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新줌마병법

꽃비 오는 날, 아내의 봄바람을 막는 법

浮萍草 2013. 4. 24. 11:20
    유난히 말수가 적어진 아내 우울증 아니고 '봄바람'이었네
    남편·자식밖에 모른다 했더니 아내에게도 인생이 있었네
    꿈이 있고 사랑이 있었네 그대의 아내도 여인이었네
    꽃비 오는 날, 아내의 봄바람을 막는 법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1 님의 콘서트는 인기가 많았다. 삶과 죽음에 대한 중생들의 궁금증을 알기 쉽게 풀어주었다. 이런 식이었다. 수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몹시 그리워 딸이 물었다. "스님, 극락왕생은 정말 있습니까? 어머니가 거기서 우릴 기다리고 있는 게 맞습니까?" "따라 하세요.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너의 것이니라." 중생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스님, 그건 목사님들 하시는 말씀 아닌가요?" "스님이 얘기하면 스님 말씀이지, 그게 왜 목사님 말씀입니까. 그리고 어머니가 극락에 갔다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요, 안 좋아요? 반대로 어머니가 지옥 갔다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요, 안 편해요?" 중생은 여전히 미심쩍다. "꿈에 안 나타나시니 걱정이 되어 그럽니다." "아 글쎄, 극락은 좋은 데예요, 나쁜 데예요? 그런 곳엔 빨리빨리 가시는 게 나아요, 안 가고 여기 남아 구천을 떠도는 게 나아요?" "빨리빨리 가시는 게 낫습니다." "근데 왜 자꾸 꿈엔 나오시라 그래~에?" "진짜 극락에 계시는지 알 수가 없어 그럽니다." 스님, 기어이 법당 마루를 내리친다. "그래서 내가 처음에 뭐라 그랬어요?"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아니 극락이 너희 것이니라." "할렐루야." # 2 목사님의 콘서트도 인기가 많았다. 유치하되, 해법은 오리무중인 부부 문제를 속 시원히 풀어주었다. 이런 식이었다. "목사님, 요즘 제 마누라가 이상합니다. 말수가 평소의 10분의 1로 줄고, 혼자 배시시 웃다가는 별안간 눈물을 글썽입니다. 애한테 공부해라 잔소리도 안 하고, 주말에 소파 위를 뒹굴어도 바가지를 긁지 않습니다." "언제부터 그럽니까?" "봄 감기 호되게 앓고 나서 그럽니다." "감기 앓을 때 뭐 잘못한 일 없습니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안 나는 게 아니라,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거겠지요." "술 마시고 새벽에 들어갔습니다." "아내가 혹 전에 안 매던 스카프를 두르지 않습니까?" "모르겠습니다." "혹시 앞머리를 자르진 않았습니까?"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치석 제거를 하지 않았습니까?"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그대가 아내에 대해 아는 건 무엇입니까?" # 3 "혹시 우울증일까 봐 걱정입니다." "우울증 아니고, 바람, 봄바람입니다." "제 아내는 바람이나 나고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남편과 자식밖에 모릅니다." "자식이 고2라고 했지요? '자식 인생은 자식의 것, 내 인생은 나의 것'이란 깨달음을 얻을 때이지요." "낼모레 오십인 아줌마가 바람이 나봤자지요." "낼모레 구십이어도 봄바람 들었다 하면 밥상 걷어차고 떠나는 게 여인입니다." "나의 아내는 그런 용기와 배짱이 없는 여자입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건, 에덴동산은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는 황당한 믿음 때문이었지요." "어떤 눈먼 남자가 나의 아내처럼 늙고 볼품없는 여자에게 눈길을 줍니까?" "당신이 예전에 그 눈먼 남자였지요." "우리 마누라는 페미니스트라, 남자라면 혀를 내두릅니다." "제아무리 철(鐵)의 여인도 벤치에 손수건 깔아주는 남자, 눈 맞춰 이야기 들어주는 남자에겐 '올킬'하는 법입니다." "천사 같은 남편, 토끼 같은 자식을 두고 어찌 그런 짓을." "천사요? 선수들끼리 왜 이러십니까?" # 4 "피아노를 치며 '오 솔레미오'라도 불러야 할까요?" "거짓 사랑은 혀끝에 있고, 참사랑은 손끝에 있나니." "돈 버느라 허리가 휘는데, 이제 마누라 바람날까 눈치까지 보란 말입니까?" "그대의 마누라가 '내게도 애인이 생겼어요'라고 '언젠가 그 사람 소개할게요'라고 노래를 불러야 정신을 차리렵니까?" "그럼 어찌해야 합니까?" "기억해내세요. 그 옛날 꽃보다 아름다웠던 아내가 어떤 노래를 좋아했는지, 어떤 시집을 읽고, 어떤 영화를 보고 울었는지. 찬장에 숨겨둔 아내의 일기장엔 뭐라고 적혀 있는지. 그런 다음 아내의 말에 귀 기울이세요. 그 이야기를 다른 남자가 들어주기 전에." "그렇게만 하면 봄바람은 막을 수 있는 겁니까? 집을 뛰쳐나가지는 않겠습니까?" "따라 하세요. 믿음은 도(道)의 으뜸이요, 공덕의 어머니라. 생사(生死)의 강을 건넘에 있어 믿음이 곧 계(戒)의 뗏목이 되리니." "목사님, 그건 스님들 하시는 말씀 아닌가요?" "아, 목사님이 얘기하면 목사님 말씀이지, 어째 스님 말씀이에요. 잘살아보자는 데 지금 예수님, 부처님 가릴 처지예요? 여자들 봄바람부터 막아야 할 것 아닙니까."
    Chosun         김윤덕 조선일보 여론독자부 차장 sion@chosun.co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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