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옥규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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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패밀리레스토랑에 가면 부드러운 스테이크와 함께 나오는 따스한 호밀빵을 접하게 된다.
거친 식감이지만 익숙한 냄새가 우리의 미각을 자극하고 편안한 향수에 젖어들게 한다.
최근에는 참살이 식품 소비 열풍까지 겹쳐 통곡으로 만든 식품이 건강에 좋은 곡물로 부각되면서 많은
이들이 호밀을 찾고 있다.
호밀은 벼과에 속하는 1년생 초본식물로‘호맥’혹은‘흑밀’로도 불린다.
호밀은 주로 척박하고 겨울철 온도가 낮은 지역인 폴란드,독일,러시아 등 북유럽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다.
밀이나 보리가 재배되기 어려운 추운 지역이나 열악한 환경에 적응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21년에 강원도 난곡의 독일인 농장에서 독일로부터 도입된 호밀이 처음 재배되었다는
기록과 백제 유적에서 발견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2009년 FAO 통계를 보면 호밀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이 폴란드가 32.4㎏으로 가장 많고 덴마크 16.3㎏,
핀란드 15.8㎏,스웨덴 11.9㎏ 순으로 호밀을 많이 생산하는 지역인 북유럽에서 많이 소비되고 있다.
밀과 옥수수를 주로 소비하는 미주지역과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호밀의 소비량이 미미한 편
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축산에 필요한 조사료용이나 친환경 농업을 위한 녹비용으로 재배되고 있으며,식용을 목적으로 한 호밀
생산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식용으로 쓰이는 원료 호밀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2012년에 728톤을 도입하였고 매년 도입물량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1984년 ‘팔당호밀’을 시작으로 2010년 ‘참그린’등 국내 환경에 잘 어울리는 19개의 우수한 호밀 품종을 개발해
왔다.
그러나 이들 품종은 조사료 생산용이나 녹비용이다.
호밀 식품의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는 시대적 추세에 발맞춰 식용호밀을 개발 중에 있으며 머지 않아 국내에서 생산된 호밀로 만든
안전하고 질 좋은 호밀 제품이 공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호밀 종실의 영양성분은 대체로 단백질 10∼15%,지방 2∼3%,전분 55∼65%,회분 2%,총 식이섬유 15∼17% 등을 함유하고 있다.
이 중 식이섬유소는 물에 대한 용해도에 따라 수용성과 불용성으로 구분되는데,호밀은 밀에 비해서 부분적으로는 불용성이지만
부분적으로 수용성을 나타내는 베타글루칸과 아라비노자이란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또한 호밀은 폴리페놀류, 페놀산, 피틴산 등의 생리활성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용 면에서 볼 때 호밀은 제분해서 빵을 만드는 원료로 가장 많이 쓰이나,알코올음료,누룩,면류,된장,간장의 원료로도 쓰인다.
이밖에도 호밀가루를 이용한 전통식품과 호밀 후레이크 및 아침식사용 시리얼로도 많이 생산되고 있다.
인구의 노령화와 식생활의 서구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각종 성인병과 생활습관병의 발생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곡류를
가공하지 않은 전곡(whole grain)이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찾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전곡은 탄수화물,식이섬유,면역물질, 미량의 무기질과 비타민류를 공급한다.
또한 식물성 에스트로겐과 항산화제를 포함하여 질병 예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phytochemicals의 주요한 공급원이기도 하다.
전곡을 포함하는 식품을 섭취하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현저히 낮은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미국 FDA는 1999년 통곡성분을 51% 혹은 그 이상 함유하고 있는 식물에 대하여 “전곡식품이 풍부하고,총지방,포화지방 및
콜레스테롤이 낮은 식이는 심장질환과 몇몇 암에 대한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health claim’을 허락하였다.
호밀은 밀과 달리 빵이나 다른 식품으로 제조할 때 대부분 전곡 가루로 소비된다.
따라서 호밀을 섭취할 경우 도정을 하는 다른 곡류보다 더 많은 생리활성을 기대할 수 있다.
호밀의 생리활성은 식이섬유의 작용에 의한 변비 예방,에너지 배출 증가에 의한 비만 감소,인슐린 분비 감소 및 당뇨 예방,심혈관
질환의 위험성 감소 혈청콜레스테롤의 감소,혈전 형성 예방,유방암과 직장암의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식생활에서 식이섬유는 건강유지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알려져 있는데,보다 많은 식이섬유를 섭취함으로써 여러 가지 만성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한다.
식이섬유는 곡류 종실의 바깥층,특히 브랜층(bran layer)에 주로 존재하는데,호밀은 대부분 브랜층을 포함한 전곡 상태로 섭취하기
때문에 식이섬유를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다.
호밀은 사람을 위한 식용, 가축을 위한 조사료용, 친환경 농업을 위한 녹비용 등 그 이용가치가 매우 광범위하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월동작물의 생산량이 불확실한 요즘 어떤 환경에서도 꾸준히 자기의 몫을 다하는 호밀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추진하는 목표에 안정적으로 도달시킬 수 있는 확실하고 유일한 작물이다.
이렇듯 우리 환경에 잘 적응하고,자연과 사람을 돌봐주는 엄마 같은 호밀이야말로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보배로운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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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규 :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전작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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草浮 印萍 |