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식 이야기

장아찌

浮萍草 2013. 6. 7. 09:51
    패스트푸드이자 한국의 슬로우푸드 
    철에 많이 나는 채소류를 된장이나 간장 막장 고추장 속에 넣어 오랜 시간을 두고 삭혀 먹는 저장 식품 바로 장아찌다. 
    여러 달 후 장 속에서 맛이 든 장아찌는 그대로 먹기도 하고 참기름을 비롯한 갖은 양념을 해 무쳐먹기도 한다.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짭짤하게 간을 했지만 그 덕에 한국인의 주식인 밥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마늘쫑 장아찌, 고추 장아찌(좌), 미나리장과(우)

    장아찌를 만드는데 필요한 것은 신선한 재료와 시간이다. 식재료가 침채원(沈菜源)에 의해 충분히 절여질 때까지 인고의 시간을 지내야만 맛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슬로우푸드다. 반면에 한 번 만들어 놓으면 밤이고 낮이고 쉽게 꺼내 밥 한공기 뚝딱 해치울 수 있도록 해주는 패스트푸트이기도 하다. 계절, 지역의 식재료에 따라 장아찌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다. 대략 200여가지라 추측한다.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장아찌로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계절이 뚜렷해 제철에만 생산되는 먹거리들을 일년 내내 밥상에 오를 수 있게 만든 한국인의 지혜가 고스란히 음식이 담긴 것이다. 특히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를 사용해 절이고 삭힌 장아찌류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우리네 고유음식이다. 식초나 소금에 절인 음식들이 짜고 신 맛으로 구분되는데 반해 한국의 장아찌들은 소금기를 통한 부패 방지의 기능뿐만 아니라 장류가 지는 독특한 풍미가 재료에 배어 다른 나라의 저장음식들과 차별화 되어있다. 근래에 들어서는 먹거리가 풍부해지고 사시사철 신선한 채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탓에 장아찌가 밥상 한 켠을 채우는 밑반찬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과거 선조들 에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식품이었다. <농가월령가>의 7월령에는 ‘채소, 과일 흔할 적에 저축을 많이 하소. 박·호박고지 켜고 외·가지 짜게 절여 겨울에 먹어보소. 귀물이 아니 될까.’ 9월령에는 ‘타작점심 하오리라 황계 백숙 부족할까. 새우젓 계란찌개 상찬으로 차려놓고 배추국 무나물에 고춧잎 장아찌라. 큰가마에 안친 밥이 태반이나 부족하다.’라 장아찌를 표현하고 있다. 실생활에서 장아찌가 필수음식이며 입맛을 돋우는 기호식품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장아찌를 반드시 채소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궁중음식 중 하나인 전복 해삼 홍합으로 만든 삼합장과(장과는 장아찌의 다른표현)다. 바다에서 나는 것 중 귀하다는 세가지 해산물을 간장 물에 조려 만드는 삼합장과는 현재의 기준으로 보아도 비싼 음식이다. 장아찌의 귀족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렇듯 예부터 지금까지 한국인의 밥상을 지켜온 장아찌에는 과학이 숨겨져 있다. 장아찌는 재료를 소금물 간장 식초 등의 용액에 넣어 탈수시켜 세포의 기능을 잃게 한 후 다시 된장 고추장 등 장류에 넣어 발효시키는 원리에 의해서 제조한다. 소금물에 절여서 삭히면 재료에 있는 수분이 용출되어 탈수 작용을 유발하고 원형질을 분리시켜 양념이 빠르게 조직 내로 침투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염분이 스며들어 효소에 의한 소화작용을 촉진하고 유효 미생물이 번식하여 발효가 진행되고 장류에 장시간 절여서 저장함으로써 유해한 미생물의 생육이 억제 되어 장기간 보존이 용이하게 된다. 맛부터 보관까지 한번에 생각한 음식인 것이다.
    Food 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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