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왕실원당 이야기

21 은해사

浮萍草 2013. 5. 18. 07:00
    명당 중의 명당은 ‘엄마 품’
    탁효정 전임연구원
    ㆍ엄마 없이 자란 왕 대부분 단명 ‘천하길지’ 태실吉地도 별 무소용 상의 모든 엄마 잃은 아이는 불쌍하다. 그런데 이것이 왕인 경우에는 단지 가여운 정도가 아니라 생사가 달린 문제가 된다. 조선왕조에서 재위기간이 짧은 왕들은 대부분 엄마를 잃은 자식들이었다.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엄마를 잃은 단종,엿새 만에 엄마를 잃은 인종,신하들에 의해 쫓겨난 연산군,광해군도 어릴 때 엄마를 잃었고,사약을 받고 죽은 장희빈의 아들 경종 또한 재위 1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처럼 왕위에서 쫓겨나거나 갑작스런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왕들은 대부분 엄마 없는 자식이었다. 왕에게 있어서 외척은 왕권을 호위하는 가장 큰 방패막이였다. 이들의 재력,권력,정보력은 왕권을 유지하는데 절대적인 요소였다.
    궁궐 내의 암살요소 또한 내명부의 손아귀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머니와 친할머니가 생존해 있는 이상 왕의 암살 가능성은 매우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엄마 없는 왕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많은 의문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인종은 당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독살의 의혹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인종의 모후인 장경왕후는 그를 낳고 엿새 만에 숨을 거두었다. 이후 새엄마로 들어온 문정왕후는 경원대군을 낳은 이후 인종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중종은 어미의 사랑도 모른 채 자라는 아들이 안타까워 극진한 사랑을 쏟았다. 인종 또한 아버지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는데 중종이 병이 들자 직접 병수발을 했다. 중종이 죽자 인종은 다섯 달 동안 울음소리를 그치지 않은 채 죽만 먹었고 소금조차 먹지 않았다. 그런데 재위에 오른 지 7개월 만에 인종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인종의 죽음 이후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왕이 국상 중에 식음을 전폐하고 있으면 왕실의 어른인 대비나 대왕대비가 찾아가 음식을 권하고 잠자리를 돌보아주는 것이 관례 였다. 하지만 문정왕후는 이 절차를 생략했고 원래 몸이 약했던 인종은 국상을 치르면서 극도로 쇠약해져 갔다. 또한 인종에게 후사가 없다는 점을 들어 문정왕후와 소윤 일파는 경원대군을 왕세제로 책봉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해 인종을 압박 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으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 인종은 새어머니와 숙부의 등쌀에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이 무렵 저자거리에서는 문정왕후와 윤원형이 절에 불공을 올려 임금의 수명을 길지 않게 해달라고 비는 것을 보았다거나,궁중에 나무로 만든 인형을 묻어 요망한 방술을 했다는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심지어 문정왕후가 인종을 죽이기 위해 독이 든 떡을 주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그 어느 것이 인종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종의 죽음이 어떻게든 문정왕후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었다는 점이다. 팔공산 은해사는 인종의 태실 수호사찰이다. 인종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랐던 중종은 인종의 태를 팔공산 은해사 뒤편의 명당에 묻게 하였다. 인종의 태봉은 태실봉안지의 전형으로 꼽히는 곳이다. 태실은 죽은 자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산 자를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바위가 많은 악산(惡山)보다 산세가 부드럽고 흙이 많은 산이 길지(吉地)로 꼽혔다. 즉, 산 자의 태를 ‘생동하는 땅’에 묻음으로써 그 기운을 태의 주인에게 전달하는 파이프 역할을 한다고 믿은 것이다. 그 중에서도 왕의 태봉은 부드러운 산세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봉우리가 튀어나오는 돌혈(突穴) 지형이 특히 선호되었다. 이는 산 정상에 집중된 땅 에너지를 보다 빨리 감응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풍수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팔공산에 위치한 인종의 태실은 산중돌혈의 전형적인 형태로,조선의 왕들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로 조성되었다. 하지만 최고의 태실지에 봉안된 보람도 없이 재위 7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으니 아무리 명당이라 해도 엄마 품보다 더 훌륭한 명당은 없음을 느끼게 한다.
    탁효정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
    불교신문 Vol 2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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