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종교

교황 선출 과정이 부러운 이유

浮萍草 2013. 3. 23. 18:16
    성태용 교수
    로운 교황이 선출됐다. 교황 선출에 환호하는 교도들,그 앞에 당당히 서서 축복을 내리는 새 교황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불교의 현실과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종정 선출에 그러한 환호와 기대가 있어 왔던가? 총무원장 선거는 또 어떤가? 특히 총무원장 선출 과정이나 선출 뒤의 후유증은 정말 심각하지 않았던가? 교계 전체가 몸살을 앓는 것은 물론이요,밖으로까지 좋지 못한 이야기가 퍼져 나가 불교 자체를 멍들게 하는 일이 종종 벌어져 왔던 것을 생각하면 가톨릭 교황의 선출을 그저 다른 종교의 일이라고 무심히 보아 넘길 수가 없다. 남의 산에 있는 돌도 내 옥을 다듬는데 쓰일 수가 있다는 말과는 반대로 남의 산에 있는 옥돌을 보는 부러움,단지 부러워함에 끝나지 말고 배울 건 배워 우리 불교의 선출 방식도 아름답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종교계에서의 선거는 정말 위험한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고,잘못 시행하면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기 쉬운 것이다. 그러나 지금 사회는 민주라는 것이 일반적인 토대를 이루고 있고,종교라는 것의 특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의식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민주적인 방식을 거부하면서 어떤 권위적인 방식을 도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이 꼭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저변의식의 저항만 불러일으키고 결과마저도 나쁠 위험이 다분하다. 본디 민주적인 방식이라는 것은 그것이 꼭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보장 아래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독재적인 방식이나 권위적인 방식보다는 가장 위험성이 덜하다는 이유에서 선택된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선택된 민주적 선출방식 속에 종교적 특징과 전통을 살려내면서,가장 부작용이 적은 방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 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불교의 현실에서 보자면 이상적인 선출 방식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요건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 선결 요건을 충족하고 나면 선거의 부작용과 후폭풍이 적은 선출 방식을 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선결 요건이라는 것은 선출권을 가진 선거인단이 신뢰성과 권위를 지닐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일이다. 본디 출가자라는 것은 가장 투명하게 드러나야 되고 가장 엄한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출가 공동체인 승가에 대한 공경이란 것이 잘못 이해되어 스님을 비판하는 것은 바로 승보에 대한 훼방처럼 인식 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정말 스님들의 옥석을 가릴 길이 없고,신뢰성 있는 선출자 집단을 만들어 낼 수도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투명하게 신뢰성 있는 선출권자들을 선정하는 제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그 다음으로는 교황 선거에서 찾을 수 있는 몇 가지 장점들을 취하여 잡음과 후폭풍이 없게 해야 할 것이다. 선출 과정에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한 철저한 비밀 엄수의 서약이 있어야 할 것이고,일단 선출된 사람에 대해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에 대한 서약까지도 함께 있어야 한다. 훌륭한 수장이 선출될 때 그것이 가지는 효과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특히 종교는 수장의 영향력이 가장 큰 대표적인 영역이다. 그리고 훌륭한 수장은 기본적으로 그 수장 자체의 인품과 능력에 바탕하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도와 주변 환경이 만드는 요소가 크다. 신뢰성 있는 제도의 운영을 통해,또 선출된 이에 대한 제도적 지원 장치를 통해 그 권위를 극대화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아직 많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불교계지만,지금이라도 가능한 제도적 보완을 통해 진정 모든 교도들이 환호하는 수장 선출의 날을 앞당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Beopbo Vol 1187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ty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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