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푸드 이야기

한국인에게 막걸리와 전통주가 가지는 의미

浮萍草 2013. 9. 5. 11:37
    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가을 하면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단풍을 생각하지만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 즉 한가위도 있다. 
    세계적으로도 그 즈음엔 영어권의 추수감사절 일본의 오봉(본래 음력 8월 15일에서 현재 양력 8월 15일로 변경)을 봤을 때 추석은 오곡백과(五穀百果)가 무르익는 
    축제이다. 
    이렇게 오곡백과가 무르익게 되면 이러한 오곡백과를 가지고 우리 선조들은 술을 빚고 그 술을 독특한 방법으로 활용하였다. 
    오늘은 우리 민족이 가진 본질적인 술 문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ㆍ세계무형문화유산, 종묘제례(宗廟祭禮)에 등장하는 막걸리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는 매년 5월 첫 번째 일요일에 진행하는 이 행사는 조선의 조선 시대 역대의 왕과 왕비 및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시는 종묘의 제향예절인데 이 의식에 꼭 등장하는 술이 있다. 3번에 걸쳐 따라지는데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막걸리. 초헌례(初獻禮)라고 하여 초헌관이 술을 올리고 절하며 축 문을 읽는데 이때 등장하게 된다. 두 번째는 그것보다 조금 더 맑은 동동주 그리고 마지막에 가장 투명한 청주가 등장하게 된다. 이렇게 막걸리에서 청주로 등장하는 이유는 가장 단기간에 발효시켜 마시는 술이 막걸리이며 청주가 제일 마지막인 이유는 청주 자체가 오랜 숙성을 통해 향과 맛이 더욱 깊어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종묘제례의 감작(監爵)하는 모습. 감작이란 술을 따르는 모습을 살펴보는 일
    이다.출처 문화재청

    ㆍ맛있는 술을 만드는 집안은 격식이 높고 위상이 높은 집
    대한민국의 술 문화 중 가장 오래되고 본질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가양주 문화 즉 집에서 빚는 술이다. 외국의 경우 세금을 거두기 위해 자가양조를 금지한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가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음식과 문화라는 인식이 강해 세금을 매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술을 빚기 위해서는 집안에 곡식의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기계화와 계량화 된 지금과 다른 당시의 생산능력을 고려한다면 아무나 쉽게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술은 일반 음식과는 달리 짧게는 수일에 길면 수백일 까지 걸리는 음식이었던 만큼 관리할 인력까지도 필요 했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술을 빚는다는 이야기는 집안에 여유가 있고 그것을 잘 관리하여 오랫동안 숙성시키는 인력이 있다는 것은 그 집안의 위상을 나타내는 것이며 술맛까지 좋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가문의 가치를 홍보하는 일이었다. 이렇다 보니 술맛이 일정치 못하고 맛이 이상하다면 그 집안의 대소사가 생각만큼 잘 안 된다는 뜻이고 지속해서 좋은 술 맛을 유지한다면 변함없는 그 집안의 위상을 나타내게 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최고의 부가가치를 가진 술은 자연스럽게 귀한 손님에게 접대하기 위한 비장의 음식으로 제공되게 된 것이다.
    대전 지방 무형문화재 가양주 송순주를 빚는 모습. 출처 문화재청

    ㆍ귀했던 술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은 결국은 자기 몫
    최근에 대한민국의 술 문화를 보면 그래도 많은 부분 음주 폭력적인 부분이 조금이나마 사라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이유는 국민들 스스로 가정에서 즐기는 저도수의 알코올을 골라서 사 마시는 경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현상 중 하나인데 유독 우리나라 술만은 아직도 저렴하고 알코올 도수 높은 희석식 소주와 그것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 문화가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술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길이 되고 흉이 될 수 있다. 이번 추석에는 취하기 위한 즐거움이 아닌 선조들이 즐기던 만든 이의 정성을 느끼기 위한 본래의 우리 술 문화가 더욱 많은 사람의 인식 속에 자리 잡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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