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비구·비구니
스님 절반이 비구니…공찰주지는 23.5%
비구니 종회의원 12.3%
교구 소임자도 비구 일색
복지관장 그나마 절반 수준
| 부처님께서는 모든 존재의 평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오늘의 불교는 출가할 때까진 차별이 없으나 출가 이후의 삶은 결코
평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11월 현재 조계종 스님 수는 1만648명으로 이 가운데 비구는 5458
명,비구니는 5190명이다.
비율로는 각각 51.3%와 48.7%로 규모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출가 후 인천의 스승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교육기관,주지,
주요 종무직 소임을 살펴보면 수치적으로 비구니스님들이 차별받고 있음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출가해 처음 생활하는 기본교육기관의 경우 비구스님은 동국대와 중앙
승가대,기본선원을 제외하고도 통도사,해인사,송광사 등 12개 본사에서 운영
중인 불교대학에서 스님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과정을 익힐 수 있다.
그러나 비구니스님을 위한 기본교육시설은 봉녕사,동학사,운문사,청암사 등
단 4곳에 불과하다.
또 선학,율학,불전 등 전문교육을 위한 공간 역시 비구스님은 실상사 화엄
승가대학,선운사 초기불전승가대학원 등 9곳이나 되지만 비구니스님은
유마사,봉녕사,운문사,청암사 4곳뿐이다.
수치적으로 비교해보면 비구스님만을 위한 교육기관은 전체의‘72.5%’에
해당되며 비구니스님만을 위한 곳은 ‘27.6%’에 불과하다.
이같은 차이는 종무행정 책임주체의 기본단위인 사찰주지에서 더욱 벌어진다.
조계종에 따르면 전체 공찰 984곳 가운데 실질적으로 주지가 임명돼 운영 중인
사찰은 880개소다.
이 가운데 비구스님이 주지로 부임한 사찰은 673개소로 전체 공찰의 ‘76.5%’에
달하며 비구니스님이 주지인 곳은 207개 사찰 ‘23.5%’였다.
이를 전체 비구·비구니 비율로 환산하면 비구스님의 12.3%가 공찰주지 소임을
맡고 있으며, 비구니스님의 공찰주지 비율은 4.0% 수준이다.
교구 종무행정을 담당하는 본사 국장급 이상 비구·비구니스님의 비율을 살펴
보면 차이는 더욱 확연해 진다.
직할교구를 제외한 22개 교구본사,군종교구 등 23개 교구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국장급 이상 소임자는 총 222명으로 이 가운데 비구니 스님은 ‘5.4%’인
12명에 불과했다.
교구 1곳당 국장 소임을 맡은 비구니스님이 채 1명이 안 된다는 것이다.
비구니스님을 국장으로 임명한 경우도 총무·재무·기획 등 7직을 제외한 연수국장이 대부분이었고 다만 용주사·고운사 포교국장과
범어사가 문화국장이 비구니스님이었다.
종단 전체를 관할하는 총무원,교육원,포교원 등 중앙종무기관 역시 교구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스님 중 국장급 이상 소임자는 모두 51명으로 이 가운데 비구니스님은 ‘8.9%’인 5명이다.
그나마 2003년 탁연 스님이 비구니스님으로는 처음으로 부서장에 임명된 후 총무원 문화부는 비구니스님이 부서장을 맡고 있다.
종단의 대의기구인 중앙종회 역시 전체 81명 종회의원 가운데 비구니스님은 10명(12.3%)에 불과하다.
5000여 비구니스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비구니 중앙종회의원 의석 배정은 1994년 개혁 종단이 들어서면서 입법화됐다.
그러나 중앙종회 의석 배정에 따라 비구니스님들은 해당 교구의 재적 비구라면 누구나 행사할 수 있는 중앙종회의원 및 교구종회
의원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복지영역에 있어서는 비구니스님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산하 복지관 수는 전체 150여개로 이 가운데 58개 시설은 스님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한다.
스님들이 운영하는 복지관 중 31곳(53.4%)은 비구스님의 관장하고 있으며 27곳(46.6%)은 비구니스님이 운영주체다.
수치적으로 비구·비구니스님의 비율에 가장 근접해 있다.
이와 관련 문화부장 진명 스님은“비구니스님들은 안목을 넓히고 행정업무를 쌓을 기회가 부족하다보니 소임자로 임명될 가능성도
희박한 반면, 포교·복지 등 개인의 역량에 제한을 두지 않는 곳에선 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교계 전반에 동등한 출가수행자
로서 차이는 인정하지만 차별하지 않는 성숙한 문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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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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