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세종의 리더십

링컨의 'for the people' 뛰어넘은 세종의 '與民'

浮萍草 2013. 10. 27. 13:06
    백성 위한다는 게 종종 백성을 害하는 것으로 변질돼 세종은 백성과 더불어 가려해
    政敵중용은 링컨과 닮았지만 백성을 대하는 태도에선 달라
    박현모 세종리더십연구소
    연구실장
    "세종과 링컨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한 세종 리더십 강좌에 참석한 미국인 기자가 강의 도중 던진 질문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사람을 쓰는 방법이다. 요즘 상영 중인 영화'링컨'의 원저인'권력의 조건(Team of Rivals)'을 보면 링컨은 자신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윌리엄 수어드에게 국무 장관이라는 요직을 맡겼다. "조국이 가장 위험한 시대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 나와 짐을 함께 질 다른 인재들이 필요했다"는 게 링컨이 밝힌 임명의 변(辯)이다. 세종 역시 정적(政敵)이나 반대파를 조정으로 불러들였다. 대표적으로 양녕대군 쪽에 줄을 섰다가 유배까지 간 황희를 중용했다. 박은 허조 등 재상 대부분도 애초'세종맨'이 아니라 태종의 신하들이었다. 이중 삼중으로 갈라진 조선 사회를 통합해내기 위해서는 이질적이면서도 유능한 신료들을 중용해야 한다는 게 세종의 판단이었다. 세종과 링컨의 '어려움을 자청하는 정치'는 자신에게는 불편하더라도 나라 잘되게 하는 것을 최우선하는 마음 자세에서 나왔다. "세종과 링컨의 공통점은 알았는데 차이점은 무언가요?" 앞서 질문한 기자가 재차 물어 왔다.
    이 녹록지 않은 질문에 고심 끝에 나는 링컨의]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와 비교해 세종의 '여민(與民) 리더십' 영어로 'with the people'을 말했다.

    세종은 백성을 하늘이 맡겨준 존재(天民)라고 생각하고 그들과 더불어 나라를 다스리고자 했다. 재위 12년(1430년) 경상도 관찰사가"개간한 밭을 면세해 주려 해도 새로 일군 땅을 구분해내기 쉽지 않다"면서"그냥 일괄해서 기존의 경작지와 같은 세금을 매기자" 는 보고를 올렸다. 보고를 받은 세종은 "어찌 구분해낼 수 없다는 말인가? 일이 의심스럽다면 백성과 더불어 하면 될 것(與民可矣)"이라고 하여, 개간지 면세 원칙을 고수했다. 세종이 '여민'을 중시한 것은 '위민(爲民)'론의 한계 때문이었다. 처음에 백성을 위해 시작한 일이 오히려 백성을 해치는 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았다. 재위 말년의 사창(社倉)제도 논란이 그 예다. 사창제도는 춘궁기에 곡식을 빌려주고 가을에 이자와 함께 받아들이는 빈민 구호제도인데 신숙주가 지적한 것처럼"본래 백성을 위한 것이었지만(本欲爲民) 이자를 거두는 과정에서 관리들의 횡포가 날로 늘어 민폐가 심각해지는"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위민(爲民)이 '해민(害民)'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무엇인가? 세종은 백성에게 중요한 정보와 지식을 주어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자고 말했다. 해시계를 만들어 종로 네거리에 내어 놓고 물시계를 제작해 전국의 표준 시간을 반포한 일 훈민정음을 창제해 문자라는'권력'을 백성에게 돌려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여민(與民)은 맹자가 자주 쓴 말이다. 맹자에 따르면 대장부란 곧'백성과 더불어 걷는 자'였다. '천하의 넓은 집(仁)에 살며, 천하의 바른 자리(禮)에 서며 천하의 큰길(義)을 걷는다. 뜻을 얻으면 백성과 더불어 큰길(大道)을 걷고(與民由之) 얻지 못하면 홀로 그 도를 행하는 자 그를 일컬어 대장부라 부른다'는 말이 그것이다. 봄기운이 완연해지고 있다. 새로 일을 시작하려는 국가나 기업의 리더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의욕에 불타 홀로 계획을 세우고 밀어붙이려는 마음이다. 그보다는 세종과 링컨처럼 비록 자신을 반대했던 라이벌이라 할지라도 경청하고 무엇보다 사회 또는 조직의 구성원과 더불어 비전을 세우고 공감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일하는 재미도 따르고 성과도 좋아질 것이다. 지금은 바야흐로 '여민경시(與民更始)'의 계절 즉 백성과 더불어 새로 시작하기 참 좋은 때이다.
    Chosun Biz         박현모 세종리더십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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