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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고창 선운사 영산전 벽화

浮萍草 2013. 10. 13. 07:00
    나한·역사적 인물 표현 많아
    고창 선운사 영산전에 있는 ‘한산습득도’.
    제 금산사와 함께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교구본사인 고창 선운사. 백제 위덕왕 24년(577년) 검단선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선운사는 오랜 역사와 빼어난 자연경관,소중한 불교문화재들을 지니고 있어 사시사철 참배와 관광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천년고찰이다. 24개 벽화…그림 설명하는 문구있어 전설적인 선화인 ‘한산습득도’ 눈길
    선운사 경내로 들어서면 보물 제29호로 지정돼 있는 대웅전 왼쪽에 정면 5칸,측면 3칸의 맞배지붕 건물이 보인다. 전각이 바로 영산전으로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28호 목조삼존상을 봉안 하고 있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선운사 영산전은 본래 이름이 ‘장육전(丈六殿)’이었고 1713년에 단층으로 바꾸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영산전은 벽면 가득히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끈다. 건물의 부재를 자연스럽게 구획으로 사용해 경전에 등장하는 각종 나한과 역사적 인물의 인연설화를 표현했다. 모두 24개에 달하는 각 벽화에는 그림의 장면을 설명하는 문구가 적혀 있고, 달마대사의 행장을 여러 벽화로 묘사했다. 최근에 전각을 보수하면서 떼어낸 벽화를 영산전 내부에 그대로 소장하고 있어 조선 후기의 벽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영산전 벽화 가운데 당나라에 살았다고 전해지는 전설적인 선승인 한산(寒山)과 습득(拾得)을 그린 ‘한산습득도(寒山拾得圖)’는 당시 불자는 물론 선비들에게도 사랑을 받은 범불교적인 그림이다. 선비들의 문집이나 저서에서 이 두 선승의 행적이나 선시(禪詩)가 즐겨 다루어졌고,춘향전 등 국문소설에서 기생이나 중인들의 방치장을 묘사하는 대목에 ‘한산습득도’가 빈번히 등장하고 있는 것 등이 이를 증명해 준다. 이 벽화는 목나무 등걸에 걸터앉아 왼손으로 하늘의 달을 가리키는 한산과, 바위에 걸터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는 습득을 그렸다. 화폭 오른쪽에는 이들의 행동을 설명한 두 줄의 글이 적혀있다. 한산은 중국 당나라의 선승으로 습득과 풍간(豊干)과 함께 절강성 천태산 국청사(國淸寺)에 드나들며 남루한 모습으로 주방에 들어 가 다른 스님들이 남긴 밥을 먹었다고 한다. 한산은‘한암’과‘명암’이라는 두 바위틈에서 살아 한산이라고 불렸고,습득은 풍간선사가 길에서 울고 있는 버려진 아이를 국청사에서 데리고 와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에 대한 일화만 일부 전해질 뿐 자세한 행장은 전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 3인의 시에는 민중을 대상으로 한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들이 많아 후대에 까지 널리 사랑을 받았다. 선화(禪畵)와 벽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불교신문 Vol 2564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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