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사찰음식 기행

2 상주 도림사 된장이야기

浮萍草 2013. 5. 9. 11:04
    “세상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공양물 빚어요”
    지난 19일 상주 도림사에서 주지 탄공스님
    (오른쪽) 자용스님(가운데),법연스님이 장독에 둘러
    앉아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물 맑고 볕 좋은 천혜환경 상주곶감 한방약재 활용 발효식품계 전문가들 ‘검증’ 日.美 LA에도 수출 협약 주 도림사 법당에 앉으면 계곡물소리가 정겹다. 백원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따라 길게 늘어진 길은 조선시대 유생들이 한양 갈 때 지났던 ‘한양옛길’이다. 이 길목엔 과거시험을 앞둔 유생들의 입시학원과 같은 도곡서당이 있었고 도림사는 서당에 다니는 유생들의 기도처였다. 지금도 계곡옆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법당은 기도영험이 높기로 유명하다. 십수년 전 비구니 탄공스님이 이 곳 도림사에 처음 왔을 때만도 도림사는 다 무너져가는 법당 하나 있는 폐허나 다름없었다. 절마당에는 깨진 항아리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절에 웬 항아리?’ 이 동네 터주대감들에 따르면 한국전쟁으로 도림사가 불타기 전에는 절살림이 엄청났다. 절에서 장을 담그면 마을 전체에 장내가 퍼질 정도였다. 그때 달고 맛깔스런 장냄새를 팔순이 넘은 마을 어른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얘기를 듣고보니 도림사는 된장농사 짓기에 안성맞춤이다. 물이 맑고 볕이 좋은데다 여섯개의 산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바람이 머물다 휘감아 돌아가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오죽하면 산정상에 봉황이 노닐었다는 봉황대가 있을까. “맛과 향이 한꺼번에 확 빠져나가면 장맛이 떨어지는데,바람이 머물다 가는도림사에서는 장이 겉마르지 않고 맛이 잘 어우러진다” 는 탄공스님의 설명이다. 행자시절 강원도의 작은 암자에서 은사 스님으로부터 배웠던 장 담근 실력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다. 도량불사를 하기 위해서라도 ‘된장불사’는 불가피했다. 텃밭을 개간하고 콩도 심고 고추도 심었다. 여고시절 교생선생님으로 만난 자용스님을 모셔와 서로 의지하면서 농사를 짓고 함께 정진했다.
    산골 오지 작은 절에 시줏돈 한 푼 들어오지 않았던 그 시절 스님들은 된장농사와 기도정진에 온 힘을 쏟으면서 조금씩 사격(寺格)을 갖춰 나갔다. 그렇게 2~3년 된장을 만들어오다 탄공스님은 어느날 ‘도대체 이 된장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나’ 의문이 들었다. “사찰이름을 걸고 만든 음식이 발효가 덜 됐거나 이상하게 됐다면 무슨 망신인가. 맛있다고 내 입맛에만 맞춰서 세상에 내놓을 수는 없었다. 잘못하면 아니함만 못하지 않은가.” 처음에는 가까운 대학교 연구팀에 검증을 의뢰했더니 제작기법을 몰래 가져가서 자기네끼리 특허를 내는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탄공스님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전통식품부를 찾아가 발효식품계 전문가들을 만나 도림사 된장을 도마위에 올렸다. 콩과 균의 성분분석과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원료에 대한 세세한 검증으로 도림사 된장 고추장 간장은 도림골 맑은 물과 상주곶감, 국내산 한방약재를 사용한 ‘명품 장(醬)’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6년 담금질’ 끝에 낳은 귀한 열매다. “원자력연구원 박사님들은 도림사 된장의 은인”이라는 탄공스님은 무작정 연구원들에게만 맡겨놓을 수 없고 얘기가 통해야 한다는 생각에 상좌 법연스님과 4년제 대학 한방자원학과에 늦깎이로 들어가 올해 졸업을 했다. 올 8월부터는 발효학을 전공으로 석사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찰음식은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스님들이 만든 음식이라고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믿음을 주는데 실망을 끼쳐서야 되나요?” 세 스님의 정성과 내공이 농축된 도림사 간장은 완성되면 제일 먼저 부처님전에 올려진다. 세상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공양물이 되리라는 서원과 함께. 도림사는 작년 부처님오신날 특집 KBS 인간극장 방영 이후로 스님들의 장맛을 보려고 찾아오는 이들의 발길이 크게 늘었다. 밥때만 잘 맞춰가면 맛과 정성이 담뿍 담긴 도림사표 사찰음식을 맛볼 수 있다. 장맛이 일품이니 안그래도 맛난 절밥이 얼마나 맛깔스러울까. 백번 들으면 무엇하랴. 백문(百聞)이 불여일미(不如一味)다. 도림사표 된장’ 제조비법 알아보니… 한방정제 순한 물…전통재래식 수작업
    도림사 된장맛의 비결은 스님들의 손맛에 있다. 된장제조 전체가 수(手)작업이다. 스님들이 비비고 또 비벼서 된장이 제대로 발효되도록 항아리에 보관하려면 하루 꼬박 해도 세 독을 넘지 못한다. 그만큼 정성이 들어간다. “손으로 비벼야만 된장에서 진액이 나오고 발효가 잘 된답니다.” 간장에도 황금빛 곰팡이가 서려야 제맛이다. 장에 항암효과가 들어있다는 말도 이 곰팡이에서 비롯됐다. 곰팡이가 없이 말간 것은 아직 숙성이 덜 됐다는 증거다. 된장이나 고추장, 간장의 방부제 역할은 한방약초가 한다. 한방으로 정제해서 순한 물을 사용하는 것도 도림사 장맛비결이다. 된장의 잡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대추 끓인 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간장이 달고 맛난 이유다. 흔히 ‘물이 맞다, 안맞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처럼 도림사의 청정 암반수가 장맛의 근본을 깔아준다. 도림사는 상주 특산물인 곶감을 이용한 장담그기에 성공,‘곶감 된장’‘곶감 고추장’‘곶감 간장’등으로 상주에서 없어서 못파는 ‘명물’ 이 됐다. 특히 ‘곶감 고추장’은 항콜레스테롤 효과가 높아 특허출원한 제품이다. “절에 오는 고령의 노보살님들이 소일거리로 곶감을 손으로 직접 깎아요. 기계로 깎은 것이 아니라 곶감모양이 울퉁불퉁하다보니 지역특산물로 판매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어요. 기계로 깎아 반건시로 판매하는 것보다 노보살들의 손을 거친 곶감이 ‘진짜’인데도 말입니다.” 이처럼 도림사에서 생산되는 장은 맛도 좋지만 100% 수제 유기농이다. 탄공스님의 ‘음식철학’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음식 하나 제대로 만들려면 여러가지 조건들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정성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주변환경과 원료가 좋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행복한 마음가짐으로 구슬땀을 흘려주면 음식맛에도 영향을 끼치죠. 누구하나 탐심을 갖고 돈만 좇으려고 생각하면 음식의 제맛은 사라지고 모든 조화가 망가집니다. 초발심시절 은사 스님으로부터 혹독하게 배웠던 그 마음,초심을 잃지 않아야죠.” 도림사 된장은 오는 4월부터 일본 나고야시로 수출한다. ‘곶감초콜릿’ ‘건조우거지’ ‘건조시래기’… 한국원자력연구소 인증 우주식품 등록
    “바야흐로 우주정거장 시대가 도래할 것 아닙니까? 우주여행 갈 때 챙겨가면 좋을 된장국과 초콜릿을 우리 도림사에서 만들고 있어요.”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 건조된 우거지된장국과 시래기,곶감초콜릿 등이 작년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우주식품’으로 인증했다. 건조된장국은 끓는물만 부으면 10초 만에 뜨끈한 된장국이 된다. 건조시래기 역시 따뜻한 물에 5분 정도 담그면 금방 삶은 시래기로 ‘변신’한다. 곶감초콜릿의 ‘발명’도 흥미롭다. 도림사 주지 탄공스님이 어린이 대상 여름불교학교 프로그램을 구상하던 중,상주특산물 곶감으로 아이들이 열광하는 초콜릿을 접목시켜 ‘곶감초콜릿’을 만들어 선보였다. 반응은 대성공. 동그란 사탕처럼 생긴 볼 모양의 ‘곶감초콜릿’은 과하게 달지도 않고 어린이 건강에도 좋은 영양간식이 됐다. 이 역시 우주식품 마크를 달았다. 건조된장은 스님용과 일반인용 두 가지다. 마늘이나 파 등 양념을 전혀 쓰지 않은 순수된장과 맛을 낸 일반된장이다. “예로부터 스님들이 만행을 다닐 때 걸망에 된장을 한소큼씩 담고 다녔다고 해요. 어디서든 물에 타서 먹으면 되니까요. 그 전통에 착안해서 만든 게 건조된장입니다. 신기술로 만들어서 보관성도 좋고 가벼워서 스님들한테 인기가 많아요.” 탄공스님은 건조된장에 뜨거운 물을 타서 직접 들이켰다. “우리 스님들은 된장 없으면 못산다니까…. 아이고 내가 만들었지만 참으로 맛나네 맛나. 하하하”
    불교신문 Vol 2900         하정은 기자 | tomato77@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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