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경전 속 불교식물 이야기

<22.끝> 샤프란(번홍화, 番紅花)

浮萍草 2013. 9. 26. 07:00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법의 향기”
    미세한 꽃가루에서 뽑아낸 향기가 세상을 맑게 한다고 여겨지는 꽃 ‘샤프란’.
    미세한 꽃가루로 세상 맑게 해 친자연적인 식물로 가치 높아 각 국에서 직물 염색체로 사용 은 경전에서 샤프란은 시든 것일지라도 다른 싱싱한 꽃보다 가치가 있으며 정견(正見)을 가진 비구도 샤프란의 가치처럼 중생 보다 백 천 만 배나 훌륭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또 미세한 이 꽃의 꽃가루에서 뽑아 낸 향기가 세상을 맑고 깨끗하게 하는 것처럼 올바른 삶이야말로 세상을 깨끗하게 할 수 있는 것임을 가르치고 있는데<근본설일체유부나야(根本說一切有部奈耶)>에서도 이 식물의 가치에 대해 언급되어 있다. 물건의 가치를 몇 단계로 논함에 있어 첫째는 무게가 무거워서 가치가 있는 것 둘째는 가볍지만 아주 값진 것 셋째는 무거우면서도 쓸모없는 것, 넷째는 가볍고 가치도 없는 것이 있는 것이 있는데 이 중 가장 부피가 작고 가벼우면서도 가치 있는 것이 곧 아름다운 무늬를 수놓은 비단과 이 식물이라는 것이다. 이 샤프란의 경우 암술에서 채취한 향료는 매우 적은 양이지만 값은 그 어느 보석보다 비싸 경전에서는 부피가 작은 것이나 가치 있다는 의미로 자주 인용되곤 하는 것이다. 샤프란의 영명은‘Saffron, Saffron Crocus’이며 학명이 ‘Crocus sativus’인 붓꽃과의 식물이다. 산스크리트어로는‘Kashmiiran, Kumkuma’이며 장홍화(藏紅花) 박부람(泊夫藍), 철법랑(撤法郞) 이라고 한다. 이 식물은 여러해살이풀로 온난하고 비가 적은 곳에서 잘 자라는데 이란이 전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샤프란은 매우 유용한 식물로 음식에 첨가하여 보기에 아름다운 노란색 오렌지색 컬러를 내는 데 이용하며 중국과 인도를 위시한 여러 나라에서 예로부터 직물 염색제로 사용되어 왔고 향료로도 쓰였다. 중세 서양에서도 샤프란 꽃의 암술머리에서 채취한 샤프란 색소를 비단을 염색하는데 썼으며 특히 보라색을 고귀한 색깔로 여긴 중세 서양에서 성직자들이 입는 보라색 성의를 염색할 때 이 샤프란 색소를 사용했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샤프란에 의한 착색이 인도 계급사회에서의 부의 척도로 여기기도 하였으며 고대 인도에서는 샤프란의 암술머리를 증류하여 황금색의 수용성 직물염료를 얻었는데 부처님 열반 한 후에는 그의 제자들이 이 염료를 가사(袈裟)에다 물을 들이는 공식 염료로 썼고 몇몇 나라에서는 이 염료를 왕가복장의 염색에 이용하기도 하였다. 샤프란의 암술만을 모아 건조시킨 샤프란의 가격은 1파운드(약 0.45kg) 당 1천달러에 육박하며 사프란 1파운드는 7만~20만 개의 암술대로 이루어지는데 샤프란 꽃을 넣어서 끓인 차는 편두통과 현기증 우울증 등에 효과적이고 건위제로도 유용하다. 또한 천식과 발작을 진정시키는 약으로도 쓰이고, 한방에서는 번홍화(番紅花)라 하여 중장탕(中將湯)의 주재료로 쓰인다. 요리로는 어패류를 이용한 프랑스 요리의 주요 재료로 들어가 향과 맛을 더해주고 리조또 빠에야 등의 착색을 위해 쓰이는데 샤프란은 쌀과 같은 친화성이 있는 먹거리와 조화를 잘 이룬다. 사프란의 색소성분은 기름에는 녹지 않고 물에 녹기 때문에 우선 물이나 탕에 용해시켜 그 착색 액을 요리에 사용한다. 또한 버터 치즈 페스트리 파이 케이크의 독특한 향과 색을 내는데 쓰이고 어패류 요리의 방향제로 쓰인다. 인도 고대 의서인 <아유르베다>에 의하면 사프란은 모든 도샤(체질)에 균형을 이루어주는 약재로서 음식물의 소화를 돕고 몸에서 독소를 제거한다고 한다. 샤프란은 <대승본생심지관경(大乘本生心智觀經)><금광명최승왕경(金光明最勝王經)><아육왕전>등에 등장하며 샤프란처럼 경전 속에는 의학적으로 사람을 이롭게 하는 수많은 식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 식물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식물의 생태적인 특성과 그 식물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친자연적 자원으로서의 가치에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불교신문 Vol 2884    민태영 한국불교식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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