영을 보자. 이 말은 원래 맹자가 한 말이다. 맹자가 말한 바로는 인재 쓰기를 잘하는 왕은"어진 사람을 높이고 재능이 있는 자에게 일을 시켜서 준걸(俊傑)들로 하여금 제 지위에 있게" 하는 사람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준걸, 즉 최고 인재가 제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을까. 오늘날 CEO와 인사 담당자들의 가장 큰 고민인 이 문제에 대해 맹자는 '믿고 맡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제선왕(齊宣王)에게 이렇게 말했다. "임금께서 큰 집을 지으려면 먼저 큰 나무(인재)를 구해 오라고 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어렵사리 구해온 큰 나무를 마구 깎아내어 작게 만들어 버리면 어떠하시겠습니까. 왕은 노하시며 이 작은 나무로는 큰 집을 지을 수 없다고 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고개를 주억거리며 듣는 제선왕에게 맹자가 던진 교훈은 선명했다. 인재들을 불러 모았다면"네가 알고 있는 것은 내버려두고 내 말만 들어라"라는 식으로 다뤄 작은 나무로 만들 것이 아니라 그들의 됨됨이에 따라 일을 맡겨 크게 성취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은 신하들의 평가에서 나타났듯이, 인재에게 일을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었다. 특히 그는 인재가 장차 행하고자 하는 바(壯而欲行之) 즉 그들 개인의 비전을 발견하고 거기에 힘을 실어주는 데 탁월했다. 대제학과 이조판서를 지낸 조부와 부친의 영향으로 문과 시험을 준비하던 박연과 대화하던 중 조선의 음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어 하는 그의 비전을 듣고 "오로지 음악을 맡아 주관하게(專掌樂事)" 한 것이 좋은 예다. '연려실기술'을 보면, 박연은 세종에게 음악을 위임받은 다음부터 앉아서나 누워서나 매양 손을 가슴 밑에 얹어서 악기를 다루는 시늉을 했고 그렇게 한 지 십여 년 만에 비로소 음악에 관한 일을 이룩했다. 중요한 것은 인재들이 맡은 임무를 성취할 때까지 믿고 기다려주는 리더의 신뢰이다. 세종의 신뢰 어린 기다림이 가장 빛을 발한 것은 아마도 사군육진(四郡六鎭) 개척일 것이다. 1444년 정월, 평안도 축성을 중지해야 한다는 사헌부 관리의 말을 들었을 때 세종은 잠시 망설였다. "작년에 평안도는 흉년이 들어서 조(粟) 10만여 섬을 보내 기근을 구제하게 하셨는데 이러한 때에 백성을 징발하여 성을 쌓는 것은 옳지 않다"는 그의 말이 타당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세종은 우찬성 황보인을 평안도에 파견하여 축성 여부를 조사케 했는데 현지를 돌아본 황보인이 성을 쌓아야 한다고 건의했고 그의 말에 따라 축성을 지시한 상태였다. "성 쌓는 일을 영원히 그만두자는 게 아니고 올가을까지만 기다리자"고 재차 촉구하는 사헌부 관리에게 세종은 이렇게 대답했다. "너의 말이 그럴듯하다. 하지만 사람을 쓰는 도리는 (일을) 맡겼으면 의심하지 말고 의심하려면 맡기지 말아야 한다.(任人之道 任則勿疑 疑則勿任)" 대한민국만큼 인재가 많고 다양한 나라도 흔치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인재들이 성과를 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맡겼으면 의심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는 세종의 인재 쓰기 원칙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는 없을까.
    Chosun Biz     박현모 세종리더십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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