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푸드 이야기

전복쌈

浮萍草 2013. 9. 12. 10:11
    나 지금이나 전복은 고급식품으로 통한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생전복을 그대로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만들어진 음식이 전복쌈이다. 옛 사람들은 전복을 말렸다가 먹을 때 물에 불려 얇게 저미고 잣으로 소를 넣어 접은 뒤 반달 모양으로 오려서 전복쌈을 만들었다. 전복과 잣의 향이 어우러진 위에 꼬들꼬들한 식감까지 살아있어 전복쌈은 궁중의 잔치음식에 단골로 등장했다. 전복쌈에 대한 기록은 여러 문헌에도 나와 있다. 특히 작자미상의 윤씨음식법(1854)에는‘전복 만두’라 하 ‘마른 전복을 불려서 얇게 망치로 두들겨서 편 다음 잣을 소로 넣고 작게 만두처럼 만들어 가장자리를 두드려서 아물리는 것으로 정성이 많이 들어간 마른 찬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전복쌈을 두고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경상도 민요 ‘울산아가씨’에도 ‘ ∼ 실백자 얹어서 전복쌈일세∼ ’에서 전복쌈 만드는 방법이 가사에 그대로 잘 표현되고 있다. 전복쌈을 만들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전복을 적당히 말려서 불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저미기 좋고 모양도 예쁘게 만들 수 있다. 또 맛도 부드럽다. 전복쌈 만드는 법은 강인희 교수의 ‘한국의 맛’(1990)에 상세히 소개돼 있다. 강 교수에 따르면 마른 전복을 물에 6시간 정도 불려서 마른 행주에 싸서 잠시 두었다가 얇게 포를 뜬다. 포 속에 잣을 서너 알 넣고 가장 자리를 밀대로 자근자근 눌러 꼭 붙게 하여 달 모양으로 접는다.
    이어서 가위로 작은 송편 모양으로 잘라낸다. 전복쌈을 만들 때 전복이 너무 두껍거나 말라 있으면 잘 붙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은 전복 양식 기술개발로 예전보다는 전복 먹기가 수월하지만 그래도 값비싼 음식이다. 추석을 맞아 선물세트로 놋그릇에 전복쌈을 넣어 고급선물세트 한정판으로 나올 때도 있다. 그처럼 선물용으로 만들어지는 전복쌈은 만들 때에 생전복을 비닐에 넣고 배즙 생강즙 등으로 만든 향신즙에 이틀 정도 재웠다가 말린 후 사용한다고 한다. 간이 적당히 배고, 향도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며낸 마른 전복 속에 잣 대신 호두를 넣어 만들면 또 다른 맛을 낸다고 한다. 한편 요즘은 전복이 스태미너 식품인 것이 널리 알려지며 전복회 외에도 전복버터구이 전복 불고기 전복 간장조림 전복갈낙탕 등의 전복요리도 많이 개발돼 있다.
    Munhwa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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