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푸드 이야기

한국의 음식인가 vs. 일본 문화의 잔재인가, 김밥의 유래는…

浮萍草 2013. 9. 5. 11:46
    추억의 절반은 맛이고 가을소풍의 절반은 김밥이다 
    은 이름으로 이만큼 종류가 많은 음식이 또 있을까. 
    김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접두어만 붙여주면 셀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김밥을 탄생 시킬 수 있다. 
    먹기도 편리하다. 
    따로 반찬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수저 없이 손으로 집어 먹을 수도 있으니 적당한 그릇에만 담아 놓으면 한 끼 식사 해결하는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김치김밥 사진=쿡쿡TV
    그런 편리함 덕에 ‘김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소풍이다. 서늘한 바람에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 학교를 떠나 야외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고 난 뒤에 맛보던 어머니의 김밥은 어린 시절 누릴 수 있는 호사 중 하나였다. 각자의 집에서 만들어온 김밥을 하나씩 바꿔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다. 비슷한 재료로 만들었음에도 어찌나 그 맛이 제각각인지… 하지만 김밥이 소풍을 대표하는 음식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60년대 이전 세대에게 김밥이란 선망의 대상이었다. 웬만큼 부유한 살림이 아니고서야 소풍에 김밥을 가져오는 일은 드물었다. 사이다와 삶은 계란처럼 부유함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김밥의 역사를 보자면 현대와 같은 형태의 김밥은 근대에 만들어졌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 기원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설로 나뉜다. 첫 번째는 고유음식설로 한국의 ‘쌈’ 문화가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세시풍속 중 정월 보름에 각종 채소 다시마 김 등을 밥에 싸 먹는다는 기록이 있다. 김밥은 이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세월을 거치며 단순히 밥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 재료를 속에 넣게 됐다고 한다. 두 번째는 일본 유래설이다. 1802년 문헌인 각반부류(各飯部類)에 노리마키 스시 만드는 법이 기록돼 있는데 이 음식이 현재 김밥의 모습과 유사하다. 식초로 간을 한 밥 속에 도미·전복·표고버섯·나물·차조기 등을 넣고 단단하게 말아 적신 행주를 덮어 두었다가 잘라 먹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 두 가지 설 중에 어느 것이 정설이라고 하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많다. 하나의 사실이 김밥을 탄생시켰다기 보다는 두 가지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김밥이란 음식을 만들었다고 보는 편이 옳다. 우리나라는 조선 중기부터 김 양식을 한 기록이 있지만 각종 요리고서에서 발견되는 김의 조리법은 주로 무쳐서 먹는 형태다. 즉, 밥에 김을 싸먹는 행위 자체는 세시풍속의 하나였을 뿐 보편적인 식생활에 속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일본의 영향을 온전히 받았다고 할 수 없는 이유는 현재 한국의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가 과거 일본의 마키(김초밥)에 사용되는 재료와 판이하다는 것이다. 사용하는 밥에 식초를 안 넣는 다는 점도 큰 차이다. 즉, 김밥은 한국 근대사가 만든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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